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젊고 몸이 건강할 때는 큰 불편을 모르고 사는데 바빠서 건강을 염려할 겨를이 없다.
반대로 나이가 들어 몸이 허약해질 때는 조금만 불편해도 바로 표가 나서 신경을 쓰며 건강을 염려해도 나아지질 않는다.
노후화되고 마모된 기계 성능이 나아질 리는 없지만 그래도 덜커덩거리며 멈추지 않고 돌아가게는 해야 한다.
그런데 하나를 고치고 나면 다른데서 삐거덕거리며 말썽부리는 곳이 한 두 곳이 아니니 험한 폐품으로 되어 대형 사고를 유발하여 주변사람들에게 폐해를 입히는 최악의 상태에나 이르지 않게 해야 하겠다는 것으로 자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건강은 건강할 때 지키라고 말하지만 이론상 그렇다는 것이지 그를 실천하면서 살기란 쉽지 않다.
조심조심해도 골골하는 사람이 아무렇게 살아도 건강한 사람을 보고 당신 같이만 건강하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겠다면서 내 몸이 부실하면 천하를 얻은들 다 부질없는 것이니 조심하라고 해봐야 귀에 들어올 리 없다.
귀하게 태어난 이 몸 누가 대신 지켜주는 것도 아닌데 뭐 그렇게 충성할 일이 있느냐며 몸을 사리고 뺀들거리고 일을 기피하는 것도 안 되지만 이 한 몸 바쳐 후세의 귀감으로 남으리라는 사명감을 갖고 무리하며 몸을 함부로 굴려 혹사시키면서까지 일을 할 것도 아닌데 세상만사가 그렇게 생각과 계산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니 문제다.
누가 우리 집을 보면 둘이 먹어봐야 얼마나 먹는다고 뭘 그렇게 노상 사들이는지 모르겠다고 할 것이다.
내가 봐도 좀 과하긴 한 것 같은데 자기가 좋아서 그런 걸 제지하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다.
지난 주말이 되기 전부터 오이피클이다, 감 장아찌다, 배추와 무가 들어가는 각종 김치다, 가지나물이다, 씨레기 볶음이다, 마늘과 장조림이다, 깻잎이다, 땅콩 조림이다, 꽃게 장이다......, 여러 가지를 만들어 냉장고와 김치 냉장고에 차곡차곡 쟁이면서 싱글벙글하였다.
내가 물끄러미 쳐다보니 음식은 정성이고 재료가 좋아야 하고, 나 혼자 먹자고 하는 것이 아니라 나누어 먹고 사랑하는 사람들한테 주기 위한 것이니 돈이 좀 들어간다고 해서 뭐라고 하지 말라고 못을 박았다.
그런 것이 아니라 그러다가 병나면 심난하니 무리하지 말고 어렵지 않게 하라고 하였더니 생각나면 해야지 안 그러면 께림찍하다며 이해해줘서 고맙다고 하였다.
지나치는 남편의 충고였지만 건성으로 듣지 말고 귀를 기울였어야 했는 데 연달아 일을 하더니 피곤한지 우려하던 것이 현실로 나타났다.
새벽에 나보다 먼저 일어나 있어야 할 사람이 기척이 없어 건너 방에 가 보았더니 자고 있었다.
자도록 내 버려뒀다가 일어나 나올 때 언제 안 방에서 빠져 나가고 왜 그러느냐고 물었더니 몸살감기가 오는지 컨디션이 안 좋다고 하였다.
어지간히 아파서는 내색도 안 하는 사람인데 많이 불편해 보였다.
천장 받는 소리 하면 서운할 거 같아서 “그렇다니까. 조심하라고 했잖아? 뭘 좀 먹고 병원에 다녀와 좀 푹 쉬도록 해. 몸살감기는 체온하고 관계가 깊은 것이니 잘 닦고 따뜻하게 하기도 하고 말이야. 몸이 부실하면 천하를 얻은들 소용없다고 하듯이 아무리 음식 만드는 것이 재미있고, 나누어 먹는 것이 좋다고 해도 그렇게 아프면 무슨 소용이야? 그러니 몸살감기가 초기에 진압되도록 노력해봐” 라고 이르고는 출근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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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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