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빚꾸러기다.
정부는 천문학적인 액수를 갚아야 할 빚꾸러기다.
공공단체와 회사도 자기 밑천의 몇 배씩 넘는 빚은 보통일 정도로 만만치 않은 빚꾸러기다.
가계라고 온전할 리 없다.
다 크고 작은 빚꾸러기다.
가족들도 빚꾸러기의 예외는 아니다.
아빠는 처음 돈벌이할 때부터 마이너스 통장 2개가 기본이다.
엄마는 타 먹은 계의 곗돈을 무지금 부어야 한다.
누나는 시집갈 때 대출 받은 혼수비용의 악몽에서 벗어나려면 가히 혁명적인 일이나 벌어져야 가능하다.
나는 부모님한테 얹혀살면서도 쥐꼬리만 한 월급으로 치맥 한 번 제대로 못 사고 학자금 갚느라고 기 한 번 제대로 못 피운다.
어디에든 예외는 있을 수 있다.
처절한 현실이지만 빚꾸러기 아닌 존재가 하나 있긴 한 것 같다.
서늘한 너덜바람과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 쬐는 뜰팡에서 늘어지게 낮잠을 즐기고 있는 우리 멍멍이는 실로 개 팔자 상 팔자가 아니더냐?
천만에!
모르시는 말씀입니다.
몸 보신이냐 몸 보전이냐를 놓고 갈등하는 우리 집 멍멍이도 주인장한테 빚을 지고 있는 빚꾸러기이긴 마찬가지이다.
다만 그를 모르고 냠냠 하는 것이다.
빚 안 지고 사는 것도 다행이라는 사람도 있고, 빚도 재산이니 키워도 좋다는 사람도 있지만 빚쟁이와 빚꾸러기가 늘어만 가는 현실에서는 안 쓰는 것이 버는 것일 텐데 어디선가는 자꾸 더 쓰라고 하니 쓸 것 없는 사람들은 입장 곤란한 것이 아니라 주눅들어가고 있다.
국가와 사회의 빚꾸러기에 대해서는 눈여겨 볼 위치에 있지 않은 청춘(靑春)이 손가락을 꼽아가면서 우리 집은 왜 이렇게 다 빚꾸러기냐고 진담 반 농담 반으로 말하는 것을 들으니 재밌다.
빚꾸러기가 되고 싶어서 된 것은 아니겠으나 걱정한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니 그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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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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