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인이 뜸한 동네 길을 지나 공원 입구에 들어서자 아이들 웃음소리가 요란했다.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좀 떨어진 곳에서 지켜봤다.
내가 가로 질러가야 하는 공원 한 편에서 중학생쯤이나 되는 여학생들이 말뚝 박기 놀이를 하고 있었다.
가방은 벤치에 죽 쌓아 놓았다.
막대 사탕 같은 것을 하나씩 입에 물었다.
우물우물하는 그러나 큰소리로 뭐라고 하면서 깔깔거리고 뛰는데 아이들이 여간 재미있어 하는 것이 아니었다.
교복 치마를 펄럭이며 엎드려있는 아이들의 등에 올라탈 때는 속옷이 드러나고, 타고 나서는 교복이 위로 올라가 허리춤이 다 보였지만 그런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는지 게임에만 몰두하였다.
여학생들로서 좀 과격하지만 씩씩하게 노는 것이 참 귀여웠다.
언뜻 보기에는 말괄량이들 같았으나 저런 아이들이라면 공부도 잘 하는가 하면 어른들 말씀도 잘 드는 모범생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한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좀 돌아서 가는데 사거리 곳곳에는 좋은 자리 경쟁이라도 하듯이 플랭카트들이 어지럽게 걸려있었다.
디자인이나 색상이 톡톡 튀는 것들이었는데 저 아이들의 아버지나 할아버지뻘 되는 사람들한테나 해당되는 내용들이다.
다들 교육 백년대계를 외치는데 안 봐도 될 아이들이 억지로 봐야 하는 프랭카트는 교육에 대한 어른들의 그 진정성이 어느 정도인지는 측정해봐야 알 것이다.
아이들한테는 빨간 색이든 파란색이든 신경 쓸 거 아닌데 자꾸 신경을 쓰라 하고 있으니 자나 깨나 공부하는 것만큼이나 스트레스를 받을 거 같다.
어제 그 곳으로 오늘 새벽에는 그 부부가 자전거를 타고 지나갔다.
짐을 싣는 묵직한 자전거도 아니고 혼자 타는 날렵한 자전거도 아닌 보통의 허름한 검정색 자전거다.
그들의 옷차림은 여전히 허름했다.
남자는 새마을인지 민방위인지 녹색 모자를 삐딱하게 쓰고 힘들여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여자는 왼손 팔꿈치에 가방을 낀 채로 뭔가 들어있는 검은 비닐봉지를 들었는가 하면 오른손은자전거 뒤를 잡았다 놨다하면서 머리가 덜 말랐는지 손을 올려 머리를 연시 털어냈다.
정겨운 부부 모습이다.
둘이서 오피스 빌딩가 어디론가 출근하는 길이든지 아니면, 남자가 인근으로 출근하면서 여자를 지하철역에 데려다 주는 것이라고 상상했다.
웬만한 사람들은 눈도 안 떴을 그 시간에 나선 것을 보면 그 부부는 식당, 청소, 경비 같은 허드렛일을 하는 처지일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좋은 모습이다.
법 없이도 살 저런 사람들이 잘살아야 할 텐 데 하고 가볍게 미소를 짓는데 꽈당 소리와 함께 쇳소리가 나서 바라봤더니 자전거가 자빠졌다.
남자는 얼른 뒤를 바라다 보며 여자한테 괜찮으냐고 물었고, 여지는 괜찮다면서 여자는 간식거리인 듯한 비닐봉지를 먼저 들고 일어났다.
말뚝 박기 놀이하는 어제의 아이들과 자전거 타고 넘어지는 오늘의 부부를 통하여 보다 더 깊은 감흥을 받고, 보다 더 배워야 하는 사람들이 나를 위시하여 억수로 많으련만......,
자기 이익과 안녕에 너무 매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해 봤다.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는데 (0) | 2014.08.28 |
---|---|
땅이 있어서 심는다 (0) | 2014.08.28 |
역사의 뒤안길로 (0) | 2014.08.26 |
뱃심 (0) | 2014.08.26 |
꼬부랑 할머니 (0) | 2014.08.2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