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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배(背) 들어가게

by Aphraates 2008. 11. 15.

고기 집의 1인분 정량이 얼마인지 잘 모르겠다.

소고기와 돼지고기의 1인 분 정량이 같은 것인지 다른 것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정량이란 것이 규제 사항으로 정해져 있는 것인지 식당마다 자율적으로 정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어떤 집에서는 일인 분이 200g이라 하고, 어떤 집에서는 150이나 250 그람이라 하기도 하는데 손님들 눈대중으로 보면 그거 그 것인 거 같지만 눈썰미가 있는 사람들은 많고 적음을 바로 알아채는 것 같다.

요즈음은 식당마다 원산지 표시를 해 놓았고, 손님들도 주문을 받는 종업원한테 어디 산(産)이냐고 물어 보기도 하던데 원산지와 함께 정량이 얼마인지도 표시하면 좋을 것 같다.


중리동 고기 집에서 종친회 월례회를 가졌다.

불황이어서 다들 어렵다고 하지만 그 집은 잘 되는 집인지 손님들이 많았고, 주인과 종업원들도 활력이 있는 것이 먹는 분위기가 절로 일어날 것 같았다.

지나치면서 옆 좌석의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식당근처의 사람들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곳에서 그 식당을 일부러 찾아온 사람들이었다.


주문한 고기가 나와서 구워 먹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탁자 하나에 4인분씩 시켰는데 영 줄지를 않았다.

그렇다고 고기가 맛이 없다거나 많은 양도 아닌 거 같은데 줄지를 않는 것이 그렇게 배고픈 것 같지는 않았다.

그래도 탁자마다 배당된 것은 해결해야 할 거 같아서 내가 집게와 가위를 들고 고기를 구워서 형수님들 앞에 놓으면서 “형수님들, 오늘은 드시는 것에 분발하셔야겠어요. 고기가 영 줄지를 않아요. 어서 드세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서방님은 왜 안 드세요? 차 때문에 소주를 못 드셔서 그러시나요? 동새가 운전하면 되는데 편하게 한 잔 하세요” 라도 하셨다.

내가 다시 “그런 것이 아니고요 형수님, 오늘은 통 당기질 않네요. 출출할 때 고기가 나오자마자 노릿노릿하게 구워서 소주를 마시며 몇 점 먹으면 참 맛있는데 오늘은 형수님들께서 많이 드시고 다음에 오늘 못 먹은 것 까지 먹을게요” 라고 말씀드렸더니 다른 거라도 드시라고들 하셨다.


1차로 고기를 좀 먹고 2차로 식사를 하는데 건강이 안 좋은 형님께서는 밥을 안 시키고 집에서 흑마와 잡곡으로 지었다는 밥을 보온밥통에서 꺼내 드셨다.

그리고 그 밥이 건강에 그렇게 좋다고 설명하시면서 데보라한테 “제수씨, 동생도 배 들어가게 이런 밥 좀 해 주세요”라고 하셨다.

그러자 데보라가 나를 바라보면서 “아이고 아주버님, 이 사람은 그런 밥은 고사하고 보리나 콩이 조금이라도 섞이면 짜증을 부려요. 하얀 쌀밥에다가 날아갈 정도로 토실토실하기만 하면 고추장만 있으면 돼요. 저는 질 턱한 보리밥을 좋아하니 밥을 두 번 씩 하는 격이예요”하면서 웃었다.

나도 형님을 바라보면서 “형님, 저는 형님 식성처럼 밥 먹으면 영양실조 걸려서 큰일 나요. 저는 저대로의 방식이 있으니 걱정하시 마세요”하면서 함께 웃었다.


모임을 끝내고 집에 와서 책을 보고 있으니까 데보라가 쟁반에 먹을 것을 받쳐 들고 왔다.

이것은 오염되지 않은 호박 고구마와 땅콩, 이것은 무공해 포도와 밤, 이것은 인체에 무해한 저 농약의 비타민 덩어리 사과, 이것은 유기농 농산물로 만든 웰빙 과자라면서 여기에 놔 둘 테니 하루에 한 두 가지씩이라도 먹으라고 하였다.

알았으니 거기에 놔두라고 하였다.

그랬더니 오늘 아주버님의 말씀을 그냥 지나치지 말고, 해 주는 사람 성의라도 생각해서 먹는 시늉이라도 해보라면서 사과 한 알을 깎아 먹으며 한 점을 건네줬다.

먹어보니 맛이 그런대로 괜찮아서 먹고 싶으면 먹겠다고 하였더니 “어느 천 년에 먹는다는 것인지 모르겠네”하는 표정을 지으며 나는 더덕 작업이나 해야겠다며 방을 나갔다.


건강에 무척 신경 쓰는 그 형님으로부터 “동생 배를 보면 심난하다. 제발 그 배 좀 집어넣도록 하지 그래” 하는 소리를 들은 지 십 년이 넘었다.

그리고 만날 때 마다 이번에는 배가 더 나왔네, 이번에는 배가 좀 들어갔네 하는 식으로 검열을 받았다.

그렇지만 그 형님 말씀을 따르려고 노력하기도 하였으나 그 형님이 만족스러워하실 정도로 쑥 들어간 적이 없이 그럭저럭 지내왔다.

햄버거와 피자를 좋아하고 자기 좋아하는 것만 먹는 아이들한테 편식을 하면 안 좋다고 이르면서도 자기 입에 당기는 것을 먹는 것이 가장 좋은 식사습관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또한 몸이 불어 배가 나올 정도가 되면 건강에 안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나이가 들어서 배가 등에 붙을 정도로 야윈 것보다는 그래도 두툼한 것이 보기 좋다고 변명하고 있다.

어떤 것이 좋은 것인지는 그 사람에 따라 다르겠으나 분명히 답은 있을 텐데 그 답을 내려고 스트레스 안 받고 내 방식대로 하는 것도 좋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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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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