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프 마라톤에 참가하니 뛰다 말은 거 같아 이상했다면서 다음부터는 풀코스를 뛰어야지 안 되겠다고 말하는 사람처럼 강인한 체력이어서 건강을 과신하는 것이 아니다.
하프 마라톤 22 킬로미터는 고사하고 0.2 킬로미터만 뛰어도 하늘이 노래져서 심호흡을 하며 주저앉는 체력이다.
여태까지 몸이 아파서 병원이나 약국에 가본 기억이 없다면서 어지간히 아프더라도 참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저절로 나아 있었다는 사람처럼 대단한 인내심이어서 아픈 것을 잘 참는 것이 아니다.
큰 병은 물론이고 몸이 으스스할 정도의 몸살감기만 걸려도 온 동네가 다 시끄럽게 사람들과 자신을 들볶는 엄살쟁이다.
처갓집과 경찰서와 거기에다가 하나 더 집어넣어서 병원은 가급적 멀리하는 것이 좋다는 말을 신봉하는 것은 아니지만 강인한 체력도 아니고 허약한 체력도 아닌 상태에서 그런 것에 대한 개념이 없이 살아왔다.
어제 퇴근을 하여 봉사활동을 다녀와 몸져 눠 있는 데보라한테 뭣 좀 먹었느냐고 물었더니 낮에 좀 먹었고 이제는 좀 우선한 것 같다면서 왜 그렇게 어려운지 아주 죽을 뻔 했다고 했다.
그래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좋은데 옛날 일하던 식으로 몸 안 사리며 미련 맞게 하지 말고 몸과 나이에 맞게 하라고 하였다.
그랬더니 하는 말이 그런다고 하면서도 막상 일을 보면 그럴 수가 없어 하다 보면 무리를 하게 되는데 세태가 그런지 갈수록 봉사자들도 줄어들어 이일저일 가릴 형편이 못 된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이제부터는 몸 써서 하는 일은 삼가하고 다른 일을 찾아보라고 했더니 그렇게 해서 어떻게 일을 하느냐며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하였다.
그리고는 나는 괜찮으니 당신 몸이나 잘 챙기라고 하였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지겹게 듣는 소리이지만 오늘은 그런 걱정의 부탁에 대해서 당당하게 할 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내일 아침에 성모 병원에 좀 들렸다가 회사에 가야겠는데” 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랬더니 가끔 듣는 소리어서 그런지 별 관심도 없다는 듯이 “왜, 누가 입원했어요? 아니면, 장례식장에 가게요?”하고 물었다.
“아니. 문병도 문상도 아니고 내가 투병 좀 해 볼까 해서 그러는데 뭐 잘 못 됐나?” 라고 하였더니 정말이냐며 깜짝 놀랐다.
“이제부터는 나도 병원에 좀 다녀야겠어” 라고 운을 떼고 이야기했다.
“우선 아픈 어깨부터 치료해 보려고 내일 성모병원에 예약해 놨네. 엊그제 동문모임에서 얘기를 들어보니 내 어깨 아픈 현상은 오십견 같다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내가 오십이 훨씬 넘었는데 무슨 오십견이냐고 하였더니 그 병을 앓아 본 후배가 오십견이라고 해서 꼭 오십대에 오는 것이 아니라며 이름이 그렇다는 것이지 나이가 들면서 언제고 올수 있다는 거야. 오십견이라는 것이 쉽게 말하면 어깨의 관절 병이라고 하데. 헌데 그런 것은 병이라고 할 것도 없어서 병원에 안 가도 적당히 움직여주는 운동을 하면 저절로 낫는다고 하더라고. 그렇지만 나는 일단 병원에 가서 진찰 좀 받아보려고 예약을 했어. 시간도 그렇고 해서 토요일 날로 예약을 잡아 달라고 했더니 그 날은 어깨를 전문으로 보는 특진 교수가 아니라고 해서 할 수 없이 내일 아침으로 했네” 라고 했다.
