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달 중의 하나인 시월이다.
자연의 순환과 변화는 묘하여 날마다, 달마다, 철마다, 해 마다 나름대로의 특색이 있어서 좋지 않은 경우가 별로 없다.
하지만 시월은 한 해를 마무리하는 4/4분기의 시작이자 찬바람이 불어 와 옷깃을 여미게 되는 달이고, 국경일 많고 쉬는 날들이 많아 여행하기 좋은 달이어서 더 좋다.
또한 온갖 곡식을 거두어들이는 결실의 계절이어서 부자가 된 마음으로 감사를 드리는 달이어서 좋기도 하였다.
그런데 요즈음은 그런 면에서는 후덕한 기운은 시들해지고 박덕하지나 않았으면 하고 바라는 형편이어서 안타깝다.
여름부터 시작되어 가을에 이른 과일이 근래 보기 드물게 풍작이고 높은 당도에 맛도 아주 좋아서 한 방 터지는가 했다.
허나 과일 값이 형편없어 재배하는데 들어간 비용은 고사하고 수확하여 판매하는 비용도 건지기 힘들다며 과수원 집 사람들이 시름에 빠졌다.
비단 농작물만이 그런 것은 아니고 어디에서나 수요는 일정한데 공급이 넘치면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기정사실이지만 웬만한 대농이 아니면 목돈 만져 보기 어려운 것이 농촌 현실인데 그렇게 과일이 풍작이어서 어렵다니 잘 돼도 걱정 안 돼도 걱정이라는 탄식이 나올 만도 하다.
후덕함은 후덕한 것으로 이어져야지 왜 그렇게 중간 중간에 박덕함이 진을 치고 있는 것인지......,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지뢰밭 같은 인생길일지라도 그를 잘 헤쳐 나가는 것이 세상을 잘 사는 것이라고는 하지만 그 것은 어디까지나 이론적인 것이지 현실에 부닥치면 긴 한숨이 안 나올 수가 없는 것인가 보다.
자강불식 후덕재물(自强不息 厚德載物)이라 하였다.
스스로 끊임없이 노력하여 강하여 지고(자강불식), 만물을 싣고 생장시킴을 본받아 덕행을 쌓고 관대하고자 수행한다(후덕재물)이라고 해와 달의 굳건한 운행을 본받아 스스로 힘씀에 쉼이 없으며, 두터운 땅이 자애롭게 만물을 싣고 기르듯 덕행을 쌓아 관대 하라고 하였지만 그를 실행하기는커녕 그 말뜻을 헤아리기도 힘 들으니 이렇게 후덕하지 못 하고 박복할 데가 있을까?
휴무의 국경일은 아니지만 경사로운 국군의 날이다.
동트는 새벽녘에 국기를 게양하며 대한민국의 국민의 일원으로서 또한 어렵게 군 생활을 마친 선배의 한 사람으로서 이 날을 축하하면서 막강 국군이 되어 달라는 소망을 피력하였다.
좋아진 군대라고 하지만 그 나름대로의 애로사항이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당사자나 그 부모들이 아니면 관심 밖이다.
오늘이 국군의 날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테지만 별다른 의미를 두지는 않는 것 같다.
그들이 그러는 것은 애국심이 부족하고, 군인들의 노고를 몰라서 그런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 할 일들이 바빠서 남의 일에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서운하게 생각할 것도 아니다.
내일은 국경일이니 국기를 게양하자고 방송을 하면 지친 몸을 이끌고 들어와 쉬고 있는데 왜 그렇게 시끄럽게 방송을 해 대느냐며 그렇게 안 해도 국기를 달 사람은 다 달으니 제발 그만 좀 하라고 소리 지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설프지만 정확한 태극기를 그려 아파트 엘리베이터 게시판에 붙여 놓고 무언의 계몽을 하는 갸륵한 사람도 있으니까 말이다.
휴가 나온 병사가 죽을힘을 다 하여 훈련과 경계에 임하면서 견디기 어려운 고통을 참아내고 그 무용담을 친구들에게 신나게 이야기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구식 군대 사람이 요즈음 군대 생활이 어려우냐며 웃는다.
성대한 군인 축제가 열린다는 포스터와 함께 형형색색의 삼군(三軍) 본부 깃발과 6.25 참전 UN 국가들의 기가 휘날리고 지나치는 사람이라고는 군인들뿐인 길을 가면서도 여기가 계룡대라는 감조차도 없는 것이 대부분의 사람들이다.
군이 그렇게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국가사회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는데도 오랜 시간이 걸렸는데 더 좋은 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그런 것을 생일날이니 축하받아야겠다고 지나치는 사람의 옆구리 찌르는 수고는 접고 그들은 그들대로 할 일이 있어 빠른 발걸음이듯이 우리도 우리 일은 우리가 해결한다는 생각으로 군인정신을 스스로 드높여야 할 거 같다.
그래야 후덕함이 박덕함으로 변하지 않고, 박덕함이 후덕함으로 변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파이팅! 우리 국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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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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