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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쇼맨십

by Aphraates 2008. 10. 28.

좋아하는 유의 사람도 많지만 싫어하는 유의 사람도 많다.

마음에도 없는 짓을 하는 사람, 비열하게 남을 속이는 사람, 작은 일을 하고 생색을 내는 사람 부류는 질색이다.

그러나 싫어하는 유의 사람이라고 해서 다 쓸모가 없는 것은 아니어서 때로는 필요할 때도 있다.

튀는 언행으로 남의 시선을 끌고 즐겁게 하는 쇼맨십(Showmanship)의 역할도 필요한 것이다.

쇼맨십을 부리는 사람을 보면 그를 대하는 사람의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민망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 만큼 관심이 있고, 나름대로 생각을 하고 있고, 그럴 때 어떻게 처신해야겠다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이어서 무관심하고, 아무런 생각이 없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보다는 백번 낫다.


내 나라가, 내 회사가, 내 가족이 어려움에 처하면 걱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또는 조직적으로 어떻게든 그 난국을 해소하는데 기여하려고  고심을 하게 될 것이다.

그럴 때는 쇼맨십이 필요할 거 같다.

그런 어려운 것을 맘속에만 담아 둔 채 꿍 하고 있는다거나 부풀려서 호들갑을 떨 것은 아니지만 자기 그릇에 맞게 나도 그런 것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동참하고 있다는 어느 정도의 제스처와 쇼맨십은 난국을 극복하는데 활력소가 될 거 같다.


지도층이고 부유층이라면......,

은밀하게 감춰 둔 가보까지는 내 놓겠다고 말까지는 못 하면서도 속이 허하여 최고등급 소고기를 몰래 먹을 때가 있을지라도 “지금 우리나라뿐 아니라 온 지구촌이 경제난으로 몸살을 알고 있는데 일반 여느 집도 좋을 때가 있으면 나쁠 때도 있는 것처럼 그러리니 생각하고 이겨 나가야지 너무 걱정할 거 없습니다. 나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나 그래도 여러분들보다는 나은 편입니다. 그렇다고 내 달리 할 일은 없는 것 같은데 좀 갖고 있는 거 내 놓고, 그 동안 잘 먹고 잘 살았으니 그에 감사하는 의미에서 씀씀이를 평소의 반으로 줄이고 희생 극기하겠습니다. 우리 함께 버티고 이겨 내도록 하십시다” 라는 정도의 쇼맨십은 필요하다.


피지도층이고 빈곤층이라면......,

실제로는 떠도는 것보다도 더 심각하게 허리띠를 졸라매어 뱃가죽이 등에 붙을 정도일지라도 “다들 어렵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될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할 때도 초근목피하며 잡초처럼 살아왔는데 지금 이런 게 뭐 대수라고 뭔들 못하겠습니까? 어렵다고 해서 산 입에 거미줄 칠 것도 아니니 나부터 힘을 좀 더 쓰도록 하십시다. 내 비록 지금은 남들보다도 더 어렵지만 견디다 보면 그런 것도 다 우리한테는 약이 될 테니 한 번 뭉쳐서 나아가보십시다” 라는 정도의 쇼맨십은 필요하다.

그런데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구리나 만사태평인 베짱이처럼 아무런 말과 행동이 없이 침묵을 지키며 두문불출한다면 더불어 사는 사람의 도리가 아니다.


출근하자마자 담당자로부터 어려운 시기에 동참하는 차원에서 봉급 인상분을 자율적으로 반납 받고 있으니 찬성하면 동의서에 사인을 해서 보내달라는 연락이 왔다.

자세한 내용이 무엇인지, 얼마를 어떻게 반납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일단은 동의서에 박력 있게 사인을 하여 보냈다.

나중에 관련 공문을 자세히 보니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조직원의 한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돈을 개인 호주머니에서 내야 한다는 것이 좀 서운하긴 했지만 실질적인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 모르겠으나 상징적인 의미와 파급 효과는 조직 내외적으로 상당할 것이고, 엉뚱한 곳에 가서 허세를 부릴 것이 아니라 이런데서 알게 모르게 참여하여 작으나마 실세를 부리는 것이 진정한 쇼맨십의 매력일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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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연 :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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