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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by Aphraates 2008. 9. 30.

始用升授 乃以斗受 (시용승수 내이두수 :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

이 말은 주기는 조금 주고 그 대가를 몇 갑절로 받는다는 말인데 두 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는 말이다.

하나는 부정적인 측면에서 화(禍)를 자초한다는 의미로서 남을 조금 건드렸다가 오히려 크게 갚음을 당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긍정적인 측면에서 복(福)을 받는다는 의미로서 적게 주고도 그 대가는 훨씬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복 받는 후자가 되기를 바라지만 화를 당하는 전자도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지금 그 녀는 되로 주고 말로 받고 있다.

그런데 기분 좋게도 복 받는 되와 말이고, 그 녀는 그 영광을 그 녀의 남자에게 돌린다.

그 녀의 요리에 대한 주관은 뚜렷하다.

음식을 만들면서 재료 하나를 쓰더라도 좋은 것을 쓰고, 간단한 메뉴 한 가지를 만들더라도 정성을 기울여 최상으로 하고, 조금을 나누어 먹더라도 좋은 것을 좋은 사람과 함께 한다는 것이다.

그 녀의 남자가 농담으로 “당신은 가장 팔자 좋은 사람 중의 하나”라고 하면 그 녀는 “그건 나도 인정하는 것이고, 그게 내 팔자”라고 하며 웃는다.

그렇게 사는 것을 보고 평가도 부정과 긍정으로 양분되는 거 같다.

한 쪽에서는 그런 것을 누가 몰라서 그러느냐며 그만한 경제적인 여유와 만들 시간과 요리 솜씨가 있어야 그런 것도 하는 것인데 그런 삼박자를 갖춘 사람이 얼마나 되느냐고 투덜거리며 팔자 좋은 집이라고 한다.

다른 쪽에서는 있다고 해서 그렇게 다 그렇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없다고 해서 그렇게 못 살 것도 없는 것으로서 그렇게 여유롭게 사는 것은 다 마음에서 비롯되는 것이지 물질적인 조건이 충족되고 안 되고는 차후의 문제라고 한다.

평가받는 입장에서 평가하는 사람들을 역평가해 보면 이것도 맞고 저 것도 맞는 것이어서 각자가 알아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 녀는 뭘 사 나르기를 좋아한다.

물론 그 녀의 남자가 자연스럽게 묵인한 사항이다.

그러나 그 녀가 밖에 나가면 양 손에 뭘 들고 들어오는 것은 본인을 위한 것은 거의 없고 대부분이 가족과 이웃을 위한 것들이다.

그 녀는 오늘은 무엇을 만들어 가족과 이웃을 즐겁게 해 줄까 하고 생각에 잠겼다가 실행에 옮기고는 누구한테 전해 주는지는 모르지만 수시로 보따리를 들고 나간다.

그런데 그 녀가 요즈음은 이상한 보따리를 자주 들고 들어온다.

뭘 들고 들어오거나 들고 나가던 그 녀 맘대로 하게 내버려 두던 그 녀의 남자가 볼 때 이상했다.

그렇다고 폭탄이나 쓰레기 같은 것을 들고 들어올 리도 없을 텐데 무엇인지 궁금해서 웬 것이냐고 슬쩍 물어보았다.

대답해 주면 좋고, 안 해 줘도 그만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의외로 당신도 알고는 있어야 할 것이라며 자세하게 설명했다.

내가 생색을 낸다거나 돕는다는 차원에서 일부러 그러는 것은 아니다.

내 재미있고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음식을 정성스럽게 만들고 나눌만한 사람들한테 생각날 때 마다 조금씩 갖다 주고 있다.

그 분들 하시는 말씀이 음식 하나하나가 얼마나 정성스럽게 만들어졌고 맛있는지 모르겠다며 고맙다고 하시지만 나는 만드는 김에 조금 더 만들어 나누는 것이니 부담스럽게 그런 말씀 마시라고 하였다.

그런데 그 분들이 그릇을 가져오는 것을 보면 빈 그릇이 아니라 귀한 것들을 함께 가져오신다.

음식을 나눈다는 것이 그 분들한테 부담을 준다는 생각이 들어 그렇게들 하시면 작게나마 음식을 나눌 수도 없다고 엄포를 놓았다.

그런데 그 분들은 한 술 더 뜨시어 역으로 당신들이 그러고 싶은 것도 마음이고, 뭘 줘도 아깝지 않아서 그러는 것이라며 즐거워하시니 말릴 재간이 없다.

그런 이야기를 하며 덧붙여서 맞는 말인지 모르겠지만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격이니 어찌해야할지 생각중이라고 하였다.


그럴 때 그 녀의 조언과 조력자인 그 녀의 남자로서 한 마디 안 하면 실수하는 것인지라 그 남자가 거들었다.

오가는 것들이 무엇인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무리 좋고 귀한 것이라고 한들 지금처럼 서로 나누는 정과 마음에 비할까요?

그런 쌍방의 모습을 나도 보기 좋고 즐거워서 더 팍팍 밀어줄 테니 하던 대로 하는 것이 좋을 거 같아요.


그 녀는 그런 격려의 말을 듣고 나서야 든든한 우군이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는지 환하게 웃었다.

돈 쓰는 일이야 한 뭉텅이씩 쓰는 것도 아니니 언젠가는 어떤 형태가 되어서든 다시 들어올 것이다.

그리고 오가는 것들이야 내가 못 쓰는 것을 남들에게 전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전해주는 것인지라 누가 써도 요긴하게 쓸 수 있는 것이어서 어디를 가나 제 역할을 할 테니 조심스럽게 다루려고 걱정할 것이 하나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물건에 붙어서 오가는 정과 마음은 다르다.

한 번 날아가면 도저히 찾을 수도 보충할 수도 없는 것이고,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는 말이 일순간에 긍정적이 될 수도 있고 부정적이 될 수도 있으니 조심스럽게 다루며 걱정을 해야 한다.


9월의 마지막 날이다.

바로 단풍 물드는 가을로 접어 들 거 같은데 되와 말을 이야기하는 그 녀와 그 녀의 남자를 보니 차가움보다는 포근한 기운이 휘감아 돈다.

그 처럼 우리 모두가 긍정적인 측면에서 “되로 주고 말로 받는다” 라고 하는 말을 귀가 아프도록 듣는다 해도 귓병 앓아 이비인후과에 가지는 않을 텐데 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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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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