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0년대에는 거렁뱅이들이 많았다.
먹고 살기 어려웠기 때문이었다.
그 거렁뱅이들은 천성적으로 일하기 싫어서 그렇게 된 경우도 있었지만 그 보다는 일을 하고 싶어도 일자리가 없거나 심신의 결함으로 인하여 일을 할 수 없어서 호구지책으로 그렇게 된 경우가 많았다.
그래도 그 때는 나누는 인정과 보답하는 정신은 있어서 서로가 밥값은 하며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다.
동구 밖에서 기다리던 거렁뱅이들이 끼니때가 되면 집으로 찾아와 싸리문 밖에 서서 “밥 한 술만 주십시오”하고 기다렸다.
그 소리를 들으면 엄마들은 아이들한테 나오지 말라 이르고는 자기네 먹기도 부족한 보리밥이지만 먹던 밥을 뚝 떼서 반찬과 함께 바가지에 담아서 내다 줬다.
거렁뱅이들은 배고픈 양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밥을 게 눈 감추듯이 먹어치우고는 다른 집으로 가기 전에 그 집을 향하여 복 받으라고 하며 간단하게 각설이 타령을 불러줬다.
줄 것이 없어서 못 주는 것이 아니고, 먹을 것이 없어서 못 먹는 것이 아닌 좋아진 세상에 그런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다.
세태도 많이 변했다.
내가 먹을 밥을 나누어 줄 사람들이 없고, 찬밥덩어리를 얻어먹으려는 거렁뱅이들이 없다.
대신에 마지못해 도와주고 생색내려는 사람들과 맡겨 놓은 돈 달라고 하는 것처럼 돈을 가로채다가 식당에서 밥을 사먹는 부랑인들이 그 자리 메꿈을 하고 있다.
인정이 메마르고 은혜의 정신이 희미해졌다.
살림이 아무리 구차하다 하여도 웬만한 사람들이라면 작으나마 남모르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여력은 있고, 아무리 취직하기가 어렵다고 하여도 자기 몸만 움직이며 밥 먹고 살 수 있는 일자리는 얼마든지 있지만 그를 기피하고 있으니 양쪽이 다 제 밥값을 못 하고 있는 것이다.
대다수는 제 밥값을 잘 하고 있다.
제 밥값을 하느냐 못 하느냐 하는 것은 각자의 능력에 딸려있지만 마누라와 자식새끼들 먹여 살리려면 제 밥값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러나 제 밥값을 못 하고 다른 사람들한테 찬물을 끼얹는 소수도 있다.
못 된 일은 다 저질러 놓고 오히려 더 큰소리치며 대로를 활보하는 후안무치(厚顔無恥)한 일부 사람들이 그들이다.
밥값은 고사하고 파렴치기하기로가 A+++인 사람들도 있다.
그들은 묵묵히 자기 일을 해 가며 열심히 살아가는 선량한 사람들에게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잘 해야지 안 그러면 혼난다고 닦달하면서도 자기들 할 일은 못 하면서 좋은 것은 다 거두어 간다.
대인(大人)은 대인에 걸맞게 큰일을 하면서 자기 밥값을 다 해야 한다.
소인(小人)은 소인대로 작은 일을 하면서 자기 밥값을 다 해야 한다.
그런데 자기 밥값도 못하면서 엉뚱한 일들만 저지르고 있으니 일생에 도움이 안 되는 백해무익한 존재들 같기만 하다.
그런 식이어서는 백날 뭘 해봐야 소용이 없다.
그들에게 충고해 주고 싶다.
뭘 하려고 하기에 앞서 찬밥덩어리나마 주던 사람들과 그를 얻어먹고 고마워서 노래라도 불러주던 거렁뱅이들의 정신을 먼저 배우고 난 후에 다른 것을 도모하라고 말이다.
밥값이나 하는 것인지 하고 걱정스러워 하면서도 그래도 자기들도 사람인데 잘 하겠지 하는 일말의 기대를 하다가 혹시 나가 역시 나로 변하는 실망스런 모습을 보면 세상의 귀신들은 저런 사람들 안 잡아가고 다 뭣들 하는 것인지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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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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