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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기름에 성냥불 그어대기와 꺼져가는 불에 찬물뿌리기

by Aphraates 2008. 7. 12.
 

성질 급한 화인(火人)이 “절대로 그냥 있지 못한다. 무슨 기회만 돼 봐라. 버르장머리를 고쳐주겠다”라고 벼르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기름이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다 대고 성냥불을 그어 댄다면 폭발하여 활활 타오를 것은 불을 보듯이 자명한 일이다.

기가 죽어 있는 수인(水人)이 “말할 기운도 없습니다. 그러니 더도 덜도 말고 목숨만이라도 붙어 있게 해주세요”라고 간절하게 빌고 있다.

그런데 그렇게 불씨가 가물가물한데 찬물을 확 뿌리면 먼지 한 번 푸석 일고는 아예 죽어버릴 것은 물을 보듯이 명약관화한 일이다.


요즈음 안에서나 밖에서나 정동중인 상태를 그냥 안 두고 성냥불을 그어대거나 찬물을 끼얹는 일들이 부쩍 잦아지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별의별 방식을 다 동원하여 살아가는 복잡 다원화된 세상이니 때로는 성냥불이 필요하기도 하고, 찬물이 필요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것은 어디까지나 융화를 하고 잘 되게 하기 위한 방편으로 한 발 물러서서 생각할 여지는 남겨 둬야 한다.

그래야 후일을 도모할 수 있는 것이고, 개선과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헌데 그게 아니고 성냥불을 그어 대어 홀라당 다 타버리고 재만 남게 한다거나 물을 동이 채로 갖다가 부어서 한 가닥 남아있는 불씨마저도 죽여 버린다면 홧김에 서방질 하고 못 먹는 감 찔러나 보는 격이 되어 불안과 소요의 악순환은 계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성냥불과 찬물이 상극이듯이 그 것들은 사용하기에 따라 공멸(共滅)의 화근이 될 수도 있고, 공생(共生)의 촉진제가 될 수 도 있다.

그러니 잘 사용해서 너도 죽고, 나도 죽자는 것이 아니고 너도 살고, 나도 살자는 성냥불과 찬물이었으면 좋겠다.

총체적인 위기라고 대안 없이 소리만 지르지 말고 각자의 위치에서 자기 일에 최선을 다 하고, 생각을 바꾸면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는 일들이니 누군가가 나서서 그런 것을 통합하여 성과를 이루어내는 역할을 해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하여 우리들이 큰 것은 이루지 못할지라도 불안해하지 않고 집에서는 가장으로서, 밖에서는 사회인으로서, 공동체에서는 신앙인으로서 평탄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그렇게 삐거덕거리며 돌아가는 회색 빛 판도를 알면서도 걱정만 하는 사람은 무엇이냐며 바랄 것을 바라야지 꿈도 야무지다고 한다면 할 말은 없지만 이런 상황에서 숨 쉬고 살아있는 것만도 다행으로 여기는 미천한 존재라는 것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변명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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