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중고품을 안 좋아하는 편이다.
연대가 오래된 골동품은 가치를 따지지 않고 좋아하는가 하면 뭘 한 번 사면 다 헤지고 망가져서 못 쓸 때까지 내 것으로 알고 쓰는 고전적인(古典的)인 성향인 내가 중고품을 안 좋아하는 것은 이례적이라고도 할 수도 있다.
하나 헌 것보다는 새 것을 좋아하는 것은 누구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중고품에 대한 관심이 적다.
곳곳에 중고 가전제품점이나 중고 가구점이 있고, 공공기관에서 여는 각종 중고품 판매나 물물교환을 하는 바자회가 있지만 그런 것이 있는가 보다 하고 그냥 지나치지 관심을 기울인다거나 들어가 본 적이 없다.
뭐 필요한 것이 있으면 싼 것을 산다던가 아니면, 아예 안 사고 말던지 하지 중고품을 사거나 얻으려고 하지는 않는다.
구두라고 하면 묵직한 금강제화와 날렵한 에스콰이어나 엘칸토이고, 운동화라고 하면 나이키 같은 외국 브랜드라고 하던 시절에는 식당 같은 데서 가끔 신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대개는 일부러 훔치려고 그러는 것이 아니라 술 취한 사람들이 자기 신과 비슷한 것을 신고 가다보니 일어나는 해프닝이었지만 작심하고 넝마처럼 너덜거리는 신을 신고 와서는 비싼 신을 바꿔 신고 가는 이해하기 어려운 이상한 얌체족들도 있었다.
나도 그런 경우를 당한 적이 있었다.
식당 집에서 제공하는 허접한 실내화를 신고 나서면서 “세상에 고린내 나는 남의 신을 신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어? 에이 치사 빤스 같은 사람들 같으니라고” 라고 하면서 분개했었다.
그 때만 해도 살림살이가 곤궁하여 살기 녹녹치 않은 사람들이 생각이 짧은 사람들이 즉, 생계형 좀도둑이 있었을 때였으니 그랬지만 지금은 제 아무리 고급 브랜드의 고가 제품일지라도 남이 신던 것을 가져가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탐낼 것이 따로 있지 사이코가 아니고서야 남의 신을 몰래 신고 갈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선호하지 않는 중고품이지만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거기에도 예외는 있다.
헌 책(冊) 즉, 중고도서(中古圖書)다.
고문서(古文書)로 분류되는 책은 물론이고 어정쩡하게 연식이 됐을지라도 내 취향의 수필집, 시집, 소설을 비롯한 문학 서적과 지리 여행에 관련 책들은 아주 소중하게 다루고 보관한다.
어떤 때 쓰레기 분리수거를 하는 곳을 지나치다 보면 빛바랜 책들을 폐지로 내놔 보는 사람이 없다면 뒤적여보면서 내가 좋아하는 것이라면 가져왔으면 하는 생각도 하곤 하지만 차마 그렇게 하지는 못 하고 누가 그렇게 귀한 책들을 버렸나 하고 아쉬워할 따름이다.
일반 인터넷 서점인 Y나 중고 인터넷 서점 H를 통하여 중고 도서를 가끔 구입한다.
예전에 갖고 싶었지만 돈이 없거나 품절되어 사지 못 했던 책들이나 일고 싶어도 찾기가 힘들어 단념했던 책들인데 심심풀이로 인터넷을 검색하다보면 찾게 되는 경우가 있다.
맘에 뒀던 책을 찾으면 유레카 정도는 아니어도 무척 기쁘다.
여기저기 헤매다가 어디엔가 숨어있는 헌 책을 찾아내고, 현 시세로는 천 원에서 오천 원 정도의 헐값으로 부담 없이 한 보따리 수중에 넣고 보니 책 내용의 소중한 가치를 단번에 얻은 것만큼이나 기분이 좋다.
중고 책 열여섯 권을 구입했다.
1980년대 초에 발간된 대전과 청양 칠갑산(七甲山)을 무대로 펼쳐지는 도굴꾼의 이야기를 다룬 강위상 님의 “돌의 미소”를 찾다가 우연히 한 서점에 있어서 단 돈 천원에 주문하였고, 갖고 싶은 다른 책들도 함께 주문하여 어제 택배로 받았다.
돌의 미소는 몇 년 전에 인터넷을 통하여 책이 아닌 원고 원본을 복사해 둔 것이 있지만 책을 찾아내긴 처음이었다.
어디를 봐도 그 책을 찾을 수가 없어서 언제 기회가 되면 경기도 파주에서 두루뫼 박물관을 운영하고 계시다는 강 작가 분을 찾아뵙고 작품에 대한 얘기도 듣고, 책도 있으면 한 권 얻을까 했었는데 우연한 기회에 손에 넣으니 다른 뭘 얻은 것보다도 흡족했다.
받은 책을 손질했다.
중고 서점에서는 책을 보관하고 배송할 때 살균 소독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 베란다에 내 놓고 모기약 스프레이를 뿌려서 하루 종일 햇볕에 말렸다.
그리고 다시 깨끗한 물수건으로 닦아 다시 햇볕에 하루를 더 말리려고 베란다 밖의 새시에 널어놓았다.
오래된 책들이어서 색은 바라고 디자인도 우중충하지만 그를 바라보느라니 맘이 참 편한 것이 앞으로도 계속 중고 도서를 검색하여 구입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즈음은 치열한 경쟁으로 인하여 외제차도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는데 고등학교 시절에 꿈에 그리던 벤츠 중고라도 한 대 사서 타봤으면 하는 맘이 굴뚝같은데 덩치 면에서 책하고는 다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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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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