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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안 그럴 수 없겠니?

by Aphraates 2008. 8. 31.

분위기상으로도 남들 입방에 오르고 있다는 것을 알만도 하다.

남들이 피해를 입어 고통스러워 한다는 것을 터득할 만도 하다.

그런데 전혀 변화의 기미가 없고 개선의 여지가 없다.

그러는 너는 무슨 생각으로 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 거 알바 없다며 사람들을 엿 먹이는 것이냐?

아니면, 결함이 있다는 것은 알지만 달리 방법이 없어 그렇게 자신을 방어하며 살 수 밖에 없어서 입을 꾹 다물고 있는 것이냐?

그도 아니면, 자신이 어떻다는 것을 정말로 모르는 먹통이냐?


너, 안 그럴 수 없겠니?

어, 저 사람 또 그러네?

도대체 왜 저러는 거지?


살아 온 세월이 얼마이고, 그 나이라면 세상을 호령하며 좌지우지하는 사람도 있는 데 그런 소리를 들으며 수모를 당하는 것이 창피하지도 않니?

아무리 제 멋에 사는 세상이라고 하지만 가릴 것은 가려서 남들한테 피해는 주지 말아야지.

남들은 너하고의 연관을 기피하고 달라지기를 기대하지도 않기 때문에 네가 맨땅에 헤딩하여 머리가 깨지던 허공에 헛발질을 하여 가지랑이가 찢어지든 관심이 없다.

일말의 양심과 양식이라도 있는 사람 같으면 최소한 그런 것 정도는 삼가하는 예의는 지켜야 하는 거 아니니?

남들이 너 하나 때문에 얼마나 심난하겠니?

그 들은 너는 왕따 당하고 욕먹는 것도 사치라며 아예 무관심 권으로 돌려놓고 저래 갖고서 무슨 낙으로 사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하는데 그런 눈치나 채고 있니?

그만큼 사람들을 괴롭혔으면 됐지 무슨 병이 또 도져서 그러는 것인지 이상하다며 저 사람은 별종이 아니라 저급스런 수준이라는 말까지 나오는데 그런 비난이 있는지 알기나 하니?


너는 참 안 됐다.

그런 모습이 너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너 나름대로 애로사항도 있을 것이고, 너를 그렇게 만드는 사람들도 일말의 책임이 없다고 할 수도 없을 것이다.

또한 얼마든지 고쳐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너 스스로는 막무가내이고, 남들은 네가 그러거나 말거나 방치하고 있으니 서로가 참 못 할 노릇이고 피곤한 일이다.


너도 여러 사람들로부터, 여러 경로를 통하여,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듣고 있지?

좋게 나아가자는 권 충고, 그렇게 계속했다가는 엄중 문책한다는 강 경고, 너 때문에 못살겠다는 졸 원성, 네가 그러면 우리 가족은 어쩌느냐며 자성을 촉구하는 가 애원 그리고, 너 자신인 반 항변과 넋두리도 무 차포도 있지?


勸충고) 내가 너하고 절친하니까 하는 말이다. 네 본분을 지키고, 할 일을 하고, 남들과 어울리면서 세상을 즐겁게 살아라. 왜 그렇게 허구한 날 찡그린 얼굴에 쌈닭같이 시비조로 나오는 것인지 너를 잘 아는 나도 이해가 안 되고 사리사욕에 얽매인 것으로 보여 짜증스럽다. 어떻게 좀 고칠 수 없겠니?


强경고) 너에 대한 불만의 진정서가 그치지 않고 있다. 네 위치와 임무를 망각하고 엉뚱한 짓만 하며 남들과 분란을 일으키기 때문에 너하고는 도저히 함께 살 수 없다고 하니 어떻게 하겠니? 공식적인 절차로 들어가 조사를 하여 시시비비를 가려 처리를 할까? 아니면, 네 스스로가 알아서 문제점을 해소시키겠니? 더 이상 이런 상태로 나갈 수는 없다. 앞으로 두 달의 말미를 줄 테니 그 때까지 산적한 문제들을 클리어 시키고 새로 출발하던지, 모든 것을 그만두던지 양자택일을 해라. 이제 참고 이해하는 데 한계의 꼭짓점에 왔다.


