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경기에서뿐 아니라 일상에서 대개는 몸이 빨라야 이기거나 하나라도 더 가져간다.
그러나 빠르다고 항상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다.
느긋하게 하는 것이 득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상적으로 발걸음이 가장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라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닌가 한다.
무엇이든 즉흥적으로 후다닥 해 치우고, 안 되면 다시 해 보던가 방향 선회를 해야 직성이 풀리지 그대로는 두고 못 보는 빨리빨리의 근성이 나타나는 것이다.
시스템이 안정되고 비교적 체격이 커서 느긋한 서구 선진국 사람들이 보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이상하게 여기고, 시스템이 안정되지는 않았으니 지리적 여건상 느릴 수밖에 없는 개발도상국인 동남아나 열대 지방 사람들이 팔딱거리는 우리나라 사람들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혹자는 그런 우리나라 사람들의 조급증이 발전을 저해한다고 비판적이기도 하지만 나는 생각이 다르다.
그렇게라도 하니까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것을 극복하고 떵떵거리며 밥술이나 먹고 오늘만큼이나 살지 안 그랬으면 어림도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외국 출장이나 여행을 가서 아침나절에 호텔 밖으로 나와서 움직이는 사람과 차를 보면 슬로우 슬로우이다.
좋게 말하면 여유가 있는 것이고, 나쁘게 말하면 게으른 것인데 그게 다 나라마다 사람마다의 특성이자 살아가는데 는 별다른 지장이 없는 거 같으니 한 편에 서서 좋다 나쁘다 규정짓기는 곤란하다고 생각하곤 했다.
국내에서 우리나라 사람들과 차 달리는 것을 보면 바쁘게 움직인다는 것을 모르지만 외국에 나가서 그 지역 사람들과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바쁘게 움직이며 사는지 확연하게 표가 난다.
월요일 아침인 오늘은 다른 날 출근 시간보다 좀 일찍 나와서 갤러리 앞 대덕대로(大德大路)의 승강장에 앉아서 오가는 사람들과 차량 행렬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외국에 나갔을 때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에 거리에 서서 이국적인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과 차들을 편안한 마음으로 바라보던 생각들이 떠올랐다.
그 때가 그래도 좋았는데 이제는 업무적으로 외국에 나갈 기회는 없을 거 같으니 개인적으로라도 그런 기회를 가끔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거리를 보니 역시 보도를 오가는 사람들과 차도를 달리는 차량들이 바쁘게 움직였다.
비가 조금 내려서 그런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우산을 받친 사람이나 안 받친 사람이나 힘찬 모습으로 바쁘게 걸었고, 승용차나 버스나 시간에 쫓기는 것처럼 빠르게 질주하였다.
누군가와 어디를 가다 보면 “ 누가 쫓아오나, 왜 그렇게 도망가듯이 걷는 거야? 시간도 넉넉한데 다정하게 이야기하면서 천천히 갑시다” 동행이 그렇게 말한다.
그러면 멈칫하며 “그런 것은 아니고 평상시나 다름없는데 빠르다고? 그럼 천천히 갈까” 하고는 몇 걸음은 천천히 걷는다.
하지만 조금 있다가 그 말을 들은 사람은 물론이고 그 말을 한 사람조차도 바쁘게 걸음을 재촉하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식사 배급을 끝내고 나서 내무반장이 “지금부터 식사시간 3분, 식사개시!” 라고 외치면 “감사히 먹겠습니다” 하고 외치고 식사를 끝내고 나면 한 참을 기다려야 3분이 다 되어 “식사 끝!”이라는 명령이 떨어지는 것이 논산훈련소 훈련병들 식사 시간이었는데 그렇게 바쁘게 먹어도 배탈 나거나 소화불량에 걸려서 고생한 훈련병은 하나도 없었던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먹는 시간은 가장 즐거운 시간이니 꼭꼭 씹어 맛을 음미해가면서 1시간이 넘게 천천히 식사하는 것이 서양 사람들이나 그렇게 천천히 먹었다가는 먹는 것 갖고 고문한다 여기며 이빨이 아프고 입안이 얼얼하도록 먹어 치워야 먹은 것 같이 느끼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이다.
그렇게 바쁜 중에서도 여유를 갖고, 빨리 하는 중에 묘미를 아는 것이 우리나라 사람들이니 그를 간관한 채 느긋한 것이 여유가 있고, 느리게 하는 것이 실수가 없다고 하는 것은 어폐가 있는 것이다.
출근시간까지는 시간이 아직 넉넉하게 남아 있고, 옷이 젖을 정도로 비가 내리는 것도 아니건만 다들 참 바쁜데 그 것은 남는 시간을 활용하고 비 오는 것에 대비하여 바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기에서 남다른 장점을 갖고 있는 멋있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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