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꾼”이라면 어떤 일, 특히 즐기는 방면의 일에 능숙한 사람을 속되게 이르는 말인데 좋을 의미로 존경스럽게 쓰이지는 않는 것 같다.
누리꾼, 사기꾼, 사냥꾼, 땅꾼, 노름꾼, 술꾼, 몰이꾼, 장사꾼, 농사꾼, 놀이꾼, 춤꾼, 난봉꾼, 지랄꾼, 투서꾼, 도굴꾼......,
이런 꾼들은 그 분야의 전문가를 일컫는 말이다.
그렇지만 전문가로서 인정받아 자랑스럽다기보다는 어딘지 모르게 좀 무시당하는 느낌이어서 기분이 좋지는 않을 것 같다.
실제로 개인적이나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전문가를 꾼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정치꾼?
정치는 국가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통치행위다.
따라서 그 행위자인 정치인은 종합 예술의 감독과 같아서 관계 분야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존경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러나 정치인이라고 전부 존경을 받는 것은 아니다.
정치인으로서 역할을 잘 할 때는 국민들로부터 헌신 봉사하는 정치인이라 칭송을 받고, 정치인 본인들끼리도 국사를 논하면서 존경하옵는 OOO 의원(장관)님이라 호칭하면서 경의를 표한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거나 현직에서 물러나 빌빌거리며 낄 데 안 낄데 다 끼며 참견하면 대번에 영양가 없이 분란만 일으키는 정치꾼으로 격하되어 성토의 대상이 되는 수모를 당한다.
그런 경우는 삼사(판사, 박사, 의사)도 마찬가지이다.
각 분야의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잘 하면 판사(검사) 영감님, 박사님, 의사 선생님이라고 하지만 그를 이탈하면 불쌍한 서민들만 울리는 브로커꾼, 저만 아는 고집꾼, 돈만 아는 백정꾼으로 비하되면서도 뭐라 반발하지도 못하는 비굴한 신세가 된다.
그러나 그런 겨우들과는 반대로 스스로를 꾼이라고 하는 것이 더 어울리고 친밀감이 가는 경우도 있다.
타고난 끼를 어찌할 수가 없어서 늦으막한 나이에 촌스러운 모습으로 데뷔하여 본인이 좋아하는 국악가요를 마음껏 불러 사는 것도 만족스러우며 즐겁고, 열성 팬도 적지 않은 장사익 님은 스스로를 촌놈이자 막 소리꾼이라고 부른다.
꾼이라고 부르는 것이 어딘지 모르게 천박스럽고 자신을 비하하는 것 같지만 굳이 장(張) 성악가 님이라고 안 불러도 푸근한 것이 느낌이 좋다.
추수할 것은 많은데 일꾼이 부족하다는 말씀의 주간이다.
그 말씀을 따라 실천하긴 해야겠는데 어려움이 많은 거 같다.
진정한 일꾼은 적고 말꾼, 놀꾼, 훼방꾼이 활개를 치고 다닌다는 걱정을 한 것이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고 인간이 존재할 때부터 나오던 이야기이자 언제까지 나오게 될지도 알 수 없는 일이지만 잘 해야겠다고 다짐은 어지간히도 해 대는데도 잘 안 돼 다음 세대로 물려주면서 내려온 것이 사실이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나 듣는 사람들이나 그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여 애처롭기도 한데 어찌 보면 그도 인간의 한계인 것을 너무 낙심하지 말고 왜 그렇게 되었는지 늘 반성하고 새로운 길을 찾으면서 진정한 꾼의 길을 가는 것이 올바른 길이 아닌가 한다.
사랑과 믿음과 소망에 대한 인식 자체부터가 달라 온도 차이가 나서 서로 못 마땅하여 삿대질을 해 봐야 도토리 키 재기에 자기 발등 자기가 찍는 불만꾼 밖에 안 되니 그럴 필요가 없다.
당신께서 흡족하실 만큼 이루자면 일꾼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겠지만 이어질 것은 영원무궁토록 이어지고 끊길 것은 단호하게 끊기기 마련이니 일꾼으로서의 소임을 다 하는데 수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일꾼이라면 전문가로서 인정받는 꾼이 되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고 전문가는 전문가인데 제 역할을 다 하지 못 하는 놈팡이 꾼 취급을 받는 부끄러움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러기는 참 어려운 일이지만 그렇게 못 할 일도 아니어서 꾼으로서의 기질을 지키고 발휘하려는 마음이면 자연스럽게 풀릴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주일날 새벽 묵상으로 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