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이 약이다.
모든 것은 시간이 해결해 준다.
사필귀정(事必歸正)은 거짓말을 안 한다.
다 그런 것은 아니다.
세월이 병일 수도 있다.
시간이 갈수록 더 꼬일 수도 있다.
인과응보(因果應報)라는 야박한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어떤 경우든 세월 앞에는 장사 없고, 자연에는 용빼는 재주 없다.
세월이 가면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는 것이 당연지사이지만 남들은 그래도 나는 안 그럴 것처럼 살았는데......,
사양(斜陽)은 지금의 남양(南陽) 옛 이름이다.
태양이 기운다는 뜻의 사양이라는 지역 이름 때문에 발전이 안 된다면서 남쪽의 태양이라는 의미의 남양으로 개명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나의 출생지인 붉은 계곡(적색:공산주의)이라는 의미의 적곡면이 넓은 뜰이라는 뜻의 장평면으로 바뀐 1987년도의 일이다.
사양은 청양 고을 금광 폐광 지역에 위치한 자그마한 면 소재지다.
초임으로 그 곳에 부임하기 전까지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었지만 이 김(金) 작가에게는 인연이 깊은 고장이다.
중부전선 28사단의 수색대인 민경중대(民警中隊)에서 만기 제대한 후에 한남동 학교에 잠시 복학했다가 그 곳에서 국영기업(國營企業)의 신출내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결혼도 거기에서 했다.
그 때 교류를 하던 사람들이 꽤 많았다.
고향 친구들이거나 직장 동료들이 아니고 현지에서 사귄 사람들이다.
주로 행정기관(면사무소, 농촌지도소, 우체국, 예비군 면대) 공무원, 경찰서(지서) 경찰관, 단위농협과 수리조합 직원,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사 등등이었다.
대부분이 그 지역 토박이들이었지만 경찰관들이나 교사들은 나처럼 같은 청양군내(靑陽郡內) 출신이거나 청양과는 전혀 연고가 없는 충청도나 타도의 외지 사람들도 있었다.
동병상련(同病相憐)인지 관공서 직원들끼리는 상부상조하면서 잘 지냈다.
사적인 모임을 결성한다던가 면단위 기관장 회의처럼 정기적인 회합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어울려서 술도 잘 마시고 놀러도 잘 다녔다.
그 때 그 시절이 그립다.
그 때 그 사람들은 다 나이들이 많다.
얼굴에 깊은 주름이 팬 것은 아니어도 윤기는 없다.
35년 전인 그 당시 나이들이 이십대 후반이나 삼십대 초반이었으니 지금 따져 보면 60대 인지라 그럴 만도 하다.
군대의 만년 주임상사(主任上士)처럼 면서기에 O주사라고 불리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면서 행정을 하던 공무원들은 늦으막에 사모관대(紗帽冠帶)의 사무관 직위에 올라 그 이상으로 간 사람들도 있고, 징그럽게도 승진도 못 하던 순경들도 역시 주임상사격인 경사를 거쳐 간부인 경위나 그 이상으로 승진한 사람도 있고, 코흘리개 아이들하고 씨름하던 교사들은 교감이나 교장으로 나간 경우가 많았다.
그 역전의 용사들이 역사의 뒤안길로 물러나고 있다.
대부분이 몇 년의 시간 차이를 두고 대부분이 정년을 맞았다.
아직 남아 있는 사람들은 정년이 길은 교직에 있는 사람들이고, 같이 어울리기는 했지만 연배(年輩)가 조금 뒤진 사람들이다.
지역 신문 C의 대전시 교육청 인사발령 사항을 보니 승현이 아빠가 교장으로 승진하여 보직 이동을 하셨다.
축하 인사를 하고 나니 감개무량했다.
역전의 용사들한테 건네는 마지막 축하인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예전에 같이하던 사람들 중에 누군가는 선출직인 의원이나 단체장에 도전하여 성공하는 경우도 있을 테지만 연만하여 그렇게 되면 축하보다는 수고하는 것에 대한 격려를 해야 할 판이 될 것이다.
때마침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스물네 살 얼룩무늬 군복이라는 기사가 그리움을 더 해 줬다.
처음 얼룩무늬 군복이 나올 때에는 국방색 단 색 군복만 입었던 우리 세대들은 제대한 예비군들이나 입는 선망의 대상이던 개구리복을 현역들도 입는다고 신기하게 생각했었다.
이제는 새롭게 여기던 그 개구리복도 수명을 다 하고 사라진다니 이런 게 바로 인생무상(人生無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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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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