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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by Aphraates 2014. 10. 13.

묵도 여러 가지가 있다.

우리들에게 친근한 것으로 도토리묵, 청포묵, 메밀묵, 올방개묵, 우무묵, 돔부묵, 건조묵, 어묵 등등 그 종류가 많단다.

열거한 그 외도 더 많이 있을 것이다.

밤 주산지인 공주(公州) 지역에서 만들기 시작한 밤묵처럼 뭣이든 전분을 내 만들면 묵이 된단다.

 

여러 종류의 묵이 있지만 묵이라고 하면 뭐니 뭐니 해도 도토리(상수리)묵이 단연코 으뜸일 것이다.

묵이라면 도토리묵을 일컫는 것이 보통이다.

 

어렸을 적에 도토리묵을 많이도 먹었다.

음식을 가려 먹을 형편이 아니고 아무거나 있는 것으로 배를 채우던 시절에 묵을 많이 먹었다는 것은 그만큼 흔했다는 얘기다.

나무가 없는 민둥산에도 도토리나무는 많았고, 집 주변에도 커다란 상수리나무가 많아 먼저 주어가는 사람이 임자였다.

웬만한 집에서는 묵을 식량처럼 쒀 먹었다.

주식량인 쌀과 보리가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아이들은 마땅한 간식거리가 없어서 묵 같은 것을 많이 먹었다.

묵에 대한 애정이 깊다.

많이 먹어서 그런지, 추억이 어린 것이어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산나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지금도 즐겨 찾는 것이 도토리묵이다.

물론 며칠 전 어느 바자회에 갔을 때 히멀건한 묵이 나와 손도 안 댔던 것처럼 짙은 묵색에 얄창얄창한 진짜배기 묵보다는 수입산 원료에다가 많이 만들어 내기 위하여 다른 첨가물들을 넣어 때깔부터도 틀린 일반 시중의 가짜배기 묵이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기는 한다.

 

도토리가 풍년이란다.

대추나무라는 나무는 다 가지가 찢어지게 열었다는 것처럼 모든 과일이 풍년이라는 이야기인데 도토리는 다른 곡식이 흉년일 때 산에서 내려다보고는 많이 열린다고 하듯이 정반대라는 데 그 말이 맞는지 미곡(米穀,벼,쌀)은 그리 풍년이라고 하지는 않는 것 같다.

도토리가 그렇게 풍년이라고 하지만 나는 화중지병(畵中之餠:그림의 떡)으로 생각했다.

다람쥐를 비롯한 야생동물의 주된 먹이의 하나인 도토리는 채취 금지 품목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도토리를 가마니 째 주어 오고, 도토리를 줍다가 뱀에 물린 사람도 있고 하다는 소리를 듣고 이상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봤더니 1호인 지리산과 21호인 무등산 국립공원 지역에서만 못 줍도록 돼 있었다.

 

찬바람이 도는 가을 날에 잘게 썬 파와 고소하게 볶은 참깨와 약간의 고춧가루가 곁들여진 엷은 양념 간장을 끼얹어 밥 겸 반찬(안주) 겸 해서 먹는 도토리 묵은 오랜 세월을 거쳐 먹어도 절대로 도로 묵이 될 수 없는 변함없는 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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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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