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일에는 중요한 행사도 여러 건이고, 마음 적으로 정리할 것도 여러 가지가 있었다.
본당 주임 신부님 영명축일 행사, 천안 교우 혼배 미사와 대전 친지 자혼, 월간 잡지 기고문 송고, 회사의 복잡한 문제에 대한 구상, 금융 자산과 채권에 대한 입장 정리, 사회복지사와 인터넷 독서 통신 리포트 마무리......, 그런 것들로 인하여 몸과 마음이 지쳐서 짜증스러웠다.
그러나 그런 것을 다 뭉�거려 싸잡아 묶어 두고 번거롭게 생각할 것 없이 하나에만 치중할 수 있게 만든 일이 있었다.
생신을 맞이하여 푸짐한 생일상을 받으시려고 하시는 투정이신지 아니면 아홉 수(89)를 이겨내시려는 것인지 건강 상태가 좀 안 좋으시다는 어머니를 뵈러 상경하는 것이었다.
올라가는 길은 찌증 투성이었다.
오산에서부터 길이 막혀 대전에서 상도동까지 7시간이 걸려 짜증스러웠다.
몸이 뒤틀리기까지 하였고, 남태령 고갯마루에서는 체면 불구하고 길가에 차를 세워놓고 실례를 하였는데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었다.
택시운전 기사들이 적당한 곳만 있으면 실례할 수밖에 없다고 하더니 내가 그 입장이 되고 보니 그 심정을 이해할 것도 같았다.
서울로 단풍 놀이 가는 것도 들 아닐 텐데 웬 차가 그렇게 많은 것인지......, 주말 오후이니 그러리니 체념하면서 복잡한 서울에서 사는 사람들은 좋은 것도 많겠지만 참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대전 넘버의 차는 까불지 말라며 머리부터 들이 밀며 끼어드는 얌통머리 없는 차들 때문에 또다시 짜증스러웠다.
허나 짜증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상도동 큰 댁 주택가에 도착하여 준비해간 것들을 내리려고 하는데 감자기 앞이 안 보일 정도로 비가 내려 오도가도 못 하고 기다렸고, 그러다가는 한없겠다며 내려서 짐을 나르다 보니 옷이 흠뻑 젖고 떨려서 짜증이 극에 달했다.
그럴 때 좁은 주차공간에서 주차문제 때문에 누가 뭐라고 하면 폭발할 거 같은 기분이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그런 것은 없었다.
비에 흠뻑 젖어 줄줄 흘러내리는 것을 털며 현관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걱정스럽던 어머니가 생각보다는 건강하신 표정으로 문 앞에서 맞아주시는데 그런 짜증이 한 순간에 스르르 녹아내렸고, 아들과 며느리가 벗어 놓은 젖은 옷을 옷걸이에 걸려고 하시는 어머니를 뵈니 비를 아무리 맞으면 어떠냐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자식과 며느리와 함께 상에 마주 앉아서 당신 드시는 죽이 맛있다고 하시며 오는데 고생했으니 많이 먹으라며 자식들 먹는 것을 걱정하시는 걸 보니 아직은 어머니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어 마음이 편안해졌다.
또한 방바닥이 뜨끈뜨끈하여 이불을 안 덮고 누워있자 계속해서 이불을 끌어다 덮어주는 어머니와 함께 자고 일어나 내려오는 것이 아쉬웠지만 맨발 차림으로 문 앞까지 나오셔서 잘 가라고 하시는 모습에 마음이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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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