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량한 지식과 얄팍한 생각과 대수롭지 않은 지위로 표 나게 튀지 않고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 하며 동참(同參)하는 것도 무난하게 살아가는 삶의 지혜이다.
무슨 일을 하면 득이 되던 실이 되던 뭔가는 결실이 있어야 하고, 식사를 하면 짜든 싱겁든 입에 들어가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무슨 결과물이 있기를 바라지만 소득이 없고 배부른 것이 없어도 무슨 일이나 식사자리에 동참하는데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도 있다.
연례행사에 동참하는 단골손님.
전에 자격증 시험이나 승진 시험을 볼 때 보면 결말(합격)을 못 짓고 해마다 연례행사로 시험장에 나타나는 단골손님들이 있었다.
나름대로 한다고 하는데 결과물을 만들어 내지 못하는 당사자들의 입장에서야 더 답답하고 창피하였겠지만 그를 지켜보는 사람들도 이제 그만 나타날 때도 됐는데 무슨 문제가 있기에 작년에도 낙방하여 올해 또 시험에 응시했는가 하는 아쉬움이 컸다.
그런 사람들한테 할 마땅한 인사말이 없었다.
그렇다고 용기를 주는 응원의 말 한 마디 없이 멀뚱멀뚱 바라보며 그냥 지나칠 수도 없었다.
그래서 살며시 곁으로 다가가 손을 잡으며 “또 오셨군요? 내년에는 여기서 만나자 맙시다”하고 농담 섞인 격려의 말을 건넸다.
그러면 상대방은 “연례행사로 참가하는데 의의가 있습니다”하고 겸연쩍게 답례를 하는데 경험자로서 그 심정을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었다.
날벼락 맞듯이 하더라도 맞아 봤으면 좋겠다는 로또 맨.
동료가 헐레벌떡 사무실로 오더니 어제 기막힌 꿈을 꿨는데 감이 좋다며 로또를 사게 만 원을 내 놓으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사람 장난끼가 동하는가보다 여기고 아무 말 없이 돈을 건넸더니 로또 두 장을 사다 주면서 당첨되면 큰 것으로 한 방 쏴야 한다며 웃고 말았다.
그런데 잊고 있었는데 한 참 뒤에 우연히 수첩에 있는 로또 복권을 발견하고는 인터넷을 통하여 당첨번호를 적어서 확인해보았더니 한 줄에 숫자 3개가 맞아 쾌재를 불렀다.
6개 중에서 3개가 맞았으니 분명 등수 안에 들었고, 몇 등인지는 모르지만 당첨금이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은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도 잠시뿐이었다.
확인을 해 보니 제일 꼬드바리인 5등으로 당첨금이 오천 원이어서 허망했고, 역시 로또는 로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3개를 맞추기도 그렇게 어려운데 1등인 숫자 6개를 맞춘다는 것(1/800만의 확률)은 기적이고, 미치지 않으면 도저히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었다.
그렇게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기분이 좋다거나 꿈자리가 이상할 때면 로또 한두 장씩 사는 사람도 있다.
그 사람은 당첨되리라는 허황된 꿈을 갖고 사는 사람이 아니다.
그런데도 그러는 것이 이상하여 안 되는 줄 뻔히 알면서 왜 사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로또를 안 산 사람은 당첨될 확률이 제로이지만 자기는 그래도 그런 사람들보다는 당첨될 확률이 800만 배나 더 있는 것이라며 웃었다.
주택정책이나 공공 기금 마련을 위하여 복권 대열에 참여하다는 의미의 가벼운 마음으로 로또 한두 장 사는 것은 모르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생각에 거의 불가능한 확률게임에 참가하는 것은 스트레스 해소용이 아닌가 한다.
백전백패의 게임에 출전하는 선수.
운동시합에서도 참가하는데 의미를 두는 경우가 종종 있다.
실력차가 커서 붙어봐야 도저히 승산이 없지만 자리를 빛내주기 위하여 또는 게임보다는 그 이면의 다른 의미가 있어서 게임에 참가하는 것이다.
시골 학교 운동회에서 앞뒤로 뽈록 나와서 사람이 굴러가는 것인지 공이 굴러가는 것인지 모를 정도이지만 손자의 손에 이끌려 뙤약볕 아래서 공굴리기를 면장 할아버지는 남들이 옆 팀 아저씨가 두 발짝 띨 때 한 발짝 띠기도 버겁지만 동네 어른으로서 운동회 아이들 게임에 참가하여 자리를 빛내주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이고, 하얀 눈(雪)이라고는 구경도 해 본적이 없는 상하(常夏)의 나라 검은 사람들이 스키를 거꾸로 메고 동계 올림픽 경기장에 나타나 스키를 거꾸로 신고 포즈를 취하지만 지구촌의 인류 축제에 동참한다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공공기관의 자동차 홀짝 운행 개시일이다.
지금 같은 고유가 시대가 계속된다면 언제나 끝날지 모르는 비상 에너지 절약대책의 일환으로 먼저 공공기관에서 솔선수범하자는 취지다.
이미 예고되었던 것이지만 불편하기도 하고, 문제점도 있고, 혼란스럽기도 하고, 비용이 더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렇게라도 해서 에너지난을 극복하자는 컨센스가 이루어져서 시행하는 것인 만큼 일단은 동참하고 나서 고칠 것은 서서히 고쳐나가다 보면 숙달되어 나아질 것이다.
개인 소유 자동차가 없을 때 몇 십리 길을 걷거나 콩나물시루 같은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도 잘 살고 오늘을 일구어 냈는데 영원히 그럴 것도 아닌 일시적인 고난이라고 감수하면 맘 편할 것이다.
그런데 온갖 핑계와 구실과 불만으로 회피하려 하고, 간사한 방법으로 눈속임을 하여 자기만 편하려고 한다면 더 어려워 질 것이다.
그러니 이럴 때는 국가적인 에너지 절약 정책에 적극적으로 호응하여 난국 극복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거창하게 생각할 것 까지도 없이 그저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서 동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알고 그를 실천하려는 마음가짐자세를 갖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둬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