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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공격이 최선의 수비, 수비가 최선의 공격?

by Aphraates 2008. 8. 25.

온 인류의 관심거리이자 지구촌 축제의 한 마당인 제 29회 하계 베이징 올림픽이 폐막되었다.

중국이 그를 위하여 100년을 기다렸다고 하는데 그 관심과 염원에 부응이나 하듯이 역대 최대 규모와 화려함과 신기록 수립, 사상 초유의 경비와 인원을 동원한 스팩타클함, 장풍과 비상으로 진검승부를 벌이는 무협지를 상상케 하는 인상적인 올림픽으로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다.

우리나라는 수영 자유형 400m 우승의 박태환 선수와 세계 신기록을 3개나 수립한 역도의 장미란 선수 등을 포함하여 예상했던 것 보다 괄목할 만한 성적을 올렸고, 전체적으로도 자메이카 우사인 볼트의 육상 100m 세계 신기록 수립과 미국 수영 선수 펠프스의 8관왕 기록 등 스릴 넘치는 게임이 많았다.

물론 옥에 티처럼 티베트를 비롯한 소외 계층에 대한 반인권 문제, 국제 테러에 대비한 삼엄한 보안과 경비, 올림픽 이후 거대한 시설 재활용 등 문제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잘 된 올림픽이었던 것 같다.

중국은 내가 좋아하는 나라이고 가는 길이 그리 어려운 길이 아니어서 17일간의 올림픽 기간동안에 한 번쯤 다녀올 만도 했었는데 그러지 못 하고 끝나고 나서 왜 그런 생각조차도 하지 못 했던가 하는 후회가 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스포츠를 통하여 지금 처한 근심 걱정을 잊고 미래에 대한 희망에 가슴 부풀던 예전처럼 그렇게 열광적이었던 분위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스포츠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참가하고 보고 즐기는 선진국 형으로 바뀌고, 같은 문화권에 시차가 1시간 밖에 안 되어 밤샘하여 그 다음날 꾸벅꾸벅 조는 일 같은 것이 없다보니 이색적인 감이 덜 하였기 때문인 거 같았다.

그런 국민 정서와 분위기와 다른 경우도 있었다.

올림픽은 메달 순위 성적보다도 스포츠를 통한 세계인의 화합과 건강한 삶을 중요시 여기는데 그런 올림픽 정신을 뒤로 하고 승패에 연연한 사람들,  서서히 일기 시작한 반한 감정은 누그러뜨리지 못 하면서 다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논공행상 논란을 일으킨 사람들, 스포츠에 대하여 인식을 상이하게 하며 새로운 불씨를 남긴 사람들은 자랑스러운 우리 건아들과는 좀 다른 모습이었다.


그런 명암이 교차한 올림픽이었지만 다들 수고한 결과 이번 스포츠 정신과 역할에 충실했다고 생각한다.

선수단은 이제 있었던 영욕을 뒤로 하고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며 최선을 다한 사람들은 국민들이 보내는 축하의 메시지를 받고, 그런 박수를 받기가 미안한 사람들은 다음에는 잘 하겠다는 자숙하며 더욱더 분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보름 여 동안에 걸쳐 올림픽을 지켜보면서 다시 한 번 느낀 것이 있다.

운동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인기를 구가하기 위해서는 수비보다는 공격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관중들은 수비 위주의 경기보다는 공격 위주의 경기에 더 시원하고 통렬해 하며 환호성을 올렸다.

수비를 잘 하는 것도 게임 잘 하는 방법일 수 있겠으나 그 것은 어디까지나 실수를 하지 않고 이기는 길을 찾는 것이지 직접적으로 이기는 길을 찾는 것은 아닌가 한다.

내가 봐도 수비 위주의 게임은 아주 답답했는데 중계하는 아나운서와 해설자도 한 방의 결정타가 아쉽다는 말을 연발하였다.

공격 위주가 어려우면 적어도 공격과 수비가 조화를 이룰 수는 있어야지 상대방 선수 실수를 바라는 것은 한계가 있어 보였다.

야구에서처럼 예외적으로 작은 수비 실수 하나로 대량 실점하여 “수비는 최선의 공격”이라는 해설이 종종 나오기도 하지만 공격으로 이길 확률은 수비로 이길 확률보다 훨씬 더 높으니 좀 더 공격적이었으면 좋겠다.


공격이... 

이 논리는 스포츠뿐만이 아니라 우리들의 모든 일상에서도 폭 넓게 통하는 거 같다.

무슨 큰 일이 벌어졌을 때 누군가가 나서서 너는 갑돌이로서 저돌적으로 공격해야 하고, 너는 갑순이로서 앙칼스럽게 수비해야 한다는 식으로 정해주지는 않는다.

그대로 놔둬도 순리에 따라 갑돌이는 남자로서 공격적이고 갑순이는 여자로서 수비적이라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공수의 위치가 정해지기 마련이다.

헌데 정해진 위치를 인정하며 그 틀 안에서 뭔가 하려고 한다면 문제가 없는데 공수의 위치에 따라 이해관계가 달라 그 인정한 룰을 인위적으로 파기하려고 하면 험담이 오고가며 문제가 된다.


갑돌이와 갑순이가 동구 밖의 물레방앗간에서 은밀하게 만났다.

한 참 은밀한 대화가 오가다가 갑돌이가 우악스럽게 공격적으로 나왔고, 갑순이는 죽어도 안 된다며 수비적으로 나왔다.

갑돌이 입장에서 보면 남자상위와 여자하위가 기본 틀인데 왜 남자 말을 안 듣는 것인지 열나서 더욱더 공격적이 되었고, 갑순이 입장에서 보면 기본 틀은 맞지만 상황에 따라 다를 수도 있는 것을 아직 때가 아닌데 왜 그렇게 무리를 하는 것인지 열나서 더욱더 수비적이 되어 얼굴을 붉혔다.

그렇게 옥신각신해봐야 결국에는 갑돌이가 승리하고 갑순이가 패배하는 전쟁 아닌 애정행각의 대세로 끝나겠지만 승리와 패배의 과정은 그렇게 험난하고도 먼 것이다.


우리들은 공수가 교차하는 모습을 종종 본다.

수세의 위기에 처했을 때 침묵하다가 어느 시점에 이르거나 그 시점을 만들어 일대 공세를 취하는 모습, 천정부지로 뛰는 물가에 흉흉한 인심으로 허리띠를 졸라매자는 말조차 할 수도 없을 때 납작 엎드려 힘을 비축하다가 틈새가 보이자 벌떡 일어나 힘차게 역공을 펼치는 모습이 많았다.

그런 모습을 숱하게 보고 경험하여 그 방면에 대해서는 익숙한데 그런 것들은 앞으로 언제 어디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니 감내해야 되지 않나 한다.

그렇다고 공격... 하는 것이 바쁘게 변하며 돌아가는 세상에 살아가는 방법의 전유물은 아니고 가끔은 수비가...하는 논리를 요긴하게 써 먹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작가 홈페이지 : http://blog.daum.net/kimjyyh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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