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관 센터에 들어서니 청소년들이 지도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장구를 조율하고 있었다.
센터의 정식 명칭은 발달 장애 청소년 주간보호센터인데 간단하게 말해서 남녀 중고등학생들의 방과 후 학교이다.
장구의 같은 리듬을 계속 연습하기 때문에 선생님이 하시는대로 따라서 신나게 두드리는 청소년들이 대부분이지만 몇몇은 따라가지 못하고 자기 생각대로 치거나 안 치기도 한다.
왼손과 오른 손의 장구채를 이마까지 올려 십자가 표시를 하고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였다.
그리고 곧바로 쉬운 리듬부터 연습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중간쯤에 앉아서 연습을 하던 J가 갑자기 바지를 붙잡고 일어나면서 안절부절하지 못 했다.
직감적으로 용변을 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았다.
얼른 일어나 손을 잡고 일으켜 연습 놀이방 출입구 바로 앞에 있는 화장실로 데리고 갔다.
내리기 쉽게 만든 고무줄 바지여서 그런지 어눌하게나마 바지를 무릎까지 내리더니 좌변기에 앉아서 힘을 쓰기 시작하였다.
인상을 쓰고 푸드득 푸드득 소리를 내며 한 판 밀어내는 것이 시원하고 기분이 좋은지 웃었다.
그러면서도 나보고는 가지 말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한 손으로 나의 옷자락을 꼭 잡고 있었다.
안 그래도 볼 일 다 볼 때까지 좌변기 옆에 서서 기다릴 판이었기 때문에 안 갈 테니 걱정하지 말고 천천히 싸라고 등을 두드려 줬더니 안심이 되는지 좋아했다.
허나 나로서는 그리 즐거운 일은 아니었다.
좁은 화장실 공간에 냄새가 진동할 것은 뻔한 이치다.
갓난아이가 싸 붙여도 냄새가 요란한데 중고등학교 나이의 건장한 체격인 남자 아이가 한 참 동안 앉아서 싸 붙이면 어떨지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지독한 냄새를 구수하다 여기며 버텨낼 사람은 부모님과 친족들 아니면 없을 것이다.
나라고 예외일 수는 없었다.
싸고서 뭉개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며 우리 J가 시원하고 예쁘게 잘도 싼다고 엉덩이를 두드려 줄 기분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아무도 보는 이가 없는 화장실이라고 해서 빨리 싸라던가 그만 싸라고 머리를 쥐어박을 수도 없었다.
천천히 싸고 나오너라 하고 화장실 문을 열고 나오고 싶었지만 물리적으로는 그 녀석이 한 손으로는 제 코를 막고 다른 손으로는 나를 꼭 붙잡고 있고, 마음 적으로는 싸는 동안 있어달라고 하는 아이를 모른 체 하고 나올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 녀석이 가르쳐 주는 대로 나도 손으로 코를 막고 용무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녀석이야 볼일 봐서 기분이 좋아 흥얼거리지만 그 옆에 엉거주춤한 상태로 서 있는 나는 달리 할 것이 없어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청소년들이 주로 이용하는 화장실이어서 담배를 피우면 안 되겠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이런 때는 몰래 한 대 피워도 괜찮다며 호주머니를 뒤지고 있는데 그나마 안 가져오고 가방에 두고 나와 헛일이었다.
짧지만 무료한 시간을 기다리고 있는데 녀석이 일을 무사히 다 마쳤는지 끙끙거리며 내 손을 끌어당기면서 엉덩이를 쳐들었다.
쿵 하면 호박 떨어지는 소리라고 했던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 대번에 알 수 있었다.
뒤처리를 해달라는 것이었다.
거부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휴지를 둘둘 말아서 손바닥 크기보다도 크고 두툼하게 두 개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하나를 그 녀석의 거기에 정조준 하여 들이대고 힘을 약간 가하여 문질렀더니 미끈덩 했다.
얼른 변기에 버리고는 나머지 휴지 한 뭉치를 조준하여 들이댔더니 첫 번에 건더기는 다 떨어져 나왔는지 이번에는 미끄럽지는 않아서 떼어 낸 휴지 뭉치를 들여다봤더니 잔재가 거의 없었다.
그 정도면 뒤처리가 잘 된 것이라 판단하고 바지를 올려주려고 했더니 어색한 손놀림으로 바지를 올렸다.
속옷이 밖으로 나와 흐트러졌기에 그를 매만져 주는 것으로 녀석의 기분 좋은 한 판의 작업과 나의 여러 판의 화장실의 임무는 끝을 맺었다.
녀석 하구는......,
“바지를 그렇게 입고 내릴 정도라면 어지간하면 가장 중요한 뒤처리도 제가 할 것이지 그 타이밍에서 내 손을 빌리는 거는 뭐람?” 하는 생각을 하며 엉덩이를 한 번 가볍게 때려주고는 손을 잡고 장구 치는 방으로 갔다.
방에 들어가니 장구를 가르치는 선생님이 뭘 하고 왔는지 감 잡으셨는지 나보고는 “선생님, 수고하셨습니다. 왜 그러는지 바로 아시는걸 보니 이제 전문가 다 되셨어요” 라고 하셨고, 아이한테는 “J야 시원하냐? 잘 했다. 이제 신나게 장구 쳐야지” 하면서 다시 장구 연습에 들어갔다.
1 주일에 얼마 안 되는 시간이지만 그 곳에 청소년들과 함께 한 지도 몇 주가 되었다.
그 청소년들한테 특별하게 도움 줄 것도 없고, 몸과 마음이 그 청소년들과 밀착하기까지는 더 시간이 필요할 거 같다.
하지만 조금씩 그 물에 젖어드는 자신이 대견스럽고 고맙다.
그 청소년들한테는 엄마(아빠), 먹는 거, 장난하는 것이 전부인줄 알았는데 그 동안 못 봐서 그렇지 오늘 보니 싸는 것도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새삼 알게 되었다.
그 청소년들은 단순하다.
선생님하고 재미나게 공부하다가도 엄마 소리가 나면 뒤돌아 볼 것도 없이 가방 들처메고 나가는 아이,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장난을 치며 놀다가도 식사시간이 되면 말 한 마디 없이 남김없이 접시를 비우는 아이, 단체로 하는 놀이나 공부에는 관심이 없어 하품만 하다가도 자유시간이 되면 장난을 치며 좋아하는 아이, 글씨는 모르지만 노래 제목만 이야기하면 정확하게 악보를 펴는 아이, 화장실에서 냄새가 나자 손을 올려 코를 막지만 손을 뒤로 돌리지 못하여 뒤처리를 대신 해 줘야 하는 아이도 있다.
심신의 장애가 없는 사람들도 각기 다른 특성이 있듯이 심신의 장애가 있는 그 청소년들도 각기 특성이 다른 것은 마찬가지다.
그런데 심신의 장애가 있는 사람들의 특성이 보편적이 아니고, 적은 숫자이기 때문에 인정과 대우를 충분하게 해 주지 못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도 빨리 부유한 나라가 되어 심신 장애가 없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받는 혜택이상으로 심신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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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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