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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미드필더

by Aphraates 2009. 6. 25.

미드필더(Midfielder)의 중요성이 새삼 역설되고 있다.

대통령께서는 중도(中道)라고 하셨다.

언론에서는 중산층이라고 했다.

빈부의 격차가 심각해지고, 보혁의 갈등이 깊어지고, 사회 통합이 어려워지자 그런 문제들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중간의 역할이 기대되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다 상황에 따라 생각하기 나름인 거 같다.

신체로 따져볼 때 중간인 허리만큼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없다.

머리도 중요하다.

머리가 나쁘면 손발이 고생한다고 하였다.

팔다리도 중요하다.

머리가 좋고 허리가 튼튼해도 팔다리가 부실하면 뭘 제대로 할 수 없어서 건실하던 다른 것도 부실해 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허리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머리와 팔다리를 지탱하며 건전성을 유지하는 위치이기 때문이다.


다른 경우도 비슷하다.

나라가 발전하면 할수록 중산층에 대한 중요성이 강조되는 데 그 것은 앞서가는 상류층을 밀고 뒤진 빈민층을 당기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축구에서도 공격수와 수비수의 중간라인인 미드필더가 얼마나 뛰고 역할을 해주느냐에 따라 게임의 성패가 좌우되기 때문에 전후반 90분을 주구장창  뛰며 공격했다 수비했다 해도 지칠 줄 모르는 무쇠다리의 강한 체력을 가진 선수를 그 포지션에 배치한다.

군대에서도 신참을 다스리고 고참을 보좌하는 중간 고참이 잘 해야 내무반이 잘 돌아가고 편안하다.


중간을 싫어하거나 간과하는 경우도 있다.

다혈질적이고 화끈한 것을 좋아하며,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중간은 싫어하며 악살한 우리 민족이 그런 편이다.

모 아니면 도다.

대박 아니면 쪽박이다.

뜨거우려면 입천장이 벗겨지도록 뜨겁고, 차가우려면 뱃속이 얼얼하도록 차갑고, 매우려면 땀이 흠뻑 나도록 매워야지 뜨뜻미지근하고 게심치레한 것은 사절이다.

우파 보수인지 좌파 진보인지 진영을 정해야지 좌측 깜빡이를 넣고 우측으로 가는 회색주의는 아니올씨다이다.

좋아서 예스냐 싫어서 노냐를 확실하게 해야지 뜨물에 뭐 담근 것처럼 글쎄요만 연발하며 밍기적거리면 인정받지 못 한다.

시작과 중간이야 어찌되었든 끝이 좋아야 하고, 중간 평가가 나쁘더라도  최종 평가가 좋으면 그만이다.

논문이나 연설문을 쓸 때는 서론과 본론을 장황하게 늘어놓지 말고 결론에서 똑 소리가 나야 잘 썼다는 강인한 인상을 받는다.


그러면, 나는 어떤가?

나는 늘 중산층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갑자기 중산층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니까 맞는 것인지 되돌아보게 된다.

지인한테 객관적으로 볼 때 나는 어느 그룹에 속하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주관적으로 판단해야 될 문제인데 이 어려운 때에 그게 뭐 그리 중요하냐며 그런 것을 따질 수 있다는 자체가 호강에 겨워서 요강에 빠지는 격이니 가만히 있으라고 하였다.


중산층 문제가 좀 심각한 거 같다.

중산층이 엷어지고 있는데 떨어져 나간 그들이 상류층으로 올라가서 그런 것이 아니라 하류층으로 밀려나고 있어서 그렇기 때문에 걱정들이다.

사회 계층 구조는 상류층, 중산층, 빈민층 항아리 형으로 구성되어야 좋다고 한다.

그런데 적당하고 보기 좋게 불렀던 항아리의 배가 들어가고, 윗부분이  새 주둥이처럼 뾰쪽해지고, 아랫부분이 양푼처럼 널찍해지면 항아리는 강력 접착제로 단단하게 붙여놓은 것처럼 움직이질 않아서 변화가 없을 뿐 아니라 볼품이 없다는 것이다.


미드필더가 신명나게 뛰고, 실적도 낼 수 있어야 할 텐데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다 함께 고민좀 해야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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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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