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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덤터기

by Aphraates 2014. 8. 30.

 

수천억 원을 해 먹고 중국으로 튀었다가 사망했다는 말이 있으나 아직도 생사가 불분명한 희대의 사기꾼 C씨에 대한 이야기가 Y씨 건과 맞물려 다시 회자된 것이 얼마 안 됐다.

시대가 바뀌고 세상이 발전하면서 사기 치는 수법은 달라도 그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변하지 않는 것 같다.

 

 

희대의 사기꾼이라면 대동강 물 팔아먹었다는 봉이 김 선달이 단연코 으뜸인데 지금처럼 사악하지는 않고 참 풍자적이고 낭만이 있었던 거 같다.

 

같은 물장사라도 고전판 북청물장수처럼 억척스럽고 알뜰한 사람이었다면 인정받고 존경받았을 텐데 현대판 물장사는 그러지도 않아 현재가 과거보다 못한 측면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다.

 

 

굵직한 물장사인 K사가 모종의 대형 건(件) 여파로 시련을 겪고 있단다.

부도나게 생겼다는 소리까지 들린다.

그 건이 의욕적으로 진행될 때도 그런 비판과 견제를 했는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언론 매체들이 그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비판하고 있다.

 

그렇다고 많이 놀랄 일은 아니다.

그 회사는 절대로 부도가 날 수 없는 회사다.

누군가는 나서서 부도를 막아 줄 확률이 100%다.

다만 그 좋았던 시절이 좀 훼손되고, 어느 정도의 고초가 수반될 것이니 허리띠를 졸라매고 고생을 감내해야 한다는 부담은 있을 것이다.

 

K에 부도에 준하는 중대 사태가 올 것이라는 이미 예견된 일이고, 그럴 기미가 여기저기서 엿보였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건이지만 막상 그 소식을 접하니 허망하다.

“그러면 그렇지”하는 탄식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

그 건과 그 건과 관련한 K의 입장을 두고 참 말도 많았다.

아직도 논란이 진행 중이고 언제까지 이어질지도 모른다.

시작과 중간과 끝이 그렇게 위험했으니 제기된 문제와 답에 대해서 전반적으로 진위(眞僞)를 가려봐야 할 거 같다.

 

공익성(公益性)이냐 수익성(收益性)이냐를 놓고 갑론을박이 심했다.

K는 진퇴양난이었다.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결국은 공익성을 추구하라는 주인장의 명령을 받들어 그 방향으로 나갔다.

그런데 공익성이 맞는지를 두고도 찬반 논란이 심하여 궁여지책으로 그럴 듯 하게 포장을 하여 슬며시 발을 디밀고 들어갔다.

 

말이 많았던 만큼이나 문제도 많은 것 같다.

얼마간의 세월이 지나 사업 결과를 놓고 수익성을 계산해보니 계산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절단난 것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단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K는 초죽음 상태로 아우성이란다.

발등에 연달아 떨어지는 불 때문이다.

불도 불 나름이다.

보통 불이 아니란다.

쥐불놀이하다 낸 짚더미의 불이라면 동네 사람들이 양동이 들고 나와서 끄거나 홀라당 타게 내버려뒀다가 남은 재는 거름으로 쓰면 되지만 그 불은 타워링에서 난 불보다도 더 큰 불이어서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단다.

불을 끌 능력이 없는 당사자로서는 불을 어찌 해야 할지 몰라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면피하기 위한 작전을 펼쳐가면서 비빌 언덕을 찾고 있는 중이란다.

 

답답도들 하시다.

그런 거야 당연히 하라고 지시를 한 주인장한테 떠넘기면 되는 것을 왜 K가 떠안고서 노심초사하는 것인지 머리도 어지간히 안 돌아간다.

그렇게 말하고 싶지만 다 사정이 있다.

주인장과 함께 동조하며 장단 맞추고 앞장 선 측면의 책임도 가볍지 않아 혼자 살겠다고 발을 뺄 수도 없단다.

또한 강력하게 반발하고 싶어도 생존과 존폐 여부기 달려 있어 함부로 그런 극한투쟁을 벌릴 것도 아니란다.

 

당사자들이 다 나자빠지는 형국이다.

그럼 누가 나서야 할까요?

물으나 마나다.

덤터기를 들써 쓴 국민들이다.

결국은 국민들이 나서서 주어 담아야 한다.

실권이나 덕본 것도 없이 주주라고 추앙받는 비행기를 탔던 국민들만 등골 휘고, 부실 경영의 대명사자 신의 직장이라고 비난받던 KW의 졸들만 코피 흘리게 생겼다.

 

어디에 쓰려고 무엇 때문에 그 일을 하였고, 어떤 방식으로 누가 그 일을 주도하였고, 앞으로 어떻게 활용해야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앙상하고 울퉁불퉁한데 가 잡초만 무성하던 모래사장과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이 지저분한 강둑이 정리되어 푸르른 물이 넘실거리는 것이 보기에는 그럴 듯 한데 그 것만으로는 그를 위하여 들어 간 상상을 초월하는 돈과 유지 관리하는 데 얼마가 더 들어갈지 모르는 돈을 설명하기는 부족해도 한 참 부족한 거 같다.

 

모두가 애물단지로 제쳐 놓은 그를 어쩐다?

덤터기를 털어내야 할 것이다.

뒤집어 쓴 채로 그냥 갈 수도 없고, 뒤집어쓰지 않은 처음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불편하고 손해일지라도 적당히 털어내고 써야지 별 수 없을 것이다.

당사자들한테 네들 책임이니 책임지라고 적군 다루듯이 한다 해도 잘 해보려고 그런 것인데 뭔가 미흡했던 것 같다는 사죄이외는 나올 답은 없다.

 

지난 일이니 현재에 가장 현명한 길을 택하여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그 건의 전도사를 자처하던 사람들과 적극적 또는 묵시적으로 동조했던 사람들은 구차한 변명을 하거나 칩거할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나와서 왜 그렇게 되었는지 답을 해야 할 것이고, 억울하게 떠안았지만 어차피 우리들이 먹어야 할 밥이니 맛없더라도 먹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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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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