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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갈맛 골에서 세 집 찾기

by Aphraates 2014. 10. 14.

서울 가서 김(金) 서방 찾기란 말이 있다.

찾는 사람의 다급한 심정이야 이해하지만 넓은 서울에 김 서방이 수백만일 텐데 확실한 근거나 어떤 단서도 없이 무턱대고 막연하게 주먹구구식으로 찾아 나서는 것은 무모한 짓이다.

교주고슬(膠柱鼓瑟)이나 맹완단청(盲玩丹靑)이란 말을 빗대며 웃을 수도 있는 일이고, 눈감 땡감으로 맨땅에 헤딩하는 것이라고 혀를 차며 안타깝게 볼 수도 있는 일이다.

 

서울 가서 김 서방 찾기는 옛날 얘기만은 아닌 거 같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서울 김 서방인 아니라 지구촌 김 서방도 찾아낼 수 있는 이때에도 맹점(盲點)은 있기 마련인가 보다.

완전히 정착이 되지 않아 아직은 어색하고 불편하지만 주소를 지번 표시에서 도로명 표시로 변경하는 시스템 정비돼 있고, 인터넷으로 지번이나 도로나 건물 이름만 입력하면 위치는 물론이고 찾아가는 길까지 아주 친절하고 정확하게 가르쳐 주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다 손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찾는 집을 바로 코앞에 두고도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그 자리를 뱅글뱅글 도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도로나 집이 복잡하게 변해버린 경우도 많다.

특히 신규 또는 기존의 개인주택 단지가 그렇다.

 

레지오 봉사 활동으로 쉬는 교우 집에 성당 주보(週報)를 전달하라는 배당을 받았다.

개인별로는 4건 정도이고, 조별로는 10여 건 씩이다.

이제 그만 쉬시고 성당에 나오십사 하는 안내의 우편 손 편지 쓰기를 끝내고 그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성당 소식지를 전하는 활동이다.

 

우리 성당 관할은 아파트와 연립을 포함한 개인 주택지가 혼재돼 있다.

주보 전달 방법도 다르고, 난이도도 다르다.

아파트는 별 문제가 없다.

경비원들이 못 보던 외부인이 나타났다고 감시를 철저히 하여 좀 쑥스럽긴 하지만 동 호수만 찾아가서 1층 우편함에 넣으면 끝이다.

연립주택과 개인주택은 일일이 찾아야 한다.

예상하기로는 주택도 별 문제 없을 것 같았다.

주택은 어디가 어딘지 몰라 난감할 거 같지만 인터넷 지도 찾기를 하면 아무리 꼭꼭 숨어서 짱박혀 있어도 용케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인터넷을 통하여 개인 주택 3세대를 검색했더니 주변을 포함한 현재 위치, 지번 주소와 도로명 주소, 가는 길 등이 상세하게 나와 있어서 그를 찾는 것은 누워서 식은 죽 먹기라고 생각했다.

 

주보를 전달하기 위하여 새벽 산책 차림에 배낭과 서류 봉투를 더 하여 집을 나섰다.

 

 

우선 갈마 아파트로 가서 네 집 우편함에 주보를 넣었다.

생각처럼 순탄한 길은 아니었다.

내가 생각해도 내 복장이 새벽이슬 맞는 간첩 같았으니 주민들 특히, 외부인들을 통제해야 하는 입장인 경비원들이 볼 때는 요주의 인물로 생각한 것도 틀린 게 아니었다.

가는 곳마다 경비원들이 무슨 일로 어느 집에 가느냐, 그 집을 아느냐, 우편물 함부로 넣으면 주민들이 반발한다 등등 언짢은 표정으로 태클을 걸어 일일이 자초지종을 설명하느라 나도 좋지 않은 기분으로 시간을 뺏겼다.

시달리다 보니 위로부터 지시받은 활동 배당이니 하긴 하지만 지금같이 약삭빠른 세상에 그런 식으로 한다고 통할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주택지에서도 어려움이 있었다.

명확한 주소를 갖고 찾는데 는 또 다른 장애의 복병이 버티고 있었다.

인터넷 지도상으로 검색을 할 때는 분명 그 자리인데 그 집인지 확인을 할 수가 없었다.

여기인가, 저기인가 하고 그 근처를 뱅글뱅글 돌았지만 날 찾아봐라 하고 약 올리는 것처럼 나타나질 않았다.

새벽부터 사람들한테 물어본다거나 아무 집 초인종을 눌러댈 수도 없는 노릇이어서 다음에 다시 하기로 하고 일단 철수를 했다.

 

지금같이 좋아진 세상에 서울 가서 김 서방 찾는 것도 일이 아닌데 주소가 명확히 나와 있는 같은 동네 몇 집 찾는 것은 애들 손목비트는 것만큼이나 수월하다고 나섰지만 보기 좋게 미끄러져 코를 쭉 빼게 되었다.

지인과 통화를 하면서 또, 데보라와 얘기하면서 몇 집 안 되는 거 금방 찾아 바로 해결할 줄 알았는데 이거 장난이 아니네 했더니만 그 정도만 해도 훌륭하다면서 다른 방법을 찾아보면 쉬운 길이 있을 거라 위로했다.

그리고 좀 거추장스럽긴 하겠지만 그 것도 하나의 방문인데 전쟁 포로처럼 하고 다니지 말고 평상시와 같은 맘가짐으로 단정하게 다니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고 웃으면서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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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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