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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는데

by Aphraates 2014. 8. 28.

하루에 두 번씩은 아파트 현관문을 삐끔 열고 모기약을 뿌린다.

“썩 물렀거라”

하는 준엄한 공갈협박도 한다.

만물의 영장이 사람이 미물을 두고 큰소리치는 것이 좀 낯간지럽기는 하지만 한 방 물렸을 때 신경 써야 하는 것을 생각하며 도끼로 파리 잡듯이 할지라도 무지막지하게 몰아붙여야 속이 후련하다.

 

모기 박멸을 위한 모기약 살포(撒布) 작전을 벌이는 것이다.

모기의 내성이 강해졌는지 아니면, 도시 환경이 그만큼 안 좋아졌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도심지에도 모기가 적지 않다.

공원이나 아파트 화단 같은 데라면 모기가 있을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모기가 자력으로 올라오기는 불가능할 거 같은 아파트 일정 층수 이상에도 모기가 있어 귀찮다.

아마도 승강기나 사람들한테 얹혀 올라오는 것 같다.

별거 아닌 거 같아도 무척 성가시럽다.

승강기를 타고 올라와 침입하는 모기 한 마리만 집에 들어와도 큰 혼란이 야기되기 때문에 우리 집에는 못 들어온다는 사전 예방조치로 모기약 냄새를 흠뻑 풍겨두는 것이다.

봉사하는 측면도 있다.

내가 그렇게 극성을 부리는 바람에 개인성향이 강하여 그런데 까지는 신경 쓰지 못할 거 같은 앞집 젊은 부부도 득을 볼 테니 그 것도 하나의 봉사일 것이다.

 

저녁에 밖에 나가서 몇 방 물렸다.

아파트 출입구 현관을 나서자마자 한 방, 공원 근처를 서성이다가 몇 방 물렸다.

팔다리가 근질거리고, 귀때기도 가려웠다.

박박 긁거나 문질러봐도 소용이 없었다.

집에 들어와 물파스를 흥건하게 발랐더니 좀 시원하고 가려움이 덜 했다.

 

처서(處暑)에는 모기 입도 삐뚤어진다는데 아직은 한 여름날의 힘이 남아있는지 늦으막에 모기들이 윙윙거린다.

철모르는 모기들은 아니라 그 것들 나름대로의 생존투쟁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는 사람들보다 더 예민할지도 모른다.

모기들도 계절 절기(節氣)의 엄연한 사실을 거역할 수는 없을 테니 맹위를 떨치는 것도 며칠 상간으로 끝날 테니 지금이 단말마적인 일전을 벌이는 최후가 아닌가 한다.

서울의 중심가로서 낡은 상가가 많은 용산과 종로를 “모기 특구”로 지정해야 할 거 같다는 농담이 나올 정도로 모기가 극성을 부린다는데 문을 열고 나서면 나무와 풀이 무성하게 있는 한적한 대전(大田)이야 더 말 할 것도 없을 것이다.

 

날씨가 선선해졌다고 이제는 모기도 한물갔다고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물어봤자 위력이 없고, 물려봤자 큰 병에 걸리는 것은 아닐지라도 물리면 불편하니 입 삐뚤어진 모기일지라도 조심해야 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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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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