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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편하고 돈 많이 받으면 좋겠지?

by Aphraates 2008. 8. 20.
 

편하고 돈 많이 받으면 좋겠지?

두 말 할 거 없지.

베짱이는 아니지만 그렇게만 된다면 오죽이나 좋겠어. 


집안으로부터 유산을 많이 받았거나, 부동산 투자를 잘 하여 부자가 되었거나, 로또 같은 것이 당첨되어 거금을 손에 넣게 되었거나 하는 행운까지는 생각하지 않더라도 직장에서 편하고 돈 많이 받거나 자기 사업장에서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자리 메김만 해도 돈이 잘 벌리면 좋은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나 그런 경우는 것은 극히 드물기 때문에 그를 바란다면 잘 못된 것이고, 바란다고 해서 절대로 될 일도 아니다.

또한 그런 여유로움이 아니더라도 남들 하는 만큼 어느 정도 기본은 되어야 하는데 내 생애에 이루어지기는 요원하다며 실의 빠지거나 이거는 정말 내 스타일이 아니라며 불평하는 것도 좋을 것이 없다.

재벌 회장도 돈이 부족하여 은행돈을 차입하고, 몇 십 년 동안 나라를 자기 맘대로 이끌어 온 절대 권력자도 더 많은 힘을 갖기 위하여 종신제 총통을 만드는 것처럼 좋은 것은 가져도 가져도 부족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돈을 터부시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상거래 같은 계산이라면 몰라도 가능한 한 돈 이야기는 안 하는 것을 불문율로 하는 것이 좋다.

관계가 돈독하고, 잘 나가다가도 돈 이야기만 나오면 어딘지 모르게 분위기가 가라앉고 어색하여 균열이 생긴다.

야! 너 요즈음 잘 나간다며? 술 한 잔 사라.

어이! 너 승진도 했다며 돈도 많이 받을 텐데 오늘 한 턱 내라.

허물없이 이러는 것은 정겹다.

그러나 무게를 잡으면서 수입 이야기를 하면 곤란하다.

혹시 연봉이 얼마나 되십니까?

혹시 한 달 수입이 어느 정도입니까?

이것은 닳고 닳은 장모될 사람이 소 전에서 잘 생기고 튼튼한 소 고르듯이 사윗감 면접을 할 때 물어 보는 거 같기도 하고, 그런 개인적인 비밀을 말 하고 싶지 않지만 보험금 지급과 관련하여 기재해야 만 하는 보험 계약서 작성할 때 확인하는 것 같기도 하여 기분 좋은 물음은 아니다.

상대방한테 돈을 얼마 받느냐고 물어보는 것은 노처녀한테 몇  살이냐고 물어보는 것만큼이나 껄끄럽다.

수입이 큰 비밀이랄 것도 없고, 턱없이 적게 받는 다거나 많이 받는 것도 아니라면 스스러움 없이 말할 수 있지만 대개는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여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기가 부자연스럽다.


Q) 연봉이 얼마나 되나요?

A) 한 0 천만 원 정도 될려나요.


Q) 편하고 좋은 직장에 돈도 많이 받네요. 그 정도라면 부러울 게 없을 거 같은데 그 돈 다 어디다 쓰나요?

A) 그래요? 전에는 괄시도 받았지만 세상이 변하여 지금은 남들이 말하는 대로 좋은 직장인 것만은 사실이지만 편하고 돈 많이 받는다고 생각은 안 되는데요. 나름대로의 고충이 많아요. 단순 비교를 하면 곤란하지요. 그리고 내 나이가 몇이고 한 우물을 파며 해 온 일이 얼마이고 얼마나 중요한 일인데 그 정도로 대우가 좋다고 생각하세요? 돈은 쓰기 나름이고 밥 굶는 것은 아니지만 그 정도로는 품위유지 하기 어려워요. 들어가는 것이 곳곳에 얼마인데요? 이 세상에 자기 삶에 대해서 만족한 사람은 드물겠지만 이마빡 반들반들하던 총각시절부터 주름살이 생겨나는 지금까지 늘 마이너스 인생 이예요. 돈 몇 푼에 벌벌 떠는 좀생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펑펑 쓰는 기분파도 못 되는데 평생을 바닥이 나면 메우면서 살아오는 식이었어요. 그래도 별 탈 없이 건장하게 잘 살잖아요?


