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역회가 끝나고 다과회를 할 때 주된 논제는 교통사고였다.
새퉁맞은 일이었다.
구역회라면 어떻게 하면 신앙생활을 잘 하고, 선교활동을 잘 하여 당신 보시기에 좋은 자식들이 될 것인가 하는 것을 걱정해야 할 것이다.
한데 그런 것이 아니라 목구멍이 포도청이라고 하듯이 우선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끄고 보자는 식으로 몸소 겪은 교통사고와 주변 사람들로부터 들은 사례들을 이야기 나누다 보니 하품 나오는 한밤중이 되었다.
불을 댕긴 것은 민(閔) 아오스딩 전 구역장님이셨다.
큰 차를 따라서 4거리 신호등을 통과하다가 갑자기 들어서 영업용차와 추돌을 하였는데 전에도 겪어봤지만 사고가 안 나도 되는 상황이었는데 다분히 의도적이고 상투적으로 유발한 사고였지만 입씨름하고 신경 쓰기 싫어서 어쩔 수 없이 다 본인 과실로 하여 사고 수습을 하고는 보험 회사에서 내 준 렌터카를 끌고 오셨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 방이 당겨지자 너도나도 교통사고 경험담을 얘기들 하셨다.
악질로부터 또는, 억울하게 당한 사례들로서 다 비슷비슷했다.
얘기 하는 족족 내가 당한 것처럼 공감이 가는 얘기들이었다.
결론도 나왔다.
교통 시설이 미비하다거나 상대방이 불법 난폭하게 운전을 할지라도 내가 방어 운전을 하면 사고 발생이나 위험을 상당 부분 방지할 수 있으니 그렇게 하고, 교통사고 상대방이 OO차나 XXX차 같은 특수한 경우라면 자체적으로 처리하여 후유증을 남기지 말고 보험회사나 경찰서로 신고하여 도움을 받으라는 것이었다.
그게 교통 약자인 일반 운전자들한테는 필요하다고 했다.
신앙인으로서의 자세도 지키자고 했다.
즉, 좋은 게 좋다고 두루뭉술하게 넘어가서는 안 되겠지만 무리 없이 처리할 수 있는 것을 두고 나는 조금도 손해를 안 본다며 막무가내 심보로 나오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남의 눈물을 자아나게 하면 언젠가 내 눈에서는 피눈물이 날 수도 있는 것이고, 비인간적이고 비상식적으로 살아간다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된다는 것 때문이 아니라 남을 이해하고 베푸는 것이 곧 자기한테도 그러는 것이니 작은 것이나마 사랑을 실천하자는 것이었다.
시종일관 교통사고 이야기였다.
군대 다녀온 사람들이 군대 얘기 한 것을 리바이벌하면서도 즐거워하듯이 오늘 못 다한 교통사고 얘기가 다음에 만나도 이어질 것이다.
오늘 구역회와는 별 상관이 없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만한 신앙을 증거하는 예도 흔치 않을 것 같다.
이 바쁘고 험한 세상에 상대방의 실수로 인하여 교통사고를 당하고 손해를 봤는데 허허 웃으면서 없던 일로 하자고 하는 것은 성인품은 몰라도 복자품에 오를 정도는 돼야 가능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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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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