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는 커플링(Coupling)반지가 유행이었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또는 뜻이 통하는 사람끼리 같은 모양의 반지를 세트로 만들어 나누어 끼고 다니면서 너의 반쪽은 나요, 나의 반쪽은 너라는 것을 확인하며 좋아하는 것은 생각만 해도 즐겁고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런 애틋한 마음을 초지일관으로 간직하고 사는 것이 아름답게 잘 사는 인생살이의 정답인데 오답이 나올 때도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우리들은 지금도 커플링의 낭만이 살아있고, 색이 바라고 일그러진 커플링의 근본을 지키기 위하여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누구나 커플링의 마음을 늘 간직하고 짝꿍으로서 살았으면 좋겠다.
사무실에 있다 보면 가끔 밖에서 염소 우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면 쌍안경으로 소리 나는 법면 쪽을 확인해 보는데 늘 같은 상황이다.
염소가 소리 내어 우는 것은 무리에서 이탈한 놈과 다른 놈들이 서로를 찾기 위하여 그러는 것이다.
한 놈이 혼자 풀을 열심히 뜯거나 펑퍼짐한 곳에서 편안한 자세로 놀고 있다가 무리가 안 보이면 당황스러워 하며 사방에 대고 큰 소리로 울어댄다.
멀리 떨어져 있는 무리의 다른 놈들도 외마디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함께 울어대며 마중 나가는 식으로 달려가고, 길 잃었던 놈도 무리들의 위치를 알아채고는 외롭게 울어대며 무리 쪽을 향해 달려간다.
그 뒤로는 아무 소리가 안 들려 어디로 도망들 갔나 하고 다시 쌍안경으로 확인해 보면 풀을 뜯다가 자기들끼리 뿔싸움을 하면서 평화롭게 놀고 있다.
길 잃었던 염소와 그 염소의 울음소리를 듣고 함께 울어 대며 마중을 나가는 염소가 무리 중에서의 커플링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잠시 떨어져 있는 것도 참지 못하고 서로 만나려고 하는 것은 동물적인 본능이자 사랑이 아닌가 한다.
지난주에는 휴게소에서 자매님들끼리 커플링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귀동냥하였다.
한 자매님이 “이웃 집 영감님은 비슷한 또래의 마나님과 재혼하신지 몇 년이 되었는데 갈수록 꽤가 쏟아져요. 하시는 것들 보면 닭살 돋고, 마나님이 뭘 그렇게 잘 해 먹이시는지 영감님은 피둥피둥 한 것이 열 살은 더 젊어 보여요. 우리 시아버님은 건강이 안 좋으시고 혼자이시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같은 또래인 그 분에 비하면 상노인이에요” 라고 하였다.
그러자 다른 자매님이 “남자들은 그렇다니까요. 여자들이야 나이 들수록 혼자인 것이 편하지만 남자들은 여자가 없으면 형편없고 얼마 살지도 못해요. 그러니 홀로된 아버지한테 하는 효도 중에서 가장 큰 효도는 새 장가를 보내 새 어머니를 들이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그렇게 제금 내는 것이 자식들 입장에서도 훨씬 나아요” 라고 하였다.
그러니까 원조 커플링이 아닌 이상한 커플링이지만 따로 국밥보다는 백 번 났다는 것인데 그 자매님들뿐 아니라 다들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맞는 말인 거 같다.
지난해에 많은 사람들의 부러움과 축복을 받으며 웨딩마치를 울렸던 명문대 출신의 연예인 커플링(탤런트 안 재환 & 개그우먼 정 선희)이 일 년이 채 안 되었는데도 적어도 겉모양만은 영원히 못 쓰게 깨져서 사람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왜 그랬느냐는 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가신 분을 더 안타깝게 하고 있는데 사정이이야 어찌되었던 그 것은 가신 분에 대한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다.
먼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사랑하는 한 짝을 놔두고 혼자 가는 비통함이 아니더라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 될 수 없는 대죄이지만 그 것 까지도 용서하시고 편안한 품에 안아주시라고 청한다.
아울러 모든 사람들에게 죽을 용기로 고난을 극복하고 살아가는 용기와 지혜를 주시라고 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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