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종연의 수필 서재
수필

눈에 뵈는 게 없어서

by Aphraates 2014. 10. 27.

어제 같은 성당에 다니는 교우님이 단장이신 아마추어 밴드 “수레바퀴 밴드”의 정기 연주회에 다녀왔다.

참 인상 깊게 관람했다.

없는 시간을 쪼개고, 부족한 돈을 채우고, 고단한 몸을 달래며 나름대로 열심히 한 표가 역력히 나는 연주, 가요, 팝송, 국악, 사물놀이, 난타로 짜인 공연은 아마추어로서의 잠재된 끼들을 충분히 발휘하는 것 같았다.

 

귀가 번쩍 뜨이는 멘트도 있었다.

 

MC(사회자) 겸 Vocal member(그룹 가수)인 여자 단원이 검은 선글라스를 썼다가 벗을 때 “눈에 뵈는 게 없어서” 라고 하면서 웃었다.

약 먹고 흐느적거리며 공연에 몰입하는 프로 딴따라도 아니고 보통 사람이 야간 공연을 하면서 짙은 검은 색의 선글라스를 쓰는 자체가 좀 어색하긴 했지만 그런대로 봐줄 만은 했는데 그 멘트는 분위기를 살리는 화룡점정(畵龍點睛)의 한마디 같았다.

 

그 멘트를 진실로 확인시켜주는 일도 있었다.

 

나서기 좋아하시는 어느 노인이 무슨 큰 역할이나 하시는 것처럼 정색을 하시며 사람들을 대대적으로 참석하도록 할 걸 그랬다고 아쉬워하시는 표정이 우스웠고, 뒤풀이 후에 가정방문을 하여 교육을 권유하는데 예의 없이 망설이는 행동을 보이는 것을 못 마땅해 하면서 사회생활 할 만큼하고 알만큼 아는 사람들이 무슨 일들을 그리 흐리멍덩하게 하느냐며 불만을 표출한 이 미당(美堂) 선생의 강변(强辯)이 그랬다.

오냐 오냐 하니까 눈에 뵈는 게 없고, 그러니라 하고 지내니까 배알도 없는 줄 알고 착각하는 것은 남녀노소 불문이었으니 그게 또한 우리네 인생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자 자신을 포함한 어른들 계층한테는 크게 뭐라 하고 싶지 않다.

내가 거기에 속해 있고, 나이 들면 어느 정도 주책을 부리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상이므로 그냥 지나쳐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이 할 일을 제대로 못 한다거나 오버하는 것은 비록 노인 그룹에서 오버하는 것이라는 지탄을 받을지라도 용납하고 싶지 않다.

 

내가 못 배우고 무식하여 모자라면 그런대로 살면 된다.

잘 난 사람은 잘 난 대로 살고, 못 난 사람은 못 난 대로 살게 되어있다.

그런데 모자란 것이 무슨 자랑거리라도 된 양 까다볼게 굴며 유세를 떤다거나 뻔히 다 아는 사실을 아닌 양 거짓뿌랭이를 하는 것은 더 형편없이 되는 꼴이다.

내가 가진 것 없고 궁핍하여 어려우면 그런 대로 살면 된다.

그런데 가난한 것이 무슨 무기라도 되는 듯이 배타적으로 나온다거나 쥐뿔도 없다는 것을 뻔히 아는데 쫄쫄이 굶어가면서도 이 쑤시고 다니며 거드름 피우는 것은 더 배고픔만 더할 따름이다.

 

무식하다고 해서, 가난하다고 해서 삐딱선을 타면 본인만 더 괴롭다.

그런 부족함을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사람이 착하고 긍정적이면 무시를 안 당할 텐데 꼭 무식하고 없다는 키를 내는 것은 스스로를 옥죄는 것이다.

그런 사람을 보면 그게 한계인 줄은 알지만 그럴수록 더 잘 살아야 할 텐데 왜 그렇게 부정적이고 비관적으로 일관하는 것인지 은근히 화가 난다.

 

눈에 뵈는 게 없지?

자중자애(自重自愛)해야 돼.

누가 인간성이 안 좋고 능력이 딸린다 뭐라고 했어?

자격지심의 제 풀에 겨워서 혼자 불불거리거나 뽀루뚱하지 말고 남들 하는 대로 하면서 원만하게 살 수는 없는 거야?

아는 것도 없으면서 아는 척 하고, 가진 것도 없으면서 있는 척 하고 시건방떨어봐야 머리 꼭대기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볼 때는 못 된 송아지 엉덩이에 뿔났다고 무시만 할 뿐이야.

다른 사람들은 별다른 관심 없는데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다 제 풀에 겨워서 나자빠지지 말고 스스로 잘 하도록 노력 해보는 게 좋을 거야.

 

눈에 뵈는 거 없기는 안경 쓰나 안 쓰나 마찬가지다.

내 부모자식도 어찌 할 수 없는 판에 남의 부모자식이야 더 말할 나위도 없는 것이고,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옳은 것인지 검증도 해봐야 할 사안이므로 안달해봐야 본인 몸과 맘만 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 무너지는 것처럼 얘기할 것은 아니지만 이리 보나 저리 보나 걱정스럽다는 것은 부인할 수가 없다.

 

주초 이른 아침부터 맘이 뒤숭숭하니 아무래도 조심하면서 자신을 반성하고 주변을 둘러봐야겠다.

자칫 잘 못 하다가는 정말로 눈에 뵈는 게 없어서 실수를 할 거 같은 예감이 든다.

 

http://blog.daum.net/kimjyyhm

http://www.facebook.com/kimjyyfb

http://twitter.com/kimjyytwt

수필가□칼럼니스트□한국문인협회원□한국수필가협회원

'수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다중포상과 가중처벌  (0) 2014.10.28
꼼짝 마라  (0) 2014.10.27
일사불란  (0) 2014.10.26
사기극  (0) 2014.10.25
입에 쓴 약  (0) 2014.10.25