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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직격탄

by Aphraates 2008. 9. 10.

시누이와 올캐 사이는 가까우면서도 멀고, 좋으면서도 나쁜 사이다.

그리고 나이에 관계없이 올캐보다는 시누이가 상전 같고, 올캐는 너그럽고 풍만하지만 시누이는 까다롭고 말라깽이 같다는 선입견이 든다.

시누이와 올캐 사이를 이야기하면 오월동주, 견원지간, 동병상린, 동상이몽,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당신과 멀리 하기엔 너무 가까운 당신 같은 말을 함께 써도 좋을 것 같다.


시누이와 올캐는 피차가 좀 껄끄럽게 생각한다.

없는 것 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지만 별 일이 없을 때는 그럭저럭 괜찮다.

기분 좋으면 동반자적인 관계가 되어 서로를 이해하며 감싸기도 하고, 가끔은 깊은 속내까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며 죽이 척척 잘 맞아 돌아가기 때문에 친 자매 이상으로 가까울 수도 있다.

그러나 기분이 나쁘면 적대적인 관계가 되어 서로가 사사건건 부딪히며 헐뜯고, 무슨 말 한 마디만 나오면 무슨 배알이 그리도 꼬였는지 쐐기처럼 쏴 붙이며 설레설레 고개를 내 저으며 틈을 만들어 철천지원수보다도 더 멀게 느껴질 수도 있다.

고부간이라면 세대 차이라도 나니까 그런다고 치지만 그만그만한 여자들끼리 그런다는 것은 여자들의 타고난 시기와 질투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닌가 한다.


시누이 입장에서 보면 올캐는 못 마땅하다.

오라비(동생)를 빼앗아 간 것도 서운한데 뒤에서 안 보이게 오라비를 조종하여 은근히 자기 뜻을 펼치려 하고, 남의 집 사랑이 되었거나 될 시누이를 암암리에 견제하며 대접이 소홀하니 좋은 소리가 나올 리 없다.

집안에 무슨 작은 일만 있어도 그 것은 새로운 사람이 잘 못 들어와 대대로 평화롭게 이어오던 가정 질서를 흔들어 놓았기 때문이라 하고, 오라비가 가족과 집안일에 미온적이면 그 것은 가족과 집밖에 모르던 착하고 순한 사람을 여우같은 올캐가 홀려서 그런 것이라고 간주하기 때문이라 생각하며  작은 것에도 민감하게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올캐 입장에서도 시누이를 고운 눈으로 바라볼 리가 없다.

시누이는 올캐가 뭘 한다면 일단은 그게 아니라고 잘라버리는 부조건 반대주의자이고, 새털만한 잘 못이라도 있으면 트집을 잡으며 자꾸 키워 코너로 몰아붙여 기를 펴지 못 하게 만든다.

그러다가 시누이 혼자로는 힘에 붙이는 것 같으면 가끔 화상이라고 구박하기는 하지만 영원한 우군이자 적어도 며느리한테는 막강한 파워를 자랑하는 엄마를 등에 업고 한 패가 되어 떼잽이로 나온다.

엄마와 딸은 며느리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통제하며 서로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무슨 문제가 있어서 며느리가 고개를 들라치면 동전 500원 넣고 못 나오게 사정없이 두드리는 두더지처럼 만들기도 하고, 뒤에서 갖은 모사를 꾸며 올캐를 곤경에 빠트려 놓기도 한다.

엄마와 딸은 죽이 척척 잘 맞는다.

엄마가 며느리를 구박하면 딸은 고소하여 몰래 몰래 한 방씩 져 박으면서도 내색을 안 하고 “올캐가 그럴 수도 있는 것인데 엄마는 괜히 그런다” 며 올캐 편을 드는 척 하니 때리는 시어미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밉다고 하나도 틀리지 않다.


그렇다면 올캐는 못된 시누이한테서 호된 시집살이를 하며 죽어지내야만 하는가?

그거는 아니다.

올캐의 존재를 알려야 한다.

며느리와 올캐라는 입장이 남편의 우뢰와 같은 성원과 전폭적인 후원이 아니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는 약자이지만 가끔 소리 소문 없이 표 안 나게 시어머니와 시누이한테 직격탄(直擊彈)을 날려야 한다.

라이트급이 죽을힘을 다하여 한 방 날렸지만 간지럽다고 비웃는 헤비급 같았다가는 매사에 질질 끌려 다니며 곤란을 겪게 되니 절체절명의 순간에 천지가 진동할 정도로 강력하여 한 방에 넉 다운이 되도록 회심의 일격을 가해야 한다.

섣부르게 날렸다가는 살살 긁어 놓고 설 다뤄서 성질빼기만 더 못 되게 만들어 기만 더 성하게 할 수도 있고, 부메랑처럼 되돌아와 내가 일격을 당할 수도 있고, 장난삼아 쏜 새총처럼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다.

헌데 직격탄은 올캐가 시누이한테만 날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시누이가 올캐한테도 날릴 수 있고, 쌍방에서 날린 직격탄이 공중에서 추돌하여 산산조각이 날 수도 있으니 한 방이 헛방이 안 되도록 잘 날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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