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심은 생존이다.
아울러 방어와 공격, 공격과 방어의 관건이다.
일방적인 공격에 무조건적이 방어의 역학 구도도 있다.
방어인(防禦人)은 무방비 상태로 있어야 한다.
위중한 상황이라는 것을 알지만 스스로 그를 탈출할 권한이 없다.
공격인(攻擊人)은 총공격 자세로 돌입한다.
자기 능력에 관계없이 자기 맘대로 가격할 수 있는 위치를 선점하고 있다.
너무 자유자재로 썼다가는 탈이 날 수 있으므로 약간은 조심해야 한다.
주먹과 발길질은 물론이고 혼신의 힘을 다 하여 타작에 임할 것임을 사전에 암시하는 정도면 충분하다.
경찰관이 범인을 체포할 때 알려주는 미란다 원칙과 비슷하다.
또 강자가 약자한테 일방적으로 명하는 초법적인 행위와도 유사하다.
타작에 관한 사전 경고는 손가락질 하며 열변을 토하는 입장에서는 적절하게 하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경청하는 입장에서도 잘 알아들어야 좋은 뜻에서 경고의 의미가 살지 자칫 잘 못 했다가는 구타나 폭행 사건으로 비화될 소지가 다분하다.
전설적인 일들이 아니다.
어지간한 사람들이라면 본인이 그렇게 직접 호되게 당하진 않았지만 주변에서 종종 보던 타작 장면이다.
그 때 나오던 경고음을 생각해본다.
먼저, “입 다물어!”이다.
선생님은 성깔은 있지만 체격은 왜소하고 약골이다.
선생님이 고개를 들고 볼 정도로 기골이 장대한 말썽꾸러기 학생을 교탁 앞으로 불러내어 체벌을 하려고 한다.
이 때 아무리 성질이 나고 급해도 체벌의 ABC를 지켜야 한다.
맘껏 때렸지만 안 때린 것처럼 해야 한다.
한 방에 나가떨어지는 급소를 친다거나 맞았다는 것이 훤히 표 나는 곳을 가격한다거나 하는 것은 가격(加擊)의 하수이므로 피해야 한다.
안 때릴 곳을 때렸다가는 금방 표가 나서 애들 잘 못 다루는 어설픈 선생님이라고 소문이 퍼져 망신살이 뻗친다.
가장 간단한 매타작은 손바닥 때리기나 엎드려뻗쳐를 시켜 놓고 몽둥이찜질을 하는 것인데 주먹은 가깝고 법은 멀다는 말이 있듯이 열이 팍팍 나는데 그런 절차를 밟을 겨를이 없이 먼저 손이 올라간다.
자기 성질을 못 이겨 시계를 풀러 교탁이 놓고 어구창을 돌려대는 것이다.
어구창을 돌릴 때 무턱대고 했다가는 옥수수가 튀고 입술이 절단 날 우려가 있으므로 주먹 들어간다고 사전 경고를 하게 된다.
그 소리가 입 다물라고 하는 소리다.
전쟁 전후 세대라면 학창 시절에 자주 듣던 소리인데 요즈음도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을 거 같다.
학생은 스스로 살길을 찾아야 한다.
명령 이행을 잘 해야 하는 것이다.
사랑의 매를 때리는 선생님 맘이고, 선생님 말씀에 충실해야 하니 입을 나불거리지 말고 침묵은 금이라는 말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입을 꾹 다물고 있어야지 안 그러면 입속과 이빨에 탈이 난다.
그 수난지경(受難之境)은 어디다 하소연도 못 하고 맞는 사람만 손해다.
오고가는 매타작에 싹트는 사제지간의 사랑은 그리운 추억거리다.
