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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가재미눈 뜨고 전쟁하러 왔나?

by Aphraates 2008. 8. 23.

남들로부터 푸근하고 여유로운 인상을 받는 것은 그 사람의 큰 장점으로서 살아가는데 엄청난 프리미엄을 갖는 것이다.

그런 장점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이지만 후천적으로도 웬만큼 보충될 수 있는 것이어서 장점을 개발하는 만큼 자신에게 이득이다.

사람이 태어났으면 입신양명(立身揚名)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베푸는 사람은 못 될지라도 잠시라도 함께 하고 싶고 뭐라도 하나 더 주고 싶은 사람이되 남들로부터 지탄을 받는 사람은 되지 말아야 할 텐데 누구를 만나 무슨 일을 하던 가재미눈을 뜨고 산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가재미눈 뜨고 전쟁하러 왔나?

그 사람에게서 푸근하고 여유로운 면은 찾아 볼 수가 없고 매사에 날을 세우며 부정적이고 시비조다.

화기애애하고 잘 돌아가다가도 그 사람만 나타나면 일순간 분위기가 냉랭해지고, 그 사람과 부딪히면 피곤하여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슬금슬금 자리를 피한다.

그러면 그렇게 가재미눈을 뜨고 째려보는 본인은 잘 하느냐?

그렇다면야 그 고약한 눈 값 한다며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 것도 아니다.

자기는 완벽하다고 생각하는지 모르지만 남들이 볼 때는 허점투성이다.

그런데도 오히려 자기가 하는 것은 모두가 옳고 남이 하는 것은 무조건 그르다고 하니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 손님 떨어지는 소리만 들린다.


세상은 남음이 있고 모자람이 있는 것이다.

술이 남으면 안주가 모자라고, 술이 모자라면 안주가 남는다.

오른손이 길면 왼손이 짧고, 오른손이 피곤하면 왼손이 힘을 발휘한다.

자로 잰 듯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할 수가 없다.

정당한 이득을 얻기 위하여 노력하지만 항상 그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어서 잠시 궤도를 벗어나 손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그런 것을 알고 인정한다면 살아가면서 가재미눈일 필요가 없다.

안 그래도 얼마든지 즐겁게 잘 살 수 있는 데 왜 그렇게 쓸데없는 가재미눈으로 무미건조하게 사는 것인지 모르겠다.


가재미눈은 타인이나 인간 시스템상의 문제가 아니라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고쳐지지 않는 본인의 오류이다.

그런 가재미눈으로 어찌 성숙한 성인 행세를 한다는 것인지 구제불능이다.

넓기도 넓은 세상에, 많기도 많은 사람 중에 그런 가재미눈이 없다면 오히려 이상하다고 인정은 한다.

그러면서도 막상 그런 사람과 마주치면 자신도 가재미눈을 뜨고 대응하지 않으면 안 되니 피하면 피할수록 더 들러붙어 백의(白衣)를 더럽히 �껌벙같은 사람들이다.


친목 행사에 참석하러 가면서 어느 가재미눈의 차를 타게 되었다.

함께 하기 싫었지만 행사장까지는 멀지 않은 거리이고, 내가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 대화가 안 되어 괜찮겠지 하는 생각으로 동행하였는데 그게 오판이었다.

가재미눈은 출발하면서부터 매사에 불만투성이였다.

직장에서 있었던 불편한 일로 시작해서 차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믿음직스럽지 못 하다느니, 신호체계와 도로가 잘 못 됐다느니, 옆으로 지나가는 차가 난폭운전이라느니, 신흥 도시계획이 수준이하이니, 자기의 건강이 안 좋다느니, 방송과 신문이 제 역할을 못 한다느니, 아이들의 가정과 학교 교육이 비정상적이라느니......, 자기가 생각하고 지나가며 보이는 족족을 다 불만스럽게 얘기했다.


공감하는 면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오늘은 그냥 지나쳐야겠다고 다짐하였지만 너무 그러는 것이 듣기 싫어서 부딪혔다.

“그래서? 세상을 한 번 들어 엎겠다는 거요? 너절하게 늘어놓지 말고 간단하게 얘기해요. 맘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다는 뜻 같은데 다 버리고 산속으로 들어가겠다는 건지 외국으로 튀겠다는 건지 뭐요? 그렇게 말하는 당신도 완벽하지 못한 거 같으니 너무 그렇게 세상을 비관적으로 보지 말고, 세상 사람들을 흉보지 마요. 내가 보기에는 모든 것을 불만스럽게 말하는 당신한테 더 큰 문제가 있는 거 같으니 조심해요. 눈을 부릅뜨고 번득거려도 살기 힘든 판에 그렇게 사시 눈을 해 갖고서 뭘 하겠다는 것이지요? 괜히 그래봐야 다른 사람들만 더 피곤하니 혼자 화장실에 들어가 머리를 쥐어뜯던 말든 하고 나 있는데서 그런 얘기는 제발 그만 좀 해요” 라고 튀었다.

그랬더니 그제서야 열변하던 것을 그치고 한 발 물러서서는 그렇다는 이야기일 뿐이라고 하였다.

그래도 확실하게 마무리는 지어야할 거 같았다.

“어려운 것은 다 마찬가지고, 안 되는 일도 많지만 언젠가는 해소될 것이라 믿으며 열심히 일하고 참으면서 견디어 내는 거요. 불만스럽다고 해서 당신처럼 여기저기 다니면서 맘대로 내뱉으면 어떻게 되겠어요? 세상 뒤죽박죽되어 그런 불평불만도 하지 못하게 될 거요. 제발 조용하고 맘 편하게 좀 삽시다” 라고 일침을 가하였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고쳐질 태생의 성격이 아니지만 뭔가 로부터 시달림을 받아야 그런 소리가 쉽게 안 나올 거 같은 가재미눈이다.


자어(子魚)일 때는 정상적이던 눈이 치어(穉魚)가 돼 가면서 오른쪽(광어는 왼쪽)으로 돌아가는 가재미처럼 되었나?

착하고 선하던 사람이 어쩌다가 저리 못쓰게 변하였을까?

잘 돼도 자기 것이고, 못 돼도 자기 것이지만 참 피곤한 사람이다.

좋은 눈을 가진 사람이 가재미눈처럼 뜨고 세상을 주시하여 눈을 버릴 것이 아니라 좋은 눈이 아닐지라도 부엉이처럼 동그랗게 뜨고 세상을 바라본다면 시력도 좋아질 텐 데 그러는 것인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작가 홈페이지 : http://blog.daum.net/kimjyy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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