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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살려주세요

by Aphraates 2014. 10. 8.

살려주세요.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다.

무심코 흘려버리기에는 너무 익숙한 소리다.

개구쟁이 아이들이 장난치면서 지르는 소리 같기도 하고, 진짜로 백척간두(百尺竿頭)의 상황에 처한 사람이 목숨을 구해달라고 경보를 발하는 소리 같기도 하다.

 

한데 그런 차원이 아닌지라 어딘지 모르게 찜찜하다.

헐벗고 굶주린 힘없는 사람들이 살려달라고 애원한다면 양두구육의 인간들이 아니라면 그냥 지나치지는 않을 텐데 최상위 그룹에서 막강 파워를 자랑하는 사람들이 파워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람들한테 살려달라고 한다면 이거는 사람들 약 올리는 것도 표리부동에 길들여진 사람들일지라도 뭐 저런 게 다 있느냐 눈을 흘기고 그냥 지나칠 것이다.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세상은 정상적이라 할 수 없는데 그토록 경원시하면서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irony:모순)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

누군가는 수도 없이 해 오고, 누군가는 듣기 싫도록 들어 온 소리다.

선거 때나 위기 시에 잘 나오는 소리다.

분골쇄신(粉骨碎身)의 자세로 앞으로는 절대 그런 일 없도록 잘 할 테니 이번 한 번만 봐달라고 읍소(泣訴)하는 것이다.

구차하고 남우세스럽다.

왜 그러는 것인지 뻔히 아는 답이다.

입에 발린 처사이거나 상습적인 측면도 있다.

말하는 측에서 보면 환심을 사기 위한 한두 번 해보는 소리가 아니고, 듣는 측에서 보면 또 생쑈를 하고 있다는 볼멘소리인 것이다.

불가사의(不可思議)한 것은 그런 일과성의 허무맹랑한 소리가 먹히고 통한다는 것이다.

 

우리 G 본가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것 같다.

이상한 소리가 그치질 않는다.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안타깝다.

모모네 부정적인 모습의 전철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듯하다.

정도가 심각하여 살려달라고 소리 지를 기력조차도 없어 보인다.

우리가 잘 나갈 때 우리를 부러워하면서 자기네들은 죽었다 깨나도 그렇게 할 수 없을 거라고 낙심하던 이웃들인 N, M, D, K본가 등은 꺼진 불이 다시 일어나 활활 타오르듯이 일이 잘 풀려 희희낙락한다는데 우리는 왜 이렇게 갈수록 쪼그라들고 쪽박 깨지는 소리만 요란한 것인지 답답하고 속이 상한다.

 

그렇게 안 하려고 해도 한 번 다녀오면 머리가 복잡해지고 팔다리에 힘이 쪽 빠진다는 불만들은 보편화되어 있는 듯하다.

소 닭 보듯이 하는 내성도 강해졌다.

이쯤에서 손절매(損切賣)에라도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며 씩씩거리는 사람들한테는 다 돌고 도는 것이고, 자기 것은 자기가 지키는 것이니 그래서는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착하고 선한 사람들이 오죽하면 그러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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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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