卒원성) 이 것 봐! 좋은 게 좋은 것이라고 했으니 서로 피곤하게 하지 말고 잘 좀 해 봐. 네가 세상 개혁하는 것도 아니잖아? 잘하려고 할 것도 없이 보통으로만 해. 잘 하고 싶다는 마음은 알지만 마음뿐이지 제 역할을 못하고 부족하니까 일이 안 되잖아? 그런데도 현실과 동떨어진 것들을 하라고 강요하고 있으니 남들 인내심 테스트하는 것도 아니고 그게 잘 되겠어? 부글부글 끓고 찢어지는 소리가 그냥 나오는 게 아니고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야. 그렇게 살면서 사람들을 이끌려니 너는 너대로 어렵다고 하겠지만 남들이 볼 때는 네가 그러고서도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느냐며 억세게도 재수 없다고들 그래. 들을 귀가 있으면 좀 들어라.


家애원) 우리 가문의 대들보인 네가 그러면 우리 집안이 무엇이 되겠니? 우리들이 설 자리가 없다. 내 맘에 안 들고 성질이 나더라도 네 위치와 우리 가문을 생각해서 참고 견디어 봐라. 죽고 사는 문제도 아닌데 왜 그렇게 남들한테 욕먹고 사니? 제발 건재하여 우리 가문을 지켜다오, 응?


反항변) 이것들 봐! 나는 아무런 잘 못이 없는 뭘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얘기해 봐. 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알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 하는 네들이 문제인데 그 걸 왜 나한테 들써 씌우는 거야? 그러고서도 네들의 본분을 다 했다고 두 다리 쭉 뻗고 잠이 오겠어? 나 같으면 수면제 한 병 다 먹어도 잠은커녕 눈만 말똥거리며 고심하겠다. 나에 관해서 뭐라고 하는 사람들은 다 반역으로 간주하고 투쟁할 것이니 네들 맘대로 해봐라.


無차포) 저렇다니까 그러네. 다 소용 없으니 무슨 말을 하지 말아야 돼. 외면당하는 사람이 더 문제지만 그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문제는 있어. 그러나 해결될 기미가 조금도 없으니 죽이 되던 밥이 되던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넘겨버려. 여태까지 흰머리 하나 없이 잘 살아왔는데 괜히 그런 데 끼어들었다가는 백수(白鬚)되니 신경 끊자고. 마주 보고 달려오는 기차도 못 되는 양측(兩側)은 널널한 잔돈푼들이나 마찬가지이니 없는 것으로 치고 사는 게 속 편하지 않겠어?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면 난감 그대로이다.

맑은 정신으로 궁리해 봐도, 술에 취해 흐트러져 봐도 반 항변의 중과실을 보전하고 재발발을 막을 길이 보이지 않는다.

너나 할 거 없이 다들 혼탁한 머리에, 음침한 얼굴에, 축 늘어진 손발에 눈치 보며 느릿느릿하게 안 보이는 곳으로 숨어들고 있어 짓다 말은 건물이 서 있는 공사판은 폐허가 돼 가고 있다.

더위가 한 풀 꺾여 아침저녁으로는 제법 선선한 팔월의 마지막 날이 이런 걱정들과 더불어 마무리되어 간다.


너, 안 그럴 수 없겠니?

여름날의 무덥던 날들도 끝나 가는데 내 년 여름에 다시 도질지라도 그 더위에서 좀 어떻게 빠져 나올 수 없겠니?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맥주병의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렇게 근심스럽게 물어보는 것은 일을 그르치게 하자며 험담하는 비관론적인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통하여 소통하고 이해하면서 잘 되게 하자는 희망적인 차원에서이다.

그러니 그를 알 사람은 알아야 할 텐데 되지 못 하게 또다시 이상한 방향으로 오해를 하고 엉뚱한 트집이나 안 잡는 것인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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