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산 농협으로 가서 프란치스코 교황님 방한 기념주화를 찾아왔다.
3세트를 예약을 했었다.
추첨한 당첨 결과는 만족스럽지 못 했다.
인기가 좋았는지 은화 1개와 동화 1개의 1세트만 당첨됐다.
아쉬웠지만 하나라도 당첨이 돼 다행이었다.
기념주화라면 몇 가지 보관하고 있는 것이 있다.
가격을 따지기에 앞서 의미가 있다.
기념주화마다 구하고, 보고, 생각하고, 보관하는 느낌이 다르다.
이벤트 행사나 다른 기념품처럼 그 느낌이 오래 가진 못 한다.
각 기념주화마다 의미를 부여하면 크게 부여할 수도 있지만 안 그러면 그저 기념주화인가 보다 하고 넘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그런 것 같다.
기념주화를 햇볕이 드는 거실 장식장 위에 놓고 보니 지난 8.15 교황님 방한의 설렘이 되살아나는 듯 했다.
교황님 방한은 초대형 태풍이 지나간 것처럼 여러 가지 신드롬이 일어날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지만 애석하게도 쉽게 잊어버리는 습성의 우리들은 교회에서고 국가 사회에서고 그 큰 가르침과 기쁨이 이미 지난 일로 되어버렸다며 탄식하던 어느 칼럼이 말해주듯이 안타까움이 있기도 하지만 당신을 두고두고 기리고 싶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큰 은총이 아닌가 한다.
기념주화를 바라보니 맘이 흐뭇했다.
좋다고 해서 특별한 일도 없이 대낮부터 소맥 폭탄을 터트릴 것은 아닌지라 은은하게 즉석커피를 한 잔 때렸다.
그윽한 커피 냄새였으나 그 농도가 약했다.
어디선가 퀴퀴한 냄새가 나는 듯 했기 때문이었다.
환절기만 되면 제대로 작동하지 못 하는 시원치 않은 코(鼻) 때문일 것이라 여기고는 다시 커피 한 모금을 마셨지만 안 좋은 냄새는 여전했다.
심하지도 옅지도 않은 그 냄새가 자꾸 맘에 걸렸다.
그 장면에서 나의 그 몹쓸 완벽주의(完壁主義)가 발동되지 않으면 오히려 그게 더 이상한 것이었다.
서둘러 커피마시는 것을 마치고는 냄새의 진원지로 의심이 가는 앞뒤 베란다를 먼저 둘러봤다.
거기는 아니었다.
다시 안방, 뒷방, 샛방을 둘러보고는 마지막으로 거실과 주방과 화장실을 둘러봤다.
거기에서도 의심할만한 것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분명 어떤 냄새인가는 나는데 실체는 없었다.
무슨 보물찾기나 수수께끼 풀이도 아니고 궁금증만 더 해 갔다.
냄새나는 것을 찾아내야지 안 그러면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거 같았다.
외출한 데보라가 돌아오기 전에 찾으려고 다시 구석구석을 뒤졌다.
사소한 것일지라도 맘에 안 맞거나 비현실적인 것이라면 그대로 방치하지 못 하는 성격인 줄은 알지만 너무 그래도 피곤하니 적당히 하라고 태클을 거는 데보라가 들어와서 방해를 하면 곤란하다.
범인을 수색하고 검거하는 재미가 덜 할 것이다.
방해꾼이 나타나기 전에 찾아내기 위하여 눈을 치켜세우고 코를 벌름거려가면서 여기저기를 뒤졌지만 별 소득이 없었다.
포기할 수 없는 그러나, 실마리가 안 잡히는 은닉된 범인을 잡기 위하여 잠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 때 갑자기 생각나는 것이 있어 무릎을 탁 쳤다.
맞아, 내가 왜 그 생각을 못 하고 소란을 피웠지?
하는 생각이 퍼뜩 들어 현관으로 가서는 신고 나갔던 구두를 들고 밑창을 들여다봤더니 범인이 거기에 철썩 붙어 있었다.
오른 발 왼 발 구두 밑에 아직도 물기가 남아 있고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은행 껍데기가 제법 붙어있었다.
농협 가는 도로변의 가로수로 은행나무가 많고, 아파트 담장 길옆의 정원의 정원수에도 은행나무가 몇 그루 있어 그 은행알들이 인도에 누렇게 쏟아져 짓밟혀져 있는데 거기서 묻어 들어온 것이었다.
매일 환경미화원들이 쓸어 수거를 하고, 행인들이 조심스럽게 피해 다녀도 신에 묻어 들어오는 것까지 피할 수는 없는 그 것이다.
고약하고 괘씸한 것들 같으니라고!
하나 네들은 꼼짝없이 나한테 걸려들었으니 각오해라!
그런 생각을 하며 맹위를 떨쳤지만 나한테는 안 되는 적군이나 생포한 듯이 의기양양하게 구두를 앞 베란다로 갖고 가서는 물을 확 뿌려서는 햇볕에 널어놓았다.
그리 하고 나니 군시럽던 등을 벅벅 긁고 난 것처럼 시원하고, 냄새가 일거에 잡힌 듯 했다.
손에 묻어있는 물기를 툭툭 털어가며 거실로 오니 은행나무가 떠올랐다.
봄에는 가냘픈 연녹색의 잎으로, 여름철에는 짙푸른 녹색으로, 가을철에는 샛노란 색깔로, 겨울철에는 앙한 가지로 참 좋은 가로수인데다가 한 때는 은행잎이고 은행 알이고 다 약재로 버릴 것이 없었다.
거리에 있는 은행 알을 함부로 줍거나 털어 가면 절도죄에 해당된다는 경고문이 나붙길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을뿐더러 환경미화원들을 괴롭히는 천덕꾸러기로 전락했다.
중금속 문제 때문이라는데 은행 나무와, 잎과, 알은 모퉁이 돌이 버린 돌로 돼 버린 격이다.
찾아보면 활용할 방법도 있을 듯 하지만 그렇게 세심하게 배려하기에는 그만한 여유를 갖지 못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쓸어도 쓸어도 계속해서 떨어져 새벽의 일꾼들만 어렵게 하고, 주책없이 달라붙어 오가는 행인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천덕꾸러기 신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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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