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는 금요일인 개천절을 낀 3일 연휴여서 좋았을 것이다.
이 번 주는 더 좋다.
한글날이 목요일이니 금요일 하루만 휴가내면 4일 연휴다.
조직에 찌들고 일에 친 사람들한테는 참 좋은 재충전의 기회일 것이다.
물론 괴로운 인생도 있을 것이다.
연휴기간에 계속해서 잠이나 푹 잤으면 하는 사람들도 많겠고, 중대한 가정사가 있다는 식으로 잔머리를 굴려서 3일간(6,7,8, 10)일을 휴가내면 장장 10일 간의 휴무에 들어갈 수도 있는 징검다리 휴일이다.
휴가철이면 도시가 텅 빌 정도로 장기간 바캉스를 떠난다는 프랑스 사람들을 흉내를 낼 것이냐 아니면, 휴가 다녀와 보니 내 책상이 없어졌더라 하는 문제 같은 것은 각자의 사정이니 별개의 문제로 쳐야 할 것이다.
날짜와 시간에 있어서 초이스(택일/擇日/choice of an auspiciousday)와 타이밍(시기/時機/timing)을 맞추기가 쉽지 않은 일이지만 가끔은 그런 황금연휴를 맞이할 때도 있어 기분이 좋은 것이다.
하루 쉬고 하루 노는 백수들이나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인생들한테는 징검다리 휴일이니 황금연휴이니 하는 것이 별 의미가 없을 테지만 많은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드는 택일과 시기가 많았으면 한다.
올 해는 9월 윤달(10월 24일∼11월 21일)이란다.
그 여파로 애경사(哀慶事)에도 희비가 엇갈린단다.
중국과 일본도 택일을 하는데 윤달을 감안하지만 우리나라가 유달리 더 그런 것 같다.
애경사 풍습에 대한 논란이 진행 중이다.
명분(名分)과 실리(實利) 논쟁 같기도 한다.
하지만 어느 한 편이 일방적으로 승리했다고 볼 수는 없다.
관혼상제(冠婚喪祭)에 절차와 관례를 중히 여기는 것이 서양식으로 따지면 허례허식(虛禮虛飾)인지 모르겠으나 동양식으로 보면 전통가례(傳統家禮)이기 때문에 어느 편이 맞는다고 장담할 수는 없는 것이다.
윤달을 피한 결혼과 이사를 하려는 사람들과 윤달을 택한 조상묘 개장을 하려는 사람들이 밀물 밀려오듯이 하여 관련 업계의 명암도 극나라하게 엇갈리고 있단다.
택일과 시기를 따질 일이 없는 사람들이야 그런 게 있느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서도 덩달아 바쁠 수밖에 없으니까 윤달의 영향력을 실감을 한다.
실행 당사자들이나 전체 경제를 컨트롤해야 하는 책임자 같은 경우는 고무풍선 효과에 우산장사와 나막신 장사의 두 아들을 둔 심정일 것이다.
택일에 대해 유달리 신경을 쓰는 사람들이 있다.
모모 대학의 교수라는 직함을 갖고 있는 어느 유명한 역술가는 택일을 잘 하는 것이 흥망성쇠의 열쇠가 있다고 할 정도로 단정적으로 풀이하며 중요시 여기는 것을 봤고, 어느 할머니는 가정 대소사에 택일하는 것을 필수 사항으로 여겨 가족들의, 성화를 받치는 것을 봤다.
전문가라는 사람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같은 역술인이라도 택일의 비중을 그리 높게 보지 않는 전문가도 있고, 같은 할머니라도 신식이라는 할머니는 가족들이 많이 참석하여 함께 하는 날이 길일이라고 하는 보통 사람도 있다.
신앙인들은 택일에 있어서 비교적 자유로운 것 같다.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 사주팔자를 중히 여기고 점집을 드나드는 것은 안 어울린다고 하면서 정작 자기한테 그런 일이 있으면 남몰래 유명하다는 집과 사람을 찾아다니는 신앙인이 없지 않으나 대개는 택일이 교리에 합당하면 무리 없이 넘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명분을 살리고 실리를 얻는 택일이라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시기상조라던가 만시지탄이라던가 말을 써 가면서 후회하는 일이 없이 참으로 시의 적절했다는 소리를 드는 경우가 있다면 그에 해당될 것이다.
식사하는 타이밍을 놓치고 늦은 시간에 시장이 반찬이라면서 허겁지겁 밥을 먹는 것 보다는 여름에는 풋풋하고 싱싱한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 곧 보양식이라는 식으로 하면 좋을 것이다.
또한 먹어도 먹어도 마셔도 마셔도 배고프고 갈증 나는 사람한테 물들어올 때 배질하고, 메뚜기도 한 철이라며 있을 때 든든하게 먹어두라고 하여 뚱보를 만들려고 한다던가 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
요즈음은 책을 많이 본다.
먹어도 먹어도 배 안 부르고, 마셔도 마셔도 시원치 않은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마음의 양식이지만 내가 생각해도 과하다 싶을 정도의 다독(多讀)하게 되는 것인데 이상하게도 계속해서 책을 잡게 된다.
아마도 윤달을 피해 결혼하려는 사람들과 윤달을 택해 묘 이장을 하려는 사람들의 양면성을 다 갖은 것과 흡사하다고 볼 수 있을 것 같기도 하고, 좀 더 비약한다면 현대사회에서 격언으로 이미 퇴색했지만 그래도 부정할 수는 없는 천고마미(天高馬肥)와 등화가친(燈火可親)의 가을이기에 그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