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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회심(回心)

by Aphraates 2008. 7. 12.
 

마음을 돌려 먹기는 쉽기도 하고, 어렵기도 한 일이다.

그리고 상황과 여건에 따라 적절하게 마음을 돌려 먹는 것이 좋지 너무 완고하거나 너무 이완되어도 문제다.

또한 마음을 돌려 먹는 것은 자기 판단에 따라 자발적으로 즐겁게 하는 것이 좋지 타율에 의하여 강제적으로 괴롭게 하는 것은 좋지 않다.


모래알같이 많은 사람들 중에 하필이면 왜 당신이었나요?

이런 소리를 들으며 배척당하고, 마주치는 것은 고사하고 생각하는 자체가 스트레스인 사람도 있다.

여러 사람들이 파안대소하고 즐거운 시간을 갖다가도 그 사람만 나타나면 분위기가 싹 가라앉는다.

허기져서 밥을 맛있게 먹다가도 그 사람만 생각하면 밥알이 모래알 같아서 숟가락을 내려놓게 된다.

분위기 좋게 곤드레만드레 술에 취해 흐느적거리며 2차를 가던 사람도 그 사람만 보이면 질겁하여 비틀거리면서 몸을 숨기기 바쁘다.

나무 그늘에서 더위를 달래고 있던 평화로운 모습의 손자와 할머니도 그 사람이 오는 기척만 나면 아이는 울어대기 시작하고, 할머니는 아이를 들쳐 업고 허둥대며 도망가기 바쁘다.

그 사람과 가까운 사람들과 추종자들도 전화만 하면 가슴이 덜컥 내려 앉아 계시지도 않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가봐야 한다는 거짓말을 해가면서까지 마주치는 위기를 모면하려고 한다.


그러니 그를 누가 말려?

누가 대신 말릴 장사도, 쫄도 없으니 스스로 해결할 수밖에 없다.

당신 같은 사람을 만난 것은 내 일생일대의 불행이자 중대한 오점이라고 여겨져서 상종을 안 해야겠지만 함께 하지 않을 수도 없는 사람이어서 난감할 때는 얼른 포기하고 마음을 돌려 먹는 것이 세상의 발전과 이웃의 안녕과 자신의 장수에 이롭다.

피차일반이지만 마음을 돌리지 않으면 허구한 날 일어나는 크고 작은 마찰에 시달리며 손해를 감수해야 하고, 그를 극복하려면 엄청난 에너지가 소모되어 인생의 즐거움을 모르는 암울한 날들을 지낼 수밖에 없다.

내가 인내하고 자비를 베풀어 내 체질에 맞지 않는 것과 잘못 된 것까지 사랑해야 한다고까지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런 것들을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여유는 가져야지 마음을 돌릴 수 없는 것들에 휘말리다 보면 덩달아서 사람 성질만 고약해지고 황폐화된다.


그 사람 하는 짓이 마음에 안 들고, 그 사람과 연관된 것이라면 볼 것도 없이 일단 반대를 하여 붙잡아 놓고서 두 눈에 쌍심지를 켜고 입을 씰룩거리며 직설적으로 싸 붙일 것이 아니라 마음을 돌려 먹는 것이 좋다.

그 사람이 왜 그런지 이해하고 문제 해결을 하면 좋다.

하지만 그거는 타고난 성품이 온화한 사람이거나 성인의 반열에 오를 정도의 경지에 이른 사람이나 가능한 것이고, 이래도 흥 저래도 흥 하면서 고분고분하게 나가면 자기가 잘 해서 그런 줄 알고 기고만장할 수도 있다.

그러니 대면하여 어느 정도는 성깔을 부리고 주위를 환기시킨다고 해서 뭐라고는 안 할 테니 적당히 하고 마음을 돌려 너는 너고 나는 나로 나가는 것이 좋다.


적절하게 회심하는 것도 하나의 생활 지혜다.

어설프게 돌려 막기 하다가 부도를 맞을 수도 있고, 섣부르게 윗돌 빼다가 아래에 궤다가 무너질 수도 있으니 헤쳐 나갈 길이 안 보이면 남의 눈치 볼 거 없이 슬며시 마음을 돌렸다가 훗날을 기약하는 것이 최선책이다.

그렇게 마음을 돌려 먹으면 간단한 일인데 쉽게 되지 않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도 그런 경우가 많지만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는 더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고, 그런 상황은 절대로 깔끔하게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런 원인 제공을 하는 사람들이 나쁜 사람들이지만 세상 어디에도 그런 사람은 있기 마련이고, 어쩌면 나 자신도 부지부식간에 그런 원인을 제공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니 마음을 돌려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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