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하거나 주선하는 측에서 준비하고 행하는 데 있어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임하며 하자는 대로 하는 것도 한 몫 하는 것이다.
얼토당토 안 한 것을 갖고 설레발이 치며 독단적으로 몰아붙여 저래서는 도저히 안 되겠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가 아니라면 따라 줄 것은 따라 줘야 무슨 일이든 된다.
나름대로 판단하고 준비하여 성심성의껏 하고 있는데 “그게 아니고” 로 시작하여 시비를 건다거나 “나는 그냥 말테니 알아서들 하시오” 라고 나온다면 김 새는 일이다.
“문화동 사람들”의 서해안 나들이는 즐겁고 유익하게 잘 했다.
호남선-군산선-장항선으로 이어지는 색다른 이정표의 기차를 타고 도로에서는 봤지만 직접 철도를 타고 역을 지나치는 것은 처음이어서 신기하기도 했으나 자주 보고 대하던 노선과 항구와 항로(航路)와 섬들이어서 새로운 재미는 크지 않았다.
그보다는 일행 아닌 일행이 되어 같이 행동하는 노년(老年) 그룹을 보고 웃는 일이 종종 벌어졌다.
우리들 보다는 십여 년 위 그룹으로 생각되는 십 오륙 여명의 남자들이었는데 의견일치가 쉽지 않은지 가는 곳 마다 각기 다른 말들을 하며 가벼운 실랑이를 벌였다.
Q) 박OO, 우측통행이라니까 왜 자꾸 왼쪽으로 가는 거야?
A) 평생을 좌측 통해하던 버릇이 있어서 안 고쳐지고 그런 걸 지금 이 나이에 어떻게 하라고 그렇게 잔소리를 하는 것인지 남 걱정하지 말고 너나 넘어지지 말고 잘 다녀?
Q) 최OO, 한 눈 팔며 뒤처지 말고 잘 따라 와야지 저번처럼 잃어버리며 그냥 놔두고 갈 테니 알아서 해?
A) 다리가 아파 빨리 못 걸어 그렇지만 네들 쫓아가는 것은 일도 아니니 사돈 남 말하지 말고 너나 엉뚱한 짓 하지 말고 잘 따라다녀!
Q) 윤(尹)가야, 킬로로 만 원도 안 하던 것이 어획량이 적어 이만 원을 줘도 부실하고 대신에 대하가 싸고 싱싱하다는데 점심 메뉴는 뭐로 하는 게 좋겠는지 생각 좀 해 볼래?
A) 먹고 싶은 거 푸짐하게 먹는 거는 아들 며느리 오면 사 달라 하고 오늘 같은 날이야 바람 쐬는 게 주목적이니 싼 걸로 대충 때우고 말아야지 점심때가 아직도 멀었구먼. 지금부터 먹는 타령을 하고 있으니 어디를 가도 제 버릇 남 못 주는구나!
Q) 김(金)가야, 뭘 그렇게 오래 붙잡고 싸고 있는 것인지 모르지만 기다리는 사람 많으니 싸개 싸개 움직이거라 잉?
A) 오줌이 마려래서 화장실에 오긴 했지만 제대로 나오는 거야 내 맘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잘 아는 네가 웬 성화인지 모르겠는데 그나저나 이렇게 찔끔찔끔 나오는 거 어디다 써 먹는다니 걱정이다!
그런 식으로 하자는 대로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안 한 다는 것도 아니고 자기들 입장에서 고집들을 부리며 사사건건 충돌하는 노인들이었는데 당연한 모습이지만 얼마 후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맘이 짠했다.
우리들이 이 번 여행에서 얻은 타산지석(他山之石)의 선물이 아닌가 한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던 우리 그룹도 각자의 목소리를 높이려는 징조가 나타나기 시작하는데 앞서 가는 노인들을 보고 왜 저러는지 모르겠다고 흉을 볼 것이 아니라 우리들도 서서히 긍정적이고 찬성하는 맘을 더욱더 기르드록 신경을 써야 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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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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