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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오버하는 것인지, 언더인 것인지

by Aphraates 2008. 8. 21.

오버랜오버(Over and Over)는 그리스 태생의 팝 가수 나나 무스꾸리 (Ioanna Mouskouri)가 아름다운 사랑과 추억을 경쾌하면서도 잔잔하게 노래한 불휴의 명곡이다.

지금은 고희가 훨씬 넘은 할머니이다.

그 노래를 한창 부를 때가 몇 살적인지는 모르지만 두터운 뿔테 안경에 긴 머리를 늘어트리고 그 노래를 부르면 참 멋있고 감미로웠다.

나는 실상 그 노래보다는 놀라운 은총(Amazing Grace)을 더 좋아하는데 수많은 팝 가수들과 우리나라 가수들이 Over and Over를 리바이벌하여 불렀지만 나나 무스꾸리가 부른 것보다는 못한 거 같다.


오늘 버스를 타고 오면서 무슨 계기가 되어 Over or Under(오버로언 : 오버하는 것인지 언더인 것인지)를 생각하다 보니 그 노래가 떠올라 나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흥얼거려졌다.

물론 가사를 다 아는 것도 아니고, 멜로디를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지만 기분 좋으면 휘파람이 불어지듯이 주어 들은 풍월로 대충 그래본 것이다.


운전기사가 무척 차분하고 친절한 것이 여유가 있었다.

타는 승객한테는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내리는 손님한테는 “안녕히 가시고 좋은 하루 되세요”는 기본 인사였고, 그때그때 승객과 차량(교통) 사정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안내를 하였다.

그런데 작은 일에도 감동하며 자기감정을 크게 표현하는 서양 사람들과는 달리 그런 친절과 호의에 익숙하지 못해 어색해하는 것이 우리 동양 사람들이 살아 온 방식이자 단점이다.

운전기사는 자연스럽게 인사하였지만 승객들은 어리둥절하여 얼굴이 붉어져서 아무 응답도 못한 채 허둥대면서도 잽싸게 버스 뒤편 좌석으로 가서 앉곤 하였다.

차에 오를 때 운전기사의 인사를 받고 반갑게 웃으며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한 다음에 버스 중간쯤에 앉아서 최선을 다 하는 운전기사의 친절함과 무관심한 승객의 무뚝뚝함으로 대조된 극과 극의 모습을 보느라니 내가 다 미안했다.


헌데 그런 묘한 기운은 내가 내리는 정거장에 도착하기 전의 기다란 신호에 걸리고서 더 묘하게 되었다.

운전기사가 손님들은 각자가 귀중하신 분들이니 안전하게 모시는 것이 버스 회사와 운전기사의 의무이고, 손님들은 그를 최대한 보장받아야 한다고 할 때 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말미에 손님들한테 그렇게 안내를 해도 정거장에서 차를 타려고 급하게 차도로 내려오고, 차가 정거장에 도착하기 전에 자리에서 일어설 필요 없이 편안하게 앉아 있다가 정차하면 일어서서 나와야 되는데 전 정거장에서 출발하자마자 일어서서 차 문 앞에 서서 기다리고 한다며 항상 웃는 얼굴로 손님들을 대하려고 해도 우리도 사람인 이상 낯을 붉힐 때가 있다고 마이크에 대고 훈장 선생님이 학동들한테 훈계하는 것처럼 말하는 것이었다.

내리려고 문 앞에 서 있던 아주머니들이 무슨 죄인처럼 고개를 푹 수그리더니 차가 정차하자마자 뒤 돌아볼 것도 없이 쏜살같이 내뺐다.


버스에서 내려 동료 차를 합승하여 출근하면서 생각하니 기분이 묘했다.

운전기사가 오버(Over)를 하는 것인지 내가 언더(Under)인 것인가?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운전기사는 너무 오버하고, 나는 너무 부정적으로 본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런 친절에 익숙치 못한 무뚝뚝한 사람들은 기분이 어땠을까?

“아니, 자기가 세상 근심 걱정 다 짊어지고 세상의 질서를 바로 잡겠다는 거야 뭐야? 버스 운전기사면 운전이나 잘 하면 되지 누가 누굴 가르치려고 그러는 거야? 내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오네” 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예, 기사님. 제들이 잘 못됐습니다.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조심할 테니 노여움 푸시고 안녕히 가세요” 라고 생각했을까?

그도 아니면 운전기사가 무슨 얘기인지 하는 것 같지만 내 코가 석 자인데 그게 귓구멍에 들어올 리도 없는지라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헐레벌떡 내려 목적지를 향하여 뜀박질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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