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곤한 잠을 깨우는 그대들은

by Aphraates 2014. 8. 23.

잠자는 사자의 코털을 건드리는 것도 아니고......,  

 

어르신의 곤한 잠을 깨우는 그대들은 도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사람들인가?

 

자기 인생을 설계하고 나라의 장래를 걱정하면서 초랑초랑한 눈망울을 굴리다가 집으로 가는 여명의 눈동자라면 피곤들 할 텐데 어서 집에 가서 해장국 한 그릇 하고 쉬라고 격려를 할 것이다.

그게 아니고 난처 처지인 자기의 현실을 비관하고 아울러 난세의 시국을 비판하면서 내려앉는 게심치레한 눈을 껌벅이다가 방향도 없이 헤매는 안개 속의 동태눈이라면 쫓아가서 몽둥이 찜질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나도 어찌 해야 될 지 난감하여 이럴까 저럴까 하고 밀당(밀고 당기는 것)을 하다가 힘에 부쳐 정신이 번쩍 들고 잠이 깼다.

 

어제 저녁의 대학원 모임은 좋았다.

그 여운이 남아 잠이 저절로 오는 깊은 밤이었다.

뭔가 기억할 수 없는 기분 좋은 상태에서 꿈에 취해 음냐음냐 하고 있는데 갑자기 잡소리가 들렸다.

잡소리는 점점 가까워졌다.

기분 좋은 상태를 벗어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다.

무당이 잡귀(雜鬼)를 쫓아내려고 펄떡펄떡 뛰면 소리 지르듯이 나도 눈을 부라리며 잡소리는 물러가라고 외쳤다.

하지만 통하지 않았다.

추상같은 호령도 개의치 않는 것이 엄청 센 놈인 것 같았다.

점점 크게 들려오는 것이 바로 코앞에 당도한 느낌이었다.

나는 네가 싫어 오지 말라고 했는데 왜 그렇게 부진부진 밀고 들어오느냐며 버럭 화를 내다가 화들짝 잠에서 깨어 눈을 떴다.

 

그 잡소리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었다.

빨간 글씨로 선명하게 밤을 비추는 시계를 보니 나의 기상 시간 4시보다 30분 전인 3시 반이었다.

그러니까 좋은 꿈을 꾸며 꿀맛 같은 단잠을 자야 할 시간에 방해꾼들이 나타나 모든 것을 흩트려 놓은 것이었다.

 

무의식적으로 사람이 포악해졌다.

자기보호 본능인지 모르지만 바람직스런 모습은 아니었다.

“어떤 저런 O들이 몰상식하게 이 새벽에 남의 동네 한 가운데를 고성방가하면서 지나가는 거야?” 하는 생각과 동시에 일어나 앞 베란다로 나가 바라보니 한심한 작태 그대로였다.

비틀거리는 남자 아이들 몇몇이서 큰 목소리 내기 대회에 참가라도 얘기하다 웃다 하면서 아파트 중앙통로를 지나가는 것이었다.

1,650세대인 아파트 주민들이 잠들어 있는 새벽이다.

여기저기 다니면서 밤새 울어대던 고양들도 어디론가 가고, 소곤소곤 얘기하는 것조차도 조심스런 상황이다.

그런데 그들은 자기들 술판의 연장선상으로 밖에 안 보이는지 막무가내로 떠들어대면서 아무런 죄의식도 없이 뒤편으로 가는 것이 공중도덕과 질서의식은 간 데 없었다.

 

“야, 이 O들아 조용히 못 해!” 라는 소리가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멀쩡한 사람의 아름다운 비몽사몽(非夢似夢)의 길몽(吉夢)을 쓰레기 같은 그대들의 오리무중(五里霧中)의 악몽에 넘기고 싶지는 않아서 꾹 참았다.

하지만 한번 돋은 분이 풀리질 않았다.

방으로 들어오면서 한 마디 남겼다.

그대들도 집에 가면 귀한 자식들이겠지만 열정적인 청춘의 발산으로 한 번 질러보는 소리가 아니라 자신을 잃고 세상을 등진 채 돼지 멱따는 소리를 하는 그대들 같은 애를 낳고 그래도 아들이라고 좋아라 하면서 멱국을 끓여 먹었을 그대들 부모들이 안 됐다는 소리였다.

 

잠시 후에는 끓어오르던 자신을 달래면서 부덕했던 자신의 악담을 후회하고, 부족한 그대들을 용서하겠다고 하였지만 그러는 것들이 아니라는 것은 그대들 스스로 깨닫고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락가락하는 것이  (0) 2014.08.24
신문철  (0) 2014.08.24
원생  (0) 2014.08.23
라이방  (0) 2014.08.21
너무 하는 거 아니오?  (0) 2014.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