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의 속도는 나이에 비례한다고 한다.
30대에게는 시속 30㎞이고, 60대에게는 시속 60㎞란다.
그런 식이라면 90대에게는 시속 90㎞라는 이야기인데 너무 빨라서 속도감이 없는 것이 아닌가 한다.
내 나이면 시속 60㎞ 수준인데 더 빨리 갔으면 한다.
“날들아, 훌쩍 가거라” 하고 하소연을 하는 것이다.
날이 빨라 가는 것이 아쉬운 입장에서 세월이 빨리 갔으면 하는 것은 복이 달아나기를 기원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촌음(寸陰)을 아쉬워해야 할 판에 시간을 죽이자는 것은 어깃장을 부리는 것도 아니고 뭔지 우스운 일이기도 하다.
한데 심각한 문제가 있다.
소풍 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소년 시절도 아니다.
자연의 이치와 흐름에 순응하는 것을 터득하고 살아가는 나이에 자연에 반항하는 것도 아니다.
여름에서 가을로 들어서는 문턱이 빨리 좀 지나갔으면 하는 것이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춘추(春秋)로 환절기만 되면 코가 맹맹하고, 기침이 나고, 머리가 띵한 체질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니다.
환절기에 연이어지는 부음(訃音)의 안타까움 때문에 그런다.
윤달(10월24일~11월16일)을 피하려다 보니 늦여름 초가을 결혼식이 많고, 윤달을 맞아 조상님들을 다시 모시느라 바쁘다는데 그런 것을 알 수 없 분들이 손에 손 잡고 강강수월래(强羌水越來)라도 하시듯이 연달아 저 세상으로 가시고 있어 왜들 그러시나 하는 아쉬움이 크다.
지난 주 화요일 이후로 이번 주 화요일까지 꼭 찾아뵙고 인사드려야 할 상가가 다섯 곳이었다.
육(陸) 후배 어머니, 김(金) 형제 장모님, 장(張) 자매 어머니, 조(趙) 대부님 형님, 송(宋) 선배님 부인이시다.
망인(亡人)들께서 연로하셨거나 지병이 있으셨던 것도 사실이겠지만 그 보다는 급격한 주야 온도 차이를 포함한 환절기의 좋지 않은 영향을 받으신 것들이라는 생각에 안타까움이 더 큰 것이다.
잠을 주무시다가 버스럭 소리만 나도 문을 열고 마루에서 대문 밖을 바라보시며 “사람이면 들어오고, 귀신이면 썩 물러가시오” 라고 고함치시어 가족들을 잠에서 깨게 만들던 갓난이 엄니 생각이 다시금 나를 울적하게 만든다.
저승의 모든 분들에게 평안함을 주시고, 이승의 모든 이들에게 평화를 주시라고 기도드리면서 알아들을지 어떨지 모르는 날들에 대해서 “날들아, 이 어정쩡한 날들아 사람 괴롭히지 말고 훌쩍 떠나 가버려라” 하고 큰소리치는 것으로 위안을 삼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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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