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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오락가락하는 것이

by Aphraates 2014. 8. 24.

일기불량(日氣不良)이다.

양다리가 왔다 갔다 하며 쓰러질 듯 말 듯 하는 개그맨 김정렬 씨의 “숭구리당당” 춤처럼 날씨가 오락가락한다.

그는 그 춤으로 강남에 빌딩도 두 채나 샀다지만 오락가락하는 날씨는 아니올씨다이다.

 

평상시에는 날씨에 비교적 자유롭지만 오늘과 내일은 그게 아니다.

 

수풀이 무성히 자란 보령(保寧)의 처가(妻家) 부모님 산소는 오늘 오전 따가운 햇볕이 나기 전에 벌초를 끝냈다.

말하는 것으로 봐서 내가 주도해서 벌초를 한 것 같은데 그 것은 아니다.

맏사위이자 가장 손윗사람으로서 벌초가 끝날 시간에 맞춰 산소에 기서는 서울에서 내려온 처가 식구들과 함께 성묘를 하는 것이 연례행사의 불문율처럼 돼 있다.

 

일기예보상 내일이 걱정이다.

현재 날씨가 어떤 수시로 내다봤다.

나기보기도 했다.

내일은 청양(靑陽) 본가 부모님과 형 산소 벌초를 해야 한다.

본가에서는 막내로서 일을 많이 해야 하지만 원래 못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어서 하는 대로 하면서 형님들의 시중을 들고 조카들을 감독하면 도지만 그 것도 쉽지가 않아 끝나고 나면 몸이 노곤노곤하다.

날씨라도 밝고 선선한 바람이 불면 그래도 낫지만 그렇게 내 입맛대로 놔두는 날씨는 아니기 때문에 일기예보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다.

 

내일 일기 불량은 확실할 거 같다.

청양 지역 내일의 일기예보는 “흐리고 비”에 “강수확률 80%”이다.

차라리 그렇다면 낫다.

오늘 저녁 대전 날씨처럼 오락가락하는 것이 더 싫다.

비가 오는 것도 아니고, 안 오는 것도 아니다.

우산을 싸도 되고, 안 써도 된다.

온도와 습기가 표 나게 높은 것도 아니고, 낮은 것도 아니다.

한마디로 수레 물탄 듯, 물레 술 탄듯 개갈 안 나는 짜증스런 날씨다.

 

오락가락하는 것이 현 시류(時流)와도 흡사하다.

 

법치(法治)를 강조했다가 인치(人治)를 강조한다.

과거(過去)를 중시했다가 미래(未來)를 중시한다.

이상주의자로 발전(發展)을 역설하다가 현실주의자로 민생(民生)을 역설한다.

이 쪽 사람 그랬다가 저 쪽 사람이 그랬다가 위치를 바꿔가면서 그런다.

전형적인 엿장수 맘대로의 아전인수(我田引水) 셈법이다.

 

오락가락하는 날씨에 흐트러지는 것이 벌초이듯이 오락가락하는 상황에 멍드는 것은 누구인지 생각하면 후덥지근한 날씨만큼이나 기분 나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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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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