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부는 날이 오면.
호반의 벤치에 앉아서 옷깃을 여미며 푸르른 하늘을 가르는 한 떨기 낙엽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사무치는 그리움에 미소를 짓고, 그러다가 누군가가 건네주는 따끈한 커피 향에 취해 소스라쳐지는 외로움에 왈칵 울음을 터트리던 날들도 있었다.
그런 날들로 되돌아가고 싶다.
그런 불가능한 희망을 피력하는 자체가 내 생애에 다시는 그런 날이 오지 않는다는 좌절이기도 하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자신만의 의미를 부여하며 그리움에 흠뻑 젖고 싶은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시월의 마지막 날이다.
그리고 조금 있으면 그 마지막 밤이 다가와 잠시 머물다 지나갈 것이다.
이런 날에 그대는 어찌하고 있는가요?
그리움을 잊은 그대이군요.
누군가가 기다려지고, 무엇인가가 하고 싶고, 어디론가 떠나고 싶고, 그도 저도 아니면 독한 술 한 잔 마시며 쓰러지고 싶지만 그리움을 잊은 그대는 아무 것도 없이 돼 버렸군요.
안 그래야겠다고 몸부림치면서도 주변과 함께 멍들어 가는군요.
사람에 시달리고, 세상살이에 지치고, 자신도 피곤해 진 그대 삶의 여정은 그대 그대로 놔두지 않겠다는 시샘인지 당신이 뭐 그렇게 감수성이 풍부한 세대라고 그런 날까지 챙기느냐며 면박 당할지 모르는 황모지 같은 삭막함에 그리움을 잊어가고 있다.
그리움을 잊은 그대.
세상이 그럴지라도 그리움을 잊지는 마오.
그대가 부러워하고 그렇게 되기를 바라는 사람들도 실상 사는 것은 다 별 것 아니어서 네나 나나 매 일반이라며 지나쳐도 좋지만 그리움을 잊는 황량함을 만드는 것은 아니 되오.
많은 사람들로부터 보호를 받고 세상으로부터 덤을 얻고 사는 사람도 어려운 것이 있기는 마찬가지인 것을 누구나 겪는 삶의 애환에 대하여 어찌하여 나한테만 이런 시련이 오느냐고 한탄하는 것은 그리움을 잊고 사는 자신의 굴레일 수밖에 없는 것이오.
누군가가 있어 그대와 동심(同心)이 되어 동심(童心)을 회복하자고 손을 이끈들 무슨 소용이 있겠소만 은 그대로 물러나기엔 너무 억울하지 않소?
지난날의 내가 어땠고, 지금 내가 무엇일지라도 하루에 다만 몇 분만이라도 삶의 노고에서 벗어나 그리움에 젖어 살았으면 좋겠소.
시월의 마지막 날인 오늘 비록 초치는 양상으로 차 유리창만 더럽힐 만큼 비가 내리고 있지만 그도 그리움을 성숙시키는 하나의 과정이라 여기고 그리움을 만끽 해보시는 것이 어떨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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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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