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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감동이

by Aphraates 2014. 9. 20.

찬바람이 부는 환절기(換節期)라서 그런지 부음(訃音)이 잦다.

아버님과 어머니므, 장인어른과 장모님, 형, 이 세상을 떠나신 모든 분들 그리고, 오늘 세상을 떠난 분에게 평안한 안식을 주시라는 기도가 끝나기도 전에 문자 메시지 도착 신호가 들려 열어보면 또 다른 부음소식인 경우가 잦은 것이다.

모두가 다 당신 뜻이다.

미약한 우리들로서야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다만 오늘 돌아가신 분도 당신께 맡기니 부디 당신 곁에 두시고 보살펴달라는 기도와 함께 사랑하는 사람을 여의고 비통해 하는 가족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한테도 용기와 자비를 베풀어주시라고 청할 따름이다.

 

그제와 어제는 남대전 상가(喪家)와 청주 상가였다.

오늘은 둔산동 결혼식장에 들렸다가 성모병원 장례식장으로 가야 한다.

혼가와 상가는 교차하여 가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인생 출발이나 인생 도착이나 중요하기는 마찬가지인 것을 굳이 그렇게 분류하는 것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으로 바뀐 지 오래 됐으니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당신께서 괜찮으시다면 찬바람이나 가시고 따뜻한 바람이 불 때 먼 길을 떠나도록 은총을 베풀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차갑고 험난한 길로 부르셔야 할 이유가 있을 테니 억지로 매달릴 것은 아니다.

대신 그 어려운 길일지라도 당신 뜻에 잘 갈 수 잇도록 이끌어주시라고 청해야겠다.

 

환절기에 가시는 분들은 대개가 장수하신 노인분들이시거나 병마로 고생하시던 분들인데 그만큼 계절 변화에 민감하지만 제대로 적응할 수 없기 때문인 것 같다.

어찌 보면 천수(天壽)를 다 하시는 것이고, 고통(苦痛)을 벗어나시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뒤에 남은 사람들은 아쉽다.

어제 청주 상가 길도 그런 분위기가 여실히 드러나 숙연했다.

청주 시내가 낯서른 길이어서 목적지에 거의 다 도착하여 대학 병원 장례식장을 찾는데 좀 헤매면서 길을 찾느라 약간의 대화가 오가기도 하였지만 가는 내내 침묵을 지켰다.

혹시 청취할 사람이 있는지 몰라 켜 놓은 텔레비전에서 인천 아시안 게임 개막식을 중계하는 소리가 들렸지만 별다른 관심들은 없는 듯 했다.

 

나도 화면은 안 보고 들려오는 소리만 들었는데 얼핏 느끼기에 감동이 큰 것 같지가 않았다.

어느 방송인지 모르지만 남녀 진행자가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에 유체이탈 화법식으로 진행하는 것이 거슬렸다.

소신도, 자신감도, 매력도, 박(활)력도, 열의도, 감동도 없는 것 같았다.

축제와는 어울리지 않는 진행인 것 같았다.

진행자가 전하는 축제 내용도 별로인 것 같았다.

유명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의 이름은 자주 등장하는 것 같은데 매칭이 잘 안 되고 열기가 적다는 느낌이었다.

 

1960,70년대 외국 현지 스포츠 중계가 생각났다.

지금 생각하면 동네 축구대회나 마찬가지인 말레시아 메레데카 컵이나 태국의 킹스컵에 참가하여 몸 안 가리고 죽을 뚱 살 뚱 경기에 임하던 선수들, 고함과 함께 “조국에 계신 국민 여러분 기뻐해 주던 이광재 아나운서를 비롯한 열정적인 라디오 방송인들, 손발이 부르트고 호리가 굽도록 일을 하면서도 중계하는 라디오 소리를 듣고 열광하던 국민들로서 승패를 떠나 삼합(三合)을 이루며 즐거웠었는데 이건 뭔가!

불현듯이 그런 생각이 들어 눈을 번쩍 뜨고 비춰주는 화면을 봤다.

뭔가 이어지는 감이 있어야 하는데 시큰둥해지는 느낌이었다.

그 소리에 그 화면이라는 생각에 다시 눈을 감아버리자 바로 장례식장에 도착하여 하차를 하였다.

 

아침에 인터넷 창을 열면서 어제 개막식에 대한 뉴스를 먼저 봤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비판 일색이었다.

전문가든 비전문가든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첫술에 배부른 것이 아니니 차차 잘 되겠지만 시작이 반 이라는 말도 있는데 출발부터 그런 부정적인 평가가 이어진다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각별한 신경을 기울이고 적극적인 활동이 있어야 할 것 같다.

초반의 부진이나 실수를 만회할 기회는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요즈음 같은 세상에서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 했는데 왜 그러느냐며 급이 안 되는 것을 급이라 우기며 급으로 알아달라고 하소연하는 것은 통하지 않으니 관심을 갖게 하는 장을 만들어야겠다.

 

성공적인 45억 아시아인의 스포츠 축제가 되는 것과 함께 우리들에게도 환희의 길이 열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배우 하(下) 씨가 광고 카피로 쓰는 명분(名分)이 확실해야겠지만 우리를 기쁘게 하고 하나로 묶는 감동(感動)도 커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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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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