소원을 풀었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디라도 조금 안 좋으면 진작부터 그랬어야지 앞으로는 계속 그렇게 좀 하라면서 “당신도 이제 나이가 들어가는가 봐요. 스스로 병원 예약을 다 하고 병원에 간다고 하니 참 별 일이네요”라며 흐뭇해하였다.
같은 물리는 것이더라도 개가 사람을 물으면 화젯거리가 안 돼도 사람이 개를 물면 화젯거리가 된다더니 영락없이 그 격이었다.
남들 때문에 가끔 병원에 가면서 내 몸 때문에 병원에 가지는 않고, 아픈 것을 못 참으면서도 병원에 가기를 싫어하고, 어디엔가 크게 이상이 있을지 모른다고 걱정하면서도 종합 진찰이나 정밀 검사는 마다하고 회사 건강검진으로 대신하면서 요상하게 건강관리를 해 왔는데 배 발로 병원을 찾아간다니 내가 생각해도 우스웠다.
그러나 이제라도 늦지 않았으니 관심을 갖자는 방향으로 급선회하였다.
건강검진에서 입사시절부터 지적받았던 경미한 이상 증세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참에 손볼 것이라는 계획도 세웠으니 여러 가지 측면에서 약해지긴 약해진 것 같다.
오늘 아침 이른 시간에 병원에 갔다.
진료실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간호사가 호명을 하였다.
진찰실로 들어가서 “안녕하세요, 교수님? 저는 김종연입니다. 팔을 움직이는데 어깨 부분이 아파서 왔습니다”
“예, 어서 오세요? 언제부터 불편하셨나요?”
“한 둬 달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낫겠지 하였는데 안 났고, 심하게 불편한 것은 아니지만 일찍 고치는 것이 좋을 거 같아서요”
의사 선생님과 이런 대화가 잠시 오가고 나서 선생님이 일어나셔 내 등 뒤로 오셔서는 내 팔을 요리 저리로 움직이고 힘을 가해 보면서 증세를 물으셨고, 나는 사실대로 대답했다.
“언제부터 아프셨다고요? 심한 운동이나 작업을 하시지는 않지요?” 라고 물으셨다.
“한 둬 달 전부터이고, 어렵게 움직이는 일은 하지 않습니다” 라고 대답하였다.
그랬더니 “제가 보기에는 상당히 오래 된 것 같은데 언제부터 불편하셨는지 솔직히 말씀해보세요”라고 하시는데 귀신같이 알아내는구나 하는 생각에 뜨끔했다.
그래서 “네, 실은 한 2년 전부터 조금씩 불편하긴 했습니다만 움직이는 데 지장이 없었는데 최근 들어 더 한 것 같습니다” 라고 이실직고했다.
선생님께서 다시 “네, 좋습니다. 원래 이 질환이 그렇게 진행이 되는 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느끼지 못 하기도 하고 좀 더 증세가 심할 때 병원 찾기도 합니다. 환자분의 증세는 심각한 상태는 아닌 것으로 생각되는데 검사비가 많이 나오겠지만 괜찮으시다면 정밀 검사를 통하여 확실히 규명하고 나서 처방을 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라고 동의를 구하셨다.
선생님이 하시자는 대로 흔쾌히 응했다.
오늘은 결국적으로 초진을 하고 다음 주 정밀 검사 일정만 잡았다.
진찰받고, 주사 맞고, 약을 타는 진료 시스템에 익숙해진 사람이 그렇게 의사 선생님하고 면담만 하고 나오니 좀 허망했지만 병원에 가면서 예상한 대로 심각하지는 않다니 기분은 좋았다.
그리고 앞으로는 얼마가 될지 모르지만 문병이 아니라 투병하러 종종 들려야 할 병원이라고 생각하니 그렇게 낯설거나 어색하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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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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