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불통

by Aphraates 2008. 8. 14.
 

한동안 소통(疏通)이라는 말이 유행하더니 요즈음은 뜸하다.

소통의 문제가 다 해결된 것인지 아니면, 잠복중인 것인지 모르겠지만 원활한 소통은 어디에서나 필요한 거 같다.


건강을 이야기 할 때 어떤 것이 건강한 것이냐고 물어보면 각 분야 전문가별로 이야기하는 것이 조금씩 다르다.

그렇지만 결론적으로 간단하게 표현한다면 건강하다는 것은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는 것이라고 한다.

육체적으로는 무엇이든 맛있게 먹고 시원하게 배설하여 신진대사가 잘 되고, 정신적으로는 근심걱정에 얽매이지 않고 머리가 바닥에 닿기만 하며 코를 골며 잘 자면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것인데 그 역시도 뻥뻥 잘 뚫려 잘 돌아가는 소통과 연관이 되는 것 같다.


TV를 통하여 북경 올림픽 경기를 간간히 보면서 많은 것을 새롭게 느낀다.

그 것은 세계 신기록, 올림픽 신기록, 아시아 신기록, 한국 신기록, 개인 신기록이니 결과를 두고 느끼는 것이 아니다.

스포츠를 통한 인간적인 애환과 경기에서 일어난 에피소드 같은 것들과 연결되어 있다.

북경 올림픽은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이라는 슬로건 하에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중화사상을 과시하려는 중국인들의 야심에 찬 작품이다.

그 규모 면에서 참가국 204개국, 참가선수 1만 5천명, 경기 종목 28개에 302개 금메달로서 역대 최대규모라고 하는데 대국과 인해전술답게 어마어마하다.

또한 규모가 그렇게 크다보니 그에 따른 흥미진진한 뒷이야기들도 엄청나게 많다.

어느 방송의 앵커가 뉴스가 끝난 후에 “올림픽 경기를 마음껏 즐기고 성원하면서 그동안 쌓였던 피로를 푸시지요. 그러나 밤샘하며 재방송을 보고 또보고 하는 중독 현상으로 다음날 일하는데 지장을 받아서는 안 되겠습니다” 라고 멘트를 하는데 속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 같아서 우스웠다.

내가 열렬한 스포츠 마니아였다면 그 이상이 되어 더 많은 정보를 습득하고 다양하게 알았겠지만 그 정도는 아니고, 우리나라 선수들이 참가한 게임을 종종 보면서 단편적으로나마 알게 되고 느낀 것이 많다.


그런데 게임에서 이기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은 진정한 실력에 좌우되는 것이지 요행수는 안 통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불통(不通) 사례인 것이다.

물론 대진 운이라던가 선수들 컨디션 문제라든가 하는 것이 아주 안 통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것은 극히 일부로사 경기의 승패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못 하는 것 같다.


유도의 왕(王) 선수.

13초 만에 한판 패를 당하여 할 말을 잊었다.

유도가 너무 좋아서 어린 나이에 국가대표 스파링 파트너로 들어가 결국에는 그 선수를 제치고 올림픽에 출전하여 월등한 실력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근성으로 결승전에 올랐는데 힘 한 번 못 써보고 허망하게 끝나 어떻게 해서 온 올림픽인데 이게 뭐냐고 포효하다니......, 부상당하지 않게 신경 좀 쓰고 게임 시작하자마자 정신 좀 더 차렸으면 안 그랬을 텐데 하지만 그게 넘지 못할 한계인지도 모른다.


펜싱의 남(南) 선수.

마지막 몇 초를 견디지 못하여 세계의 벽 앞에서 무너졌다.

조금만 더 잘 리드하고 마무리를 잘 했으면 기라성 같은 이태리 선수들을 누르고 정상에 섰을 텐데 목전에서 무너지다니 우리 펜싱계의 천추의 한이 될 거 같다고 안타까워 하지만 거기까지 간 것만도 커다란 수확인지 모른다.


역도의 이(李) 선수.

발목 부상인 거 같지만 평소 실력으로 봐서 그 정도는 충분히 들어올릴 수 있을 거라며 혹시나 하고 2차와 3차 시기에 도전하였다가 주저앉는 모습이 안쓰러웠는데 그렇게 한다고 통할 것이 아니니 무리하여 부상을 깊게 할 것은 없다.

그런데 이 선수의 경우 좌절한 불통이 오히려 그를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불굴의 의지와 집념에 감동토록 하였으니 스포츠를 통하여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소통이 된 거 같다.


소통과 불통은 극과 극이지만 맘먹기에 따라 간단하게 달라질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어찌하여 소통되지 않음에 마음고생하고, 불통됨에 답답해하는 것인지 근본적인 것부터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회  (0) 2008.08.16
애처로운 두만강  (0) 2008.08.15
아니, 이 시간에?  (0) 2008.08.13
술 사줄게, 빨간 판에 쏴라  (0) 2008.08.12
제스처(Gesture)  (0) 2008.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