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다 빚꾸러기

by Aphraates 2014. 10. 17.

다 빚꾸러기다.

 

정부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갚아야 할 빚꾸러기다.

공공단체와 회사도 자기 밑천의 몇 배씩 넘는 빚은 보통일 정도로 만만치 않은 빚꾸러기다.

가계라고 온전할 리 없다.

다 크고 작은 빚꾸러기다.

가족들도 빚꾸러기의 예외는 아니다.

아빠는 처음 돈벌이할 때부터 마이너스 통장 2개가 기본이다.

엄마는 타 먹은 계의 곗돈을 무지금 부어야 한다.

누나는 시집갈 때 대출 받은 혼수비용의 악몽에서 벗어나려면 가히 혁명적인 일이나 벌어져야 가능하다.

나는 부모님한테 얹혀살면서도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치맥 한 번 제대로 못 사고 학자금 갚느라고 기 한 번 제대로 못 피운다.

 

어디에든 예외는 있을 수 있다.

처절한 현실이지만 빚꾸러기 아닌 존재가 하나 있긴 한 것 같다.

서늘한 너덜바람과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 쬐는 뜰팡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즐기고 있는 우리 멍멍이는 실로 개 팔자 상 팔자가 아니더냐?

 

천만에!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몸 보신이냐 몸 보전이냐를 놓고 갈등하는 우리 집 멍멍이도 주인장한테 빚을 지고 있는 빚꾸러기이긴 마찬가지이다.

다만 그를 모르고 냠냠 하는 것이다.

 

빚 안 지고 사는 것도 다행이라는 사람도 있고, 빚도 재산이니 키워도 좋다는 사람도 있지만 빚쟁이와 빚꾸러기가 늘어만 가는 현실에서는 안 쓰는 것이 버는 것일 텐데 어디선가는 자꾸 더 쓰라고 하니 쓸 것 없는 사람들은 입장 곤란한 것이 아니라 주눅들어가고 있다.

 

국가와 사회의 빚꾸러기에 대해서는 눈여겨 볼 위치에 있지 않은 청춘(靑春)이 손가락을 꼽아가면서 우리 집은 왜 이렇게 다 빚꾸러기냐고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말하는 것을 들으니 재밌다.

빚꾸러기가 되고 싶어서 된 것은 아니겠으나 걱정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니 그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색창연  (0) 2014.10.20
준비단계  (0) 2014.10.18
삭탈관직  (0) 2014.10.16
천덕꾸러기 은행(銀杏)  (0) 2014.10.15
갈맛 골에서 세 집 찾기  (0) 2014.10.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