사라지고 잊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랑의 매 등식이 성립하는 것은 역시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가 엄격히 존재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 때는 무슨 일이 있어 경찰이나 학부형이 학교에 들랑거리면 교권을 침해하는 중대 사안으로 되어 큰일 났고, 매우 복잡한 건일지라도 타작하는 측이나 타작을 당하는 측이나 감정이 없었기에 그 때가 지나면 툴툴 털어버리고 다들 자기 일상으로 돌아갔다.
지금은 안 그럴 것이다.
사랑의 매라 말하지도 않을 뿐 더러 그렇게 알아듣지도 않는다.
작은 건만 있어도 언제 어떻게 신고가 들어가는 것도 모를 정도로 신속하게 신고가 되고 신문에 대문짝만하게 나온다.
교육열과 자식 사랑이 철두철미한 부모들은 만사 제치고 들고 일어나 귀한 내 자식한테 무슨 일이냐며 총칼 들고 쳐들어올지도 모른다.
다음, “배에 힘 줘!”이다.
평소 큰형님처럼 인자하던 내무반장이 외박 나갔다가 복귀 시간이 늦어 하마터면 탈영병으로 모릴 뻔 하여 전 소대원을 애타게 만들었던 문제 사병을 침상 아래로 내려오라고 하여 무차별적을 후꾸(어퍼컷)를 날릴 때 긴장감을 주지시키는 것으로 자주 봐오던 모습이다.
병사는 과오를 인정하고 징벌을 감수해야 하는데 요령이 필요하다.
O배짱이 아니라 진정한 뱃심을 잔뜩 키우고 맞을 채비를 해야지 안 그러면 뱃속이 탈이 나 이질에 걸린 환자처럼 줄줄 새는 사람만 손해다.
그 역시 명령에 살고 명령에 죽으며, 국가와 민족을 위한 상무 정신의 명예를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기던 구식 군대에서나 신식 군대에서 그랬다가는 적과 싸움도 해 보기 전에 내란이 일어 폭삭할지도 모른다.
가끔은 엉뚱한 면이 있는 미당(美堂) 선생이 시대 흐름에 걸맞지 않게 때 아닌 뱃심 기르기 작전에 나섰다.
선생님한테 맞을 준비를 한다거나 상관한테 당할 것에 대비를 하는 차원이 아니라 스스로 알아서 스스로 행하는 반바지 동여매는 작전이다.
여름철에 주로 집에서 입는 면바지가 세 개 있다.
여름 용 면바지는 겨울에 주로 입는 허리 부분이 넓게 꼭 조여지는 트렁크 형 폴리에스텔 바지와는 달리 고무줄이 약하게 들어 있고 허리 크기를 조절하는 단추가 두 단계로 되어 있지만 허리띠를 하지 않으면 불편하다.
빵빵하게 식사를 했을 때는 그런대로 버티어 내는데 배가 좀 홀쭉해졌다 하면 줄줄 흘러내려 조금만 움직이려도 손으로 잡고 다녀야 한다.
하는 수없이 허리띠를 매야 한다.
갖고 사용하는 허리띠도 가지각색이다.
육중한 것과 가벼운 것, 새 것과 헌 것, 길이 조정을 구멍으로 조절하는 것과 톱니바퀴 식으로 조절 하는 것, 천연 가죽과 인조 가죽 등 다양하다.
허리띠가 다양하지만 만족스럽게 허리를 꽉 조이는 데는 좀 약하고, 조금씩 불편한 점들이 있다.
그래서 구입한 것이 군대 허리띠다.
투박하여 모양새는 안 나지만 힘을 줘도 이탈하지 않을 정도로 튼튼하고, 허리띠 넓이가 있어 안정감이 있고, 자유자재로 길이 조절이 가능하여 그를 매면 허리에 힘이 팍 들어간다.
뱃심이 들어 가 허리가 안정되니 의자에 앉아서 하거나 움직이는데 편리하고, 뭘 하는데 자신감이 생긴다.
뱃심이 있어야 한다.
허접한 뱃심이 아니라 진정한 뱃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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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