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촌 길을 순찰 하다 보니 과일 노점상들이 있었다.
순찰?
그럼, 경찰관으로서 외근을?
그 게 아니다.
아니면, 자율방범대원?
그 것도 아니다.
그런 야경(夜警)의 순찰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무료할 때 아파트 주변을 어슬렁거리며 야경(夜景)을 살피는 것을 말하는 나만의 말이다.
트럭 밑에 설치해 놨는지 자가 발전기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차 적재함에 진열된 토마토와 참외가 그 발전기의 조명을 받아 더욱더 짙붉고 노란 것이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한 편에는 시식을 하라고 까놓은 토마토와 참외가 이쑤시개와 함께 놓여 있었다.
헌데 오가는 사람들은 많지만 입질하는 것이 안 보였다.
낚시할 때 고기가 잘 잡히던 안 잡히던 입질이 많아야 희망이 보이고 기분이 좋다고 하듯이 사람들이 와서 과일이 맛있느냐 없느냐, 비싸다 싸다 하고 입씨름이라도 해야 는데 한적하였다.
거리는 북적이는데 왜 그럴까를 생각해봤다.
노점상을 선호하는 사람들도 꽤 되는데 지금 움직이는 사람들이 젊은 층이라서 그런가?
그런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과일은 좀 비싸더라도 맛있고 싱싱한 것을 취급하는 동네의 과일전이나 백화점의 과일 코너 같은 단골을 이용해야지 잘 알지도 못하면서 겉보기가 소담스럽다고 해서 샀다가는 실패하기 쉽다는 말이 떠올랐다.
과일 특성상 뜨내기 노점 과일 상들이 자리를 잡으려면 많은 노력과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인데 그런 과정에 있는지 모르지만 서서 가끔 털이개질을 하며 손님을 기다리는 그 과일 노점상이 안쓰러웠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과일이 참 흔하기도 하다.
성주 참외라고 붙여 놨는데 어디를 가도 다 성주 참외다.
저러고 있으면 하루에 얼마나 벌까?
저 부부는 저녁은 먹었을까?
과일이 저렇게 도심 공해에 노출되어도 괜찮을까?
제 기간 내에 안 팔리고 기간이 넘으면 어떻게 할까?
생각하는 것보다 더 짭짤하게 장사가 될 수도 있다.
고생스럽겠지만 나보다 벌이가 나을 수도 있다.
그런저런 생각을 하였지만 비관적인 결론이 더 많았다.
그래서 나라도 한 봉다리 살까 하다가 사다 놓고 이리 굴리다 저리 굴리다 안 먹고 버리게 된다면 그도 안 될 일이어서 그냥 지났다.
아파트 정문 근처의 정자 쉼터 앞을 지나는데 남녀 아이 둘이 찰싹 달라붙어서 뭔가 밀고 당기고 있었다.
정자에 불을 켜 놓은 것은 아니지만 주변 가로등과 다른 집 간접 조명으로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을 정도여서 유심히 보지 않아도 다 보였다.
언뜻 보니 가방을 메고 있는 폼이 중학생 고학년이나 고등학생 저학년 아이들 정도로 보였다.
여자 아이가 “왜 그래, 하지 마” 라고 하였다.
그러자 남자 아이가 사정하는 투로 “가만 있어봐, 한 번 만” 라고 하였다.
그러고 나서 잠시 조용해지는 것이 뭔가가 이루어지는 것 같았다.
똑바로 안 봐도 상황이 집작이 되었다.
내가 더 당황스럽고 민망하여 누가 보지 않나 하고 주변을 둘러봤는데 다행스럽게도 없었다.
녀석들 하곤......,
자연스러운 감정표현이라고 좋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못 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나는 격 같았다.
웬만큼 영글기나 한 아이들이 그런다면 이해가 된다.
사랑하는 마음이 얼마나 크고 그를 표현하고 싶은 충동감이 얼마나 급했으면 오가는 사람들 안중에도 없이 그럴까 하는 생각에 “좋은 때다”하고 부러워하며 지날 것이다.
그러나 영글려면 아직도 먼 아이들이 그러니 씁쓸했다.
밤 새워 코피가 나도록 공부해도 따라잡기 어려울 텐데 야자(夜自) 땡땡이 치고 나와서 사람들이 지나는 길목에서 되지 못 하게 그러고 있으니 어떤 아이들인지는 모르지만 앞길이 훤히 보이는 것 같았다.
동네 아이들이 아니고 다른 곳에서 원정 온 것 같은데 남의 동네에 와서 그런 실례를 하고 있으니 반항하는 것도 같아 찬물을 뿌리거나 옆에 서서 큰 기침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그런 자식을 둔 부모의 심정은 어떨까 하는 생각에 그냥 지나갔다.
다 영근 과일이 싼 값에 산더미처럼 쌓여있어도 잘 안 팔리는 판이다.
그런데 영글지도 않은 것들로 초라하게 좌판을 벌린다면 사 갈 사람이 없어서 그대로 시들어 버릴 것이다.
영글었을 때 해도 늦지 않고 충분하다.
아니, 일단은 영근 과일이어야 제 맛이 난다.
과일이라고 해봐야 제철에 나는 개복숭아, 대추, 밤, 감 정도였고 그 것도 얼마나 귀했던지 영글기도 전에 몰래 슬쩍 하다가 어른들한테 혼나던 시절이라면 모르지만 지금같이 과일이 풍성한 시절에 영글지 않은 과일이라면 어림도 없다.
꿈속에서 까지 나타나는 얼굴이지만 말 한 마디 못 하고 멀찌감치서 바라보기만 하던 그 때 그 시절로 돌아가라는 것은 아니다.
그래도 좀 영글거든 손을 잡고, 젖가슴을 만지고, 뽀뽀를 하던지 해야지 영글지도 않은 상태에서 정작 해야 할 일은 등한시 하고 남의 눈치 볼 거 없이 제들 감정에만 충실하려고 한다면 그 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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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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