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 S호텔에서 있은 모교 대학(원) 이(李)교수님의 정년퇴임 사은회 기념식에 다녀왔다.
과 동문회 주관으로 치러진 행사로서 교수님 내외분과 가족 친지, 모교 총장님을 비롯한 과 교수님과 원로 명예교수님 들, 같은 전기공학과 계통의 졸업생과 재학생 제자들 등 수 백 명이 함께 모여 오붓한 시간을 가졌다.
전기(電氣)의 기초학문이자 가장 난해한 과목인 자기학(磁氣學)을 가르치시면서 어진간히도 깐깐하시고 생전 늙지 않으실 거 같은 교수님이셨는데 지나온 삼십 여 년의 세월을 회고 하시며 감사의 인사를 하시는데 많이 부드러워짓고 연로하시게 보였다.
당신께서 평소에 말씀하셨듯이 여자는 얼굴로 늙고, 남자는 마음으로 늙는다는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인사 말미에 누구라도 세월의 흐름은 거역할 수 없으니 겸허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전제하시고는 이제는 손에 움켜잡고 있던 풍선들을 하나하나 놓으며 아름다운 인생을 마무리하려고 한다면서 당신의 오늘이 있기 까지는 함께 해 주신 여러분들의 은혜로서 그를 잊지않을테니 기억해달라고 하시는데 는 가슴이 뭉클했다.
축사의 연속인 1시간이 넘는 행사가 끝나고 케이크 절단과 샴페인 축포가 있었고, 이어서 파트별로 기념촬영을 하였다.
전(全) 원로 명예 교수님의 제창으로 퇴임하시는 교수님과 가족을 비롯한 참석하신 모든 분들의 건강과 행운 그리고, 모교와 과의 무궁한 발전을 위하여 건배를 하고 우렁찬 박수를 쳤다.
은은한 음악이 흐르고, 교수님의 지나온 발자취를 여상으로 만든 그림이 비추이는 가운데 소연이 베풀어졌다.
교수님께서는 샴페인 병을 들고 테이블 여기저기를 다니시면서 잔을 권하셨는데 우리 테이블에 오셔서는 바쁜데 이렇게 축하해줘서 고맙다고 하셨다.
건강하셔야 한다며 술잔을 받으면서 보니 얼굴은 붉게 상기되셨지만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셨다.
그래서 “교수님, 이제 그만 돌으시고 뭘 좀 드셔야지요?”라고 말씀드렸더니 “난 괜찮아. 천천히 먹어도 되고, 오늘 같은 날에는 안 먹어도 배부르니 자네들이나 천천히 많이 먹고 즐거운 시간 되게나” 하시면서 다른 테이블로 가셨다.
대답은 “예”하였지만 교수님이 안 보이는 곳으로 가시자 눈치 한 번 슬쩍 보고는 한 테이블에 동석했던 회사 종료들이 이제 그만 가자며 바로 연회장을 나와 정년퇴임식 하는 날까지 말 안 듣고 말썽부리는 제자들이 되었으나 마음에 걸리지는 않았다.
화사에서도 선배 동료들의 정년퇴임식이 이어지고 있고, 주변 분들의 정년퇴임식도 종종 있다.
정년퇴임식에 자주 참석하는 나를 보고 어떤 사람이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그 분들의 영광이자 복이지만 정년이란 말이 퇴색한 지금에 주변에 그런 사람들을 많이 둔 사람들도 자랑이자 복이라고 하였다.
너무 잦다는 불평을 하려는 참이었는데 그 소리를 듣고 보니 내가 평소에 느끼지 못 해서 그렇지 정년을 맞이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복 받는 일인지 알 수 있었다.
직장에서 자의 또는 타의로 도중하차 하는 사람들이 태반인 지금 실정에서 자기가 처음 시작한 일에 끝마무리를 한다는 것은 분명히 복 받은 것이다.
작가 홈페이지 : http://blog.daum.net/kimjyy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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