Q) 듣고 보니 그러네요. 그래도 그 정도면 불만이 없을 거 같아요.

A) 부자도 아니고 가난뱅이도 아니고, 돈이 더 많았으면 좋겠다거나 돈이 부족하여 어려웠다거나 한 일은 없었기에 그 쪽에는 큰 관심과 미련이 없어요. 하지만 많으면 많을수록 좋고 잘 쓸 수 있는 것이 돈 아니겠어요? 그러나 앞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돈이 많고 적은 것을 따지고 싶지는 않아요. 그런다고 더 들어올 것도 아니고, 더 나갈 것도 아니니까요.

Q) 재산은 얼마나 되나요?

A) 재산은 무슨 재산? 가난한 농촌의 아들로 태어나 남한테 구차한 소리 안 하고 손가락질 안 받으며 이 정도로 알뜰살뜰 사는 것만도 다행 아니겠어요? 그리고 술 잘 마시며 건강하게 잘 돌아 다니면 족한 것이지 샐러리맨이 저축을 해서 모았으면 얼마나 모았겠어요? 뻔한 거 아녜요? 좀 후회스러운 것이 있긴 하지만 그도 부질없더군요. 가끔 집 사람한테 내가 술을 좀 덜 먹고 지독을 떨었으면 지금쯤 아파트 몇 채는 갖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하고 미안해하면 그렇게 살았으면 지금쯤은 살아있지도 못할 것이라고 위로하는데 그런 것 같기도 해요.


비슷한 맥락으로 사업하는 사람으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도 있다.

하나는 “사업해봐야 큰 돈 버는 것도 아니고 골치만 아픈 전쟁터 같아 안정된 직장생활을 시작한 것이 후회가 되고, 기복 없이 살아가는 직장인들이 부럽다” 라는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짜인 직장 생활이 나름대로 묘미도 있겠지만 매여 있으니 얼마나 답답하고,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어떻게 살아? 나는 죽어도 그렇게는 살지 못할 거 같아” 라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양분론 적으로 말하던 사람들이 요즈음은 서로 사전에 약속이라도 한 듯이 직장생활이 최고라고 말한다.

그만큼 영업하고 사업하는 사람들이 어렵다는 이야기인데 평생 직장생활을 한 나 같은 사람은 그런 것을 실감하지 못하고 언젠가는 나아지겠지 하는 가벼운 생각을 할 따름이고, 사업하는 것이 좀 어렵다 보니 일시적으로 직장생활에 대하여 매력을 느끼던 사람들도 머지않아 내가 사업하기를 잘 했다고 무릎을 칠 날이 있을 것이다.


편하면서도 좋은 대우를 받는 것은 잘 못 된 것이고, 그런 자리는 있지도 않다.

행여나 먼 길 가는 여정에 잠시 그럴 때도 있을지는 모르지만 늘 그렇다면 세상 이치에도 안 맞고 오래 가지도 못할 것이다.

젊은 시절에 사회에 발을 들여 놓고 나이 들어 발을 뺄 때까지 타인 경쟁과 자기 성숙의 연속이었고, 그 결과에 따라 크고 작은 돈을 벌거나 받는 것이었지 엿장수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엿 주듯이 돈을 벌리거나 받는 것이 아니었다.


편하고 돈 많이 받으면 좋지.

그러나 잘 못된 행운으로 어쩌다 하나 있는지는 모르지만 일상적으로는 그게 통용될 리가 없으니 바랄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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