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손 아랫 분이지만 실례는 아닐 것입니다.
뉘신지 모르지만 평안하소서.
그래야 비통해 하는 가족들과 뒷사람들도 삽니다.
불쌍한 당신에게 하느님의 자비와 은총이 있기를 기도드립니다.
벼락 맞은 대추나무라고 있다.
이야기는 들어봤지만 나목(裸木)의 실물은 본 적이 없다.
다만 그 나무로 만들었다는 가공품은 몇 점 갖고 있다.
인장(印章)과 묵주(黙珠)다.
그 나무로 만든 물품은 단단하고 가벼운데다가 색상도 은은하여 좋다.
벼락 맞은 대추나무 제품은 값도 고가인데 원재료가 진짜로 벼락을 맞은 것인지는 믿거나 말거나다.
제품 생산자들이나 유통자들도 확신을 못 한다.
자원이 유한하나 기술이 진보하여 고압의 전기를 통전케 하여 만든 인공의 벼락 맞은 대추나무가 많기 때문이다.
누구는 벼락 맞은 것은 얘기할 거 없이 대추나무만 확실해도 다행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벼락 맞은 대추나무가 그렇게 좋다는데 섬뜩하긴 하다.
사람이 벼락을 맞을 확률은 극히 희박하지만 맞았다 하면 치명적으로 거의 끝장이기 때문이다.
한데 어제 벼락 맞은 일과 관련하여 아주 슬픈 얘기를 들었다.
세상에 그렇게 불쌍하고 박복한 사람이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군의 날이어서 계룡대에 갔었다.
오전에는 BH V.I.P께서 오실 거 같으니 인산인해를 넘어 그 곳을 지나치기도 힘들 것이 뻔할 것 같아서 아예 포기를 하고 오후에 슬슬 움직여봤다.
국군의 날 공식 행사에는 참가하거나 참관하지 못 하더라도 현직에 있을 때 근무하던 직장 사업소도 그 곳에 있고 하니 기념일 통해 한 번 쯤은 다녀오는 것이 누가 알아주거나 보이지 않는 국군에 대한 예의범절(禮儀凡節)이라는 생각에서 간 것이었다.
예상했던 대로 행사가 끝난 다음의 계룡대는 밀물이 썰물된 것처럼 조용하고 썰렁했다.
기왕 갔으니 하차를 하여 땅을 밟아보는 것이 도리일 거 같아 체력단련장(골프장) 앞의 잔디밭 휴게소에 갔다가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남들의 얘기를 몰래 엿들으려고 한 것은 아니다.
그들 옆에 앉아 있다 보니 우연히 들린 것인데 너무 슬픈 이야기여서 그 이야기가 다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뜰 수가 없었다.
50대 초반의 여인이 하는 이야기는 벼락 맞은 애 엄마 이야기였다.
사람이 벼락 맞을 확률 자료를 찾다가 예전에 자주 가던 창원 전기연구원 초고압 시험소가 나와 더 관심 기울여 봤다.
그 여인이 말하는 내용인즉은 며칠 전에 자기 이웃 동네 애 엄마가 42세를 일기로 이 세상을 떠났는데 너무 가슴 아프다는 것이었다.
18살의 여고생 신분으로 소도둑O 같은 남자를 만나 시집을 와서 바로 아들을 낳았는데 시골에서 살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늘씬한 미모였단다.
아들 학부모로 학교에 가면 누나가 왔느냐고 했을 정도였단다.
큰 아들이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닐 때 라고 해 봐야 엄마 나이가 고작 20대 중반이었을테니 그럴 만도 했을 것이다.
한참 뛰어 놀아야 할 때에 결혼하게 된 기막힌 사연은 차치하고서라도 불행한 일이 이어졌단다.
유방암에 걸려 치유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고는 절제 수술을 한 후에 산에서 요양을 했단다.
한데 안되는 사람은 뒤로 넘어져도 코가 깨진다더니 인근 산으로 등산을 갔다가 일가족이 벼락을 맞았단다.
벼락을 맞고도 목숨을 부지하긴 했는데 애 아빠는 반신불수가 되고, 애 엄마는 병이 더 악화되어 오래 버티지 못 하고 생을 마감했다는 것이었다.
남의 얘기라고 하기에는 또한, 소설같은 이야기라고 지나치는 말로 하기에는 너무 처절했다.
세상에 그럴 수는 없다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추측해보건데 망인의 첫째나 둘 째 아들도 군에 있음직한데 국군의 날을 맞아 빈 말로나마 군인들을 위로하러 왔다가 그런 슬픈 얘기를 들으니 사람 사는 게 뭔가 하는 애절함이 엄습하였다.
그렇다고 이 미약한 존재들이 뭘 어쩌겠는가?
살며시 그 자리를 떠나면서 불쌍한 영혼에게 안식을 주시라고 기도드렸다.
그리고 갓난이 먼저 저승으로 가신 분들께도 가엾은 망인을 잘 보살펴 달라고 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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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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