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워크(Corner Work)는 원래 야구 용어다.
마운드의 투수가 타자석의 타자한테 투구를 할 때 무릎과 어깨 사이의 높이와 양 어깨 사이 넓이인 스트라이크 존의 좌우로 교묘하게 공을 던지는 기술을 말한다.
투수는 겉으로는 “어디, 네가 어디 치려면 한 번 쳐봐라” 하고 정면 승부를 하겠다는 것처럼 제스처를 취하고 타자를 눈 아래로 깔고 내려다보면서도 속으로는 슬쩍 한 발 물러서서 옆으로 살짝 비켜나가는 코너워크 공을 던진다.
그런 투수에 대항하는 타자는 겉으로는 “그래, 네가 아무리 죽을힘을 다하여 강속구를 던져도 쳐 내겠다” 하는 표정으로 방망이를 들고 독수리처럼 투수를 째려보면서도 속으로는 인코스나 아웃코스의 코너워크를 구사할지도 모른다며 경계를 한다.
투수가 코너워크를 쓰는 것은 타자를 혼란시켜 공을 못 치게 하거나 빗맞게 하여 아웃시키기 위한 게임 전략이다.
코너워크가 잘 되어 직구와 변화구와 함께 적절하게 섞어서 투구하면 방어율이 좋아진다.
반면에 타자는 투수와는 정반대 입장이다.
투수가 어떻게 코너워크를 구사하는지 파악하여 계속하여 코너워크를 유도하고 파울 볼을 만들어 투구 수를 늘리게 한다.
그렇게 하여 투수를 지치게 만들어서 힘없는 정면승부를 벌일 수밖에 없을 때 그를 놓치지 않고 한 방 시원하게 날려 투수를 공략하고 타율과 타점을 올린다.
야구는 다양한 작전이 있는 머리싸움이라고 한다.
미국 프로팀과 대만 아마추어 팀처럼 실력 차이가 월등하다면야 머리고 작전이고 다 무용지물이지만 우리나라와 일본 팀처럼 실력이 그만그만하여 호형호제한다면 승리하기 위해서는 머리와 작전이 절대로 필요하다.
그 머리와 작전의 투수전을 펼칠 때 한 가운데 있는 것이 코너워크인데 작전하는 감독과 투타 코치, 실전에서 뛰는 투수와 타자가 손발이 잘 맞아야 한다.
코너워크가 야구에서는 약방의 감초 같은 것이지만 독소적인 측면이 없는 것도 아니다.
코너워크가 중요한 야구 작전의 하나로 이기기 위한 기술임에는 분명하나 관중들 입장에서 볼 때는 코너워크가 많으면 재미없는 투수전 양상의 야구가 되어 야구 스스로 발목을 잡히는 약점이기도 하다.
야구는 뭐니 뭐니 해도 정면승부를 펼치며 시원스럽게 던지고 통쾌하게 쳐 내는 투타의 난타전으로 대량 득점을 올려야 재미있다.
하지만 게임을 운영하는 감독진이나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열광하는 관중들한테는 좀 미안하지만 이기기 위해 코너워크를 구사하면서 지루한 게임을 펼칠 때도 있는 것이다.
적절한 코너워크 하나로 게임의 승패가 좌우되는 경우가 흔하니 한 게임 차이로 웃고 울고, 공명(功名)이 왔다 갔다 할 수도 있으니 절묘한 코너워크 작전을 안 펼칠 수도 없다.
코너워크를 잘 구사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것은 야구에서나 통하는 것일까?
그 건 아니다.
육상, 빙상, 권투 등 다른 경기에서도 비슷할 뿐 아니라 우리네 인생살이 어디에서도 통한다.
사람이 무슨 일을 하던 간에 타이밍에 맞게 적재적소에 밀고 당기며 적절한 코너워크를 해야 힘 적게 들이고 좋은 성과를 얻어 만족할 수 있다.
그를 간과한 채 전력 질주해야 할 직선 코스에서 코너워크를 하거나 속도조절을 해야 할 코너워크 코스에서 전력 질주한다면 힘은 힘대로 들면서 만족할 만한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남들의 원성을 사면서 까지 나의 입장에서 나의 이익만을 위하여 사악한 코너워크를 구사하라는 것은 아니고 어디까지 정당하고 모든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酒逢知己千鍾少 話不投機一句多 (주봉지기천종소 화불투기일구다 : 술은 나를 알아주는 친구를 만나면 천 잔도 적고, 말은 뜻에 맞지 않으면 한 마디도 많다, 明心寶鑑)이자, 士爲知己者死 女爲悅己者容 (사위지기자사 여위열기자용 :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知己)을 위해 목숨을 바치고, 여자는 자기를 이뻐해주는 사람(悅己)을 위해 화장을 고친다, 史記)이라고 하였으니 그를 잘 실천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그리고 코너워크를 잘 하여 말은 적지만 알아주는 사람 많고, 사람은 적지만 예쁨을 보여 줄 사람이 많은 자는 행복하다.
또한 겸손하면 천하를 얻는 것이지만 교만하면 천하를 잃는 것이라는 말은 잘 하는데 그 것은 너한테 해당되는 것이 아니고 나한테 해당되는 것이라고 스스로 감내하는 희생을 하고 있으니 그 진하디 진한 자욱이 지워지지 않도록 애쓰는 모습은 아름답다.
매부가 밤이면 밤마다 좌로 우로, 깊고 얕게, 강하고 약하게 코너워크를 잘 하면 누이가 아침에 쌀 씻는 소리가 달라져 누이 좋고 매부 좋은 화목한 집이라고 하듯이 누구라도 무슨 일에서든 코너워크를 잘하여 함께 즐거워하며 항상 웃음이 가득한 집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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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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