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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책잡히지 마!

by Aphraates 2008. 11. 16.

평안할 때나 불안할 때나, 바쁠 때나 한가할 때나 틈새를 잘 이용하면 얻는 것이 짭짤할 수 있다.

이는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과도 통하고,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과도 관련이 있다.


경제가 어렵다고 한다.

우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적인 불황에 기인한 것인데 그 보다도 더 어려운 것은 처한 어려움을 암울하게 생각하고 서로들을 불신하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려울 때는 어떤 위치에 있는 누구라도 혼연일체가 되어 서로를 격려하고, 돕고, 나누어야 어려움을 하루라도 빨리 극복할 수 있다.

그런데 가진 사람들은 장래가 불투명하여 호주머니를 닫은 채로 눈치를 보며 움츠리고, 없는 사람들은 쓰고 싶어도 없어서 못 쓴다고 한숨 쉬면서 용수철처럼 튈 건수가 없는지 매서운 눈으로 주시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경쟁이 치열하고 어려울수록 틈새를 보이지 말고, 틈새를 잘 이용해야겠다.


여유롭더라도 틈새를 보이면 잃는 것이 많다.

당해봐야 얼마나 당하겠느냐며 객기를 부리며 어려움을 방치하는 틈새를 보이고, 잃어봐야 잃을 것도 없는데 세상 뭐 그리 복잡하게 사느냐며 어려움을 무시하는 틈새를 보이다가는 된통 당하는 수가 있다.

틈새를 보이면 다른 사람들이 그를 악용(惡用)하는 것이다.

기발한 아이디어와 기막힌 상술로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재미를 쏠쏠하게 볼 수가 있다.

물론 사기술을 써서 부당이득을 취하는 것이 아니고 상황논리에 맞게 잘 적응해야 하는데 이런 경우는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낸 틈새를 자신이 선용(善用)하는 것이다.


틈새를 잘 이용하라는 것은 다분히 이기주의적이고 분란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받을지 모르겠다.

또한 작은 틈새도 없이 너무 완벽하면 인간미가 없다며 자탄하는 것은 그 자체가 삭막한 틈새를 보이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무탈하게 살아남기 위해서는 틈새를 이용은 하되 틈새를 보이는 책잡히는 일은 하지 말아야 한다.


천하를 호령하는 지배자도 묵묵히 따라오던 피지배자들한테 공격받을 빌미를 주고 틈새를 보이면 힘이 약해진다.

작은 것들에서 약점이 잡히고 야금야금 먹혀 들어가 보면 자신도 모르게 영(令)이 안 서고, 호령 받는 사람들을 벽창호로 만들면서 스스로를 우스갯거리가 된다.

거기에다가 악수를 둬 시행착오도 연발하기 쉽다.

그런 수모를 당하고 가만히 있을 지배자는 없다.

그를 만회하기 위하여 엉뚱한 것에 매달려 역질주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틈새가 자꾸 커지고 잦아지고 거기에 목매이게 되어 끝판에는 양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로 힘이 쪽 빠져 제 풀에 겨워 포기하거나 스스로 무너질 수가 있다. 


거칠 것 없이 기세등등하게 노도와 같이 승승장구하는 사람도 끄트머리가 잡히면 곤란해진다.

잘 나가면 나가는 대로 주위의 시선을 받고 태클이 걸리기 마련이다.

그 태클은 아주 하찮은 티끌 같은 것으로부터 비롯되고 우연히 일어난다.

그런 태클에 안 걸리도록 하는 것이 좋지만 때를 놓쳐 태클에 걸렸더라도 잘 처신하면 된다.

그런데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자만했다가는 작은 틈새가 보이고 그 것이 점점 커져서 그 동안 피땀 흘려 쌓아 놓았던 것이 일순간에 무너져 원위치로 돌아갈 수가 있다.


마음만 먹으면 세상의 모든 돈을 내 돈 같이 만들 수 있다고 자신만만한 사람도 히풍대풍 써 대는 틈새를 보이면 얼마 못 가서 도로아미타불이 되고 만다.

돈이 중요한 것은 동전 한 닢이나 돈다발이나 마찬가지이듯이 돈 버는 일에는 매사가 조심스럽고 몸을 낮춰야 한다.

천년만년 돈을 잘 벌 거 같아도 그렇지가 않다.

신의를 갖고 열심히 하면 사업(장사)이 안 될 리가 없는데 왜 그런 것을 터득하지 못해 헤매느냐고 큰소리치는 것을 넘어 어찌나 돈이 많이 벌리는지 저녁이면 돈 세는 것이 지겹다고 엄살을 부리다가는 갈비탕에서 나온 이쑤시개 하나로 하루아침에 폭삭 망한 식당처럼 틈새가 있을 수가 있다.


별다른 수고를 하지 않아도 먹고 살만하다고 도도하게 굴다가는 언제 틈새가 벌어져 일그러질지 모른다.

내가 여유로울수록 자중하고 나누어야한다.

연말연시나 돼야 체면치레로 뒤꼬리만큼 자선을 베풀거나 친구들을 모아 술 한 잔 사면서 생색내는 틈새를 보이며 거들먹거리다가는 과거 이력을 다 꿰차고 있는 고향 소꿉장난 동무가 나타나 아픈 데를 찔러대고 충그릴 수 없는 틈새가 만들어져 체면 구길 수도 있다.


사나이면 사나이답게, 영국 신사면 신답게 굴어야 한다.

그런데 속으로는 속 좁은 여자 같고, 겉만 번지르르한 알맹이 없는 쭉정이 같이 틈새를 보이면 눈총을 받는다.

밖에 나가면 만나는 사람마다 갑과 을의 관계의 존경스러운 존재이고, 집에 들어오면 가족들과는 하늘과 땅 사이로 감히 어떻게 할 수 없는 지엄한 위치일지라도 정숙하지 못한 행동 하나로 틈새를 보여 모든 것이 일순간에 와르르 무너질 수도 있다.


로마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았다.

반대로 봄베이는 하루아침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잡초처럼 생명력이 강하다.

반대로 한 방에 녹다운 되는 한 방의 부르스다.


잘 하는 것도 중요하다.

반대로 그 보다는 먼저 틈새를 보이고 책잡히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말아야 하겠다.

좋은 일이 아니라 나쁜 일로 남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참 기분 나쁜 일인데 얘기 해줄 만한 사람이 아닌 제 삼자를 통하여 나(우리)에 관한 이야기를 듣는 것은 더 기분 나쁘고 책잡히는 일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욱더 책잡히는 일도 있다.

우리 사정이 어떻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모함하기 위하여 없는 것을 일부러 끄집어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 참고하라고 그대로 전해주는 것인데도 우리가 왜 남들의 입에 오르내려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며 엉뚱한 데에 화를 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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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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