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자기 것에는 실증을 느낀다.
그러면서 자기 것보다도 훨씬 못한 남의 것에 관심을 갖는다.
술꾼들의 경우 자기 집에서 술을 마시는 것은 드물다.
다른 사람들이 그 집에 갔을 때 내오는 것을 보면 술도 고급스럽고, 안주도 정성스럽고 맛있다.
그런데 정작 그 집 주인은 그런 것을 못 느낀다.
집에서 술을 마시면 술맛이 안 난다며 자기 집의 반에 반도 안 되는 집에 가서 비싼 돈을 들여가며 술을 마신다.
한 푼이라도 아끼려고 하는 안 주인한테서 다른 사람들 모르게 안 좋은 소리를 들으며 바가지를 긁히는 것은 당연하다.
술 마시는 취향이 그러면 요령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술꾼들이 대개는 단순해서 그러지도 못 한다.
빈 말이라도 만들어 주는 좋은 안주로 오붓하게 마시면 좋겠지만 아내가 어려울까봐 미안해서 그렇다고 말 하면 좋을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말 하면 어디가 덧나나 그렇게 멋대가리 없이 말해서 본전도 못 찾고 아내의 역정을 자초하는 것이 밖으로 나도는 술꾼들이다.
그런 술꾼들은 말만 화끈하지 밖에 나가서도 좋은 소리를 못 듣는다.
누가 억지로 마시라고 줘 짠 것도 아니다.
제가 좋다고 실컷 마셔 놓고는 집에 있는 좋은 술과 안주가 떠오르는지 왜 그렇게 안주가 부실하니 술값이 비싸니 하면서 인색하게 꼬치꼬치 따지다가 트러블을 일으키기도 한다.
목욕꾼들도 비슷하다.
어느 목욕 마니아를 보면 술꾼들과 같다는 생각이 든다.
집 근처에도 좋은 목욕탕이 여러 개 있다.
시의 다른 지역과 비교해 볼 때 시설, 물, 서비스 차원에서 일등급이어서 다른 곳에서 사는 사람들도 많이 찾아온다.
어떤 때 가보면 심야에 활동하다가 쉬러 오는 무시무시한 깍두기 머리 일행들도 있는데 그 것이 괜찮은 목욕탕이라는 것을 말해 주는 것이다.
별도의 일정을 잡지 않아도 가벼운 옷차림으로 취향에 맞는 곳에 가서 기분 좋게 목욕을 할 수가 있다.
그런데 간단하게 물만 끼얹고 나올 것이면서도 시간과 기름 없애가며 멀리 떨어져 있는 찜질 방이나 온천을 찾아간다.
언젠가 그한테 요 앞의 목욕탕들도 좋던데 왜 멀리 가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동네 목욕탕은 수준이 안 맞고, 좀 떨어져 있는 곳을 찾아다니는 게 익숙해졌습니다. 이렇게 몸이 뿌지근할 때는 온천 사우나에 가서 땀 쭉 빼고 오는 것이 좋습니다” 라고 했다.
그럴듯한 이름의 찜질 방이나 사우나라고 해 봐야 동네 목욕탕보다 낫다고 할 수도 없는데 굳이 온천 사우나를 고집하는 것을 보면 근근하게 살던 시절의 이발소가 맞는다고 멀리 이사 와서도 머리를 깎으러 거기를 찾아가는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면서도 우습다.
오늘은 시청 쪽에 나갔다가 다른 구(區)에서 사는 후배를 만났다.
얼굴이 불그스레하고 반질반질한 것이 목욕탕에 다녀오는 것 같았다.
혼자서 웬 일이냐고 하였더니 컨디션이 안 좋은 거 같아서 여기에 다녀가는 것이라며 대형 사우나를 가리켰다.
갑자기 여기도 제 동네 목욕탕 놔두고 남의 동네 목욕탕 찾아다니는 사람이 있네 하는 생각이 들어 “그러니까 거기서 여기까지 사우나하려고 일부러 왔다 이거지?” 하고 물었더니 그렇다며 고개를 끄떡였다.
내가 “ 얼씨구, 송화가루 날리는 더운 날씨에 기름값도 비싼데 뭐 때 빼고 광낼 일 있나? 왜 그런 일로 남의 동네에까지 원정오고 야단이지? 기름값도 안 나오겠네 뭐. 그런 수고하지 말고 자네네 동네에서 간단하게 하고 그 시간에 낮잠이나 한 쉼 자는 게 낫잖아? 혹시 여기 뭐 퇴폐 같은 거 있어서 즐기러 온 거 아니야?” 하고 몰아세웠더니 “그런 거 있으면 벌써 선배님한테 진상했지 혼자 다니겠어요?” 하고 웃으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전에 한 번 와 봤을 때 맘에 들어서 계속 오게 됐다고 하였다.
에이, 속물 덩어리들 하곤......, 한 겨울에 기껏해야 한두 번 목욕하던 옛날에 온천 하러 간다고 자랑하던 시골 노인 같다.
자기 집과 자기네 동네가 더 좋은 줄도 모르고 괜히 헛수고 하며 돈과 몸을 축내고 있으니 계산 착오가 아닌지 모르겠다.
그런데 그 후배는 술꾼이자 목욕꾼의 양수겸장인데 이를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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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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