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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일사불란

by Aphraates 2014. 10. 26.

우리 세대들은 권위주의 세대들이다.

어렸을 적에는 나란히와 나이 들었을 때는 좌우로 정렬이라는 소리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으며 살았다.

모든 면에서 명령불복종을 지상명령으로 알고 일사불란(一絲不亂)하게  움직이는 것에 길들여진 세대다.

개인의 명예와 이익보다는 국가의 안위와 충성을 더 중시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알았다.

매사가 절도 있고 반듯하게 일사불란해야지 안 그러면 불안했다.

내 맘에 안 들거나 내 처지에 안 맞더라도 대의를 위하여 대승적으로 양보하고 희생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자 시대적 사명이라 여겼다.

 

가정에서는 할아버지나 아버지께서 말씀하시면 그게 곧 법이었다.

말씀을 거역할 수도 없었지만 만약에 거역한다면 출문(出門)당할 각오를 해야만 했다.

직장에서는 직속상관을 포함한 상급자나 부서장을 비롯한 장(長)들이 뭘 천명하면 그게 곧 시정목표나 경영방침이었다.

위에서 지시하는 것을 이해하지 않으면 무능하고 버릇없는 아래 것이라 낙인찍혀 제 아무리 출중한 사람일지라도 배척 즉, 요즈음으로 말하면 왕따와 이지매를 당하여 시들시들하게 말라가야 했다.

국가적으로는 헌법을 비롯한 층층시하의 법이 있지만 그 보다는 최고 통치권자의 일거수일투족이 법이고 국민들이 나아갈 방향이었다.

통치 이념에 반하면 공식적으로는 반 국가사범이도 비공식적으로는 알게 모르게 사찰을 받고 억압을 받아 하루도 두 다리 뻗고 잘 수가 없었다.

그래도 권위주의와 일사불란을 좋아하거나 탈피를 하지 못 한 것은 그 당시의 세태가 그랬는가 하면, 밑에서 어느 정도 고생하면서 위로 올라가면 그만한 보상을 받고 편안했기 때문에 시집간 며느리 장님 3년, 벙어리 삼년, 귀머거리 3년 살이라고 하듯이 참아야 한다는 것을 입과 가슴에 달고 산 것이다.

물론 죽도록 고생을 하고 역경을 헤치고 자리보전 좀 할라고 했더니 길 닦아놓으니 누가 먼저 지나간다는 식으로 제대로 대접한 번 못 받고 뒷전으로 밀리는 노땅으로 되어 한숨짓는 것이 태반이었지만 그런 흐름이야 현 세대만이 아니라 태곳적부터 그랬다니 서글퍼 할 일은 아닐 것이다.

 

일사불란도 다른 것과 마찬가지로 장단점이 있을 것이다.

한데 복잡다양화(複雜多樣化) 되고 그게 더 진전되는 현실에서 일사불란을 주창하는 것은 일단 시대흐름에 안 맞는 것 같다.

우왕좌왕하는 것은 금물이지만 일사불란에 갇혀도 안 될 상황이 됐다.

자유방임주의로 풀어놔도 안 되겠지만 중상주의 즉, 권위주의와 국수주의방향으로 빠져도 안 된다.

아버지 입맛에 맞는다고 인절미와 된장국을 먹자고 했다가는 피자와 스프를 먹는 아이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할 것이고, 상사가 부하한테 까라면 까고 빼라면 빼지 웬 잔소리가 그리 많으냐고 소리 질렀다가는 성추행이자 고리타분한 구닥다리라고 고발 내지는 비난을 받을 것이고, 국가 원수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졌다고 해서 여론과 국민 뜻을 무시하고 자기 뜻대로만 밀어붙였다가는 외면당하여 아무 것도 할 수 없이 욕만 바가지로 얻어먹게 될 것이다.

 

권위와 존경은 실체가 있이 피차를 인정하며 스스로 울어나서 이루어지는 것이야 일사불란하고 질서정연하게 되는 것이지 실체도 없이 피차를 부정하며 억지로 하려고 하다가는 불란만 키우고 무질서하게 된다는 것을 다시금 생각해보게 하는데 행>>>불행의 등식이 정리되는 오늘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상상을 뛰어 넘는 아주 최악의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그런 일은 없어야 하는 곳이기에 당연히 편안한 맘으로 길을 나서야 옳은 것이거늘 반대로 오늘은 무슨 이상한 일이나 안 벌어지려나 하는 조마조마한 맘으로 나설 준비를 한다는 것은 뭐가 잘 못 돼도 한 참 잘 못 돼 있는 것이어서 슬프다.

 

초임지인 사양(斜陽)에서 겪어야 했던 10.26의 악몽의 여파와 “물 뿌리는 보수, 계란 던지는 진보”라는 제하로 실린 연합뉴스 갈등의 사진에 대하여 걱정하는 아들이 걱정되셔서 그러셨는지 모르지만 아버지께서 꿈속에 나타나셨다.

상황이 비관적이라고 해서 이른 아침부터 슬픔의 눈물을 흘릴 수는 없는 지라 평화로운 하루가 되게 해 주시라고 기도드리며 새벽 늦잠에 들었는데 월사금(月謝金)을 손에 쥐어 주시면서 어여 가라 하시며 환하게 웃으시는 아버지께서 꿈에 나타나시어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

주머닛돈이 쌈지 돈이자 그렇게 꼭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었는지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통하여 패딩 잠바와 목걸이를 주고받는 것으로 사랑을 주고받는 간이 행사를 한 어제가 결혼기념일이었는데 겸사겸사해서 맘 흐트러지지 말고 잘 살라고 격려해 주시려고 그러신 것 같은데 용기백배(勇氣百倍)의 사기충천(士氣衝天) 정신으로 일사불란을 견지